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도 대기업·중소기업 ‘온도차’ …근로자 삶의 질 격차 되돌이표

대기업, 1시간 단축근무·유연근무…정책시행 '예행연습'
중소기업, 최저임금 인상·구인난 속 '엎친 데 덮친 격'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워밍업을 하며 대비하는 대기업과 이를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중소기업 간의 정책 온도차가 커 정부의 후속 대처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9대 국회부터 합의 시도가 됐던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밤샘 토론 끝에 27일 새벽 전체회의에서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근로시간 단축’은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 하는 트랜드 ‘저녁이 있는 삶’이나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밸런스의 약자)이 확산되며 더욱 요구가 거셌다. 월급은 변함없이 근무시간만 줄어든다면 싫어할 사람이 별로 없지만,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을 현장에 적용키 위한 보완 입법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게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27일 밤샘 회의 끝에 현재 68시간인 1주일 최대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YTN 화면갈무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27일 밤샘 회의 끝에 현재 68시간인 1주일 최대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YTN 화면갈무리

근로시간 단축을 직접적으로 감당해야하는 기업에서는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곤 직접적인 근무시간 단축보다는 유연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부정책에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여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52시간 유연근무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향후 시행될 정책에 따른 부작용 해법 찾기에 일찍부터 나섰던 것.

대기업의 1시간 근무시간이 단축되면서, 근로자들은 저녁시간을 활용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개인 여가활동을 하게 돼 이전보다 여유가 생긴 부분에 만족하고 있다.

윤창호 이마트 PK마켓운영팀 과장은 SBS와 인터뷰에서 “(하루 근무시간이 7시간으로 단축되면서)집에 가서 아이랑 저녁도 같이 먹을 수 있고 같이 놀아줄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늘어서 그 부분에 아이도 만족하고 아내도 만족하고 있다. 올해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저녁에 애들 재워놓고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대부분 윤 씨와 같은 상황은 아니다. 노조나 일부 직원들에 따르면, 여전히 해야 할 일의 양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근무 시간만 단축되다 보니 업무강도가 더 세졌다는 주장도 있다. 또 중소제조업체의 경우 주문 물량을 기한 내 생산해야하기 때문에 초과근무가 불가피해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과 구인난 속에 근로시간 단축 추진으로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정부가 앞장서서 가중 시킨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부가 지난 20일 위법한 휴일근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검토안을 마련했지만 이 마저도 중소기업 현장에 적용되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크다.

때문에 중소기업의 현실을 모르고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을 앞세우는 정책 추진으로 중소기업 숨통을 조이고 또 다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삶의 양극화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경제연구원은 23일 '근로시간 단축의 산업별 영향' 보고서를 통해 산업별로 근로시간에 차이가 있어 이를 고려한 단축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노동TF 부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이 모두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과 다소 괴리되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지금도 열악한 근로 환경에 구인난을 겪는 이들 중소기업은 결국 근로시간 단축이 강행되면 '비용 추가 부담'과 '인력 확충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도  "대기업은 어느 정도 재무적 여력이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 충격을 추가 인력 고용 등으로 줄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돈도 없는데 근로시간까지 줄이라고 하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통과시킨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경영자총협회는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공휴일 유급화와 특례업종의 축소(26종→5종)은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휴일 유급 주휴일은)전 세계적으로 관례도 드물어 보완 방안이 마련돼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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