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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철들게 한 베트남에서 10년째 살고 있어요
정문희 | 승인 2018.02.28 18:18

알아듣기 어려운 6성조의 베트남어, 습한 날씨, 버스가 한번 지나가면 앞이 뿌옇게 변하는 도로, 먼지가 특히나 많은 곳,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 등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모든 것이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1년 동안 봉사활동을 할지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뜨겁고 습한 날씨는 편하게만 살던 저를 땀 흘리게 해주었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걸 싫어하는 저에게 베트남 사람들은 끊임없이 말을 걸어 주었습니다. 한국에서 편하게만 살던 저는 매일 매일 베트남 생활에 적응해갔습니다.

10여 년 전베트남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원 시절의 행복했던 시간의 사진 (왼쪽이 필자)

하루는 어느 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홍’이라는 학생이 저를 자기 고향집에 초대했습니다. 친구의 집은 하노이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남딘NamDinh’이라는 도시였는데 그곳에 홍의 부모님이 살고 계셨습니다. 허름한 집에 들어가자마자 볏짚이 수북히 쌓여 있는 창고가 보였고 그 옆에 홍의 아버지가 딱딱한 의자에 앉아 쌓여 있는 볏짚으로 빗자루를 만들고 계셨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들어가자 홍의 어머니가 나오시며 와줘서 고맙다고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그리고 준비해 놓은 점심상을 차려 주시는데 제가 좋아하는 스프링롤과 삶은 야채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너무 맛있게 먹어서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홍은 집 근처에 있는 예쁜 성당과 호수를 보여주고 싶다며 저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베트남어가 서툴러 손짓 발짓을 해가며 즐겁게 대화도 나누고 사진도 찍으며 가는데 갑자기 화장실에 너무 가고 싶었습니다. 친구는 근처에 공중화장실이 없다며 집으로 다시 가야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얼마 안 되는 거리라서 혼자 다녀온다고 하고 급하게 홍의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너무 급해서 노크도 못하고 문을 여니 친구 어머니께서 맨밥에 야채 몇 점만 두고 식사를 하고 계셨는데 그 모습을 보니 여러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하루 한 끼도 힘들게 드시는데 내가 외국인 손님이라 반찬을 풍성하게 대접해 주셨구나.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네…. 내가 홍이었다면 친구들을 집에 초대했을까? 페인트도 제대로 칠해지지 않은 허름한 집에 아버지는 볏짚으로 빗자루를 만들고 계시고 어머니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계시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을텐데….’

그러다가 제 어릴 적 시절로 이어졌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기계를 고치는 아버지 손에 묻은 기름때가 싫어서 아버지 손도 잡지 않았고, 주택의 지하에 세 들어 사는 게 부끄러워서 친구들을 절대 집에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홍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저에게 보여주며 친구가 되고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손을 내밀었고 홍의 부모님 또한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면서 어려운 형편에도 풍성한 음식을 차려주신 것입니다. 홍은 저에게 화려한 겉모습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준 어린왕자 같은 친구였습니다. 갑자기 한국에 계신 저희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보고 싶고 제 자신이 바보같아서 펑펑 울었습니다.

베트남과 베트남 친구들은 저를 그렇게 철들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베트남이 너무 좋아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베트남어를 계속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3년 후에는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와 현재는 하노이 한국국제학교에서 베트남어 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 꿈은 베트남에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세워서 베트남 공부뿐 아니라 강하고 건전한 마인드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베트남은 맛있는 음식, 열대 과일이 많은 나라일 뿐만 아니라 마음이 넓어지고 철드는 나라입니다. 정말이냐고요? 네! 제가 그런 경험을 했답니다. 베트남 봉사단에 지원하세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베트남만의 특별한 굿뉴스코 프로그램
베트남 굿뉴스코 프로그램 중에 ‘베트남 소수 민족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마인드레크레이션’이 있습니다. 봉사단원들이나 소수 민족 어린이들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건전댄스, 한국어, 베트남어(소수 민족 어린이들은 베트남어를 잘 모릅니다.)등을 가르쳐 주고 재미있는 다양한 게임도 하는데 어린이들이 굉장히 즐거워하며 마음을 활짝 엽니다.
소수 민족이 사는 지역으로 가는 길이 멀고 환경은 열악하지만 서로에게 전해지는 따뜻함과 사랑은 너무나 행복하고 기쁜 시간을 선물해 줍니다. 저녁에는 별들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볼 수 있고, 하루 종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멋진 산과 강가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휴양지에서부터 야시장까지 베트남 가볼 곳

다낭 바나힐 케이블카

1. 다낭 바나힐
중부지방 다낭 바나힐에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산 곳곳에 별장을 지어 머물며 쉬고 베트남 사람들은 그곳까지 포도주와 음식을 날라 주었다고 한다. 멋진 바나힐의 모습도 있지만 베트남의 어두운 역사가 묻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2. 호이안
베트남 하면 호이안도 빼놓을 수 없다.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있는 도시로 16세기 중엽 연안에 위치해 무역도시로 번성한 곳이다. 베트남의 인정 많은 상인들과 맛있는 음식을 듬뿍 느껴볼 수 있다. 저녁에 배를 타고 소원을 빌며 접은 종이학과 종이배를 띄우는 곳도 있으니 추억을 남겨보자.

하노이 하롱베이

3. 하노이 하롱베이
베트남 하면 하롱베이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베트남 북부에 있는 만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다. 하롱베이에 가면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운 일출, 석양을 볼 수 있고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맛있는 해산물도 잔뜩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크루즈 여행과 동굴탐험도 경험해볼 수 있다.

4. 하노이 쇼핑거리와 야시장
36개의 상공인 조직이 36개의 거리 별로 정해진 상품을 만들어 팔던 것에서 유래된 하노이 구시가지인 36거리는 관광 필수코스이다. 거리이름에 따라 특정아이템을 판매하는데 예를 들어 항봉Hang Bong 거리는 이름을 따라 솜 관련 아이템들을 판매하고, 항박Hang Bac 거리는 은을 판매하고, 항친Hang Chinh 거리는 꽃병을 취급한다. 금·토·일은 장날이라 야시장이 열리는데 항부옴Hang Buom 거리를 찾아 가면 다양하고 풍성한 베트남 먹거리들을 맛볼 수 있다.

긴 지형 덕분에 북쪽과 남쪽에서 색다른 매력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베트남에는 다양한 관광 명소들이 있다. 휴양지 다낭에서부터 아름다운 자연유산 하롱베이, 그리고 베트남의 참맛을 경험할 수 있는 야시장에서 진한 베트남의 향기를 느껴보자.

정문희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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