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은 신시가지인 ‘뉴시티new city’와 구시가지인 ‘올드시티old city’로 구분된다. 히브리말로 ‘이르 하아티카’라 불리는 올드시티, 즉 예루살렘 성과 그 주변을 보통 동예루살렘이라고 하는데 이 동예루살렘 안에 황금색의 돔dome을 가진 모스크 사원이 있다. 원래 이사원의 돔은 황금색이 아니었는데, 1993~1994년에 요르단 왕실의 지원으로 알루미늄 돔에 18K금을 덧칠한 것이다. 보통 ‘바위돔 사원’이라고 불리는 이 모스크 사원은 이슬람교도들에게 3대 성지聖地 가운데 하나이며, 유대인들에게도 가장 소중한 성지이기에, 이스라엘의 독립 이후 오늘까지 상호 신경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위돔 사원 안에는 평평한 모양의 큰 바위가 하나 있는데, 황금색 돔의 뚜껑을 걷어내면 바로 그 자리에 바위가 있다. 그 바위를 중심으로 이슬람과 유대교의 분쟁이 시작된다. 성경 창세기를 보면 그 바위는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아들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고 결박하여 뉘였던 곳이며, 그 바위가 있는 곳은 모리아산이었다. 유대인들에게 이 자리가 소중한 이유는 무엇보다 이곳이 솔로몬 성전이 세워졌던 곳이기 때문이다. 솔로몬 성전을 ‘제 1성전’이라고 하는데, 솔로몬이 모리아 산에 성전을 지으면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고 했던 바위를 중심으로 성전을 지었다. 그 번제 바위가 성전의 가장 거룩한 곳인 지성소의 터가 되었고,
그 위에 언약궤를 올려놓았다.

솔로몬 성전은 BC 996년에 건축이 시작되어 7년 6개월 만에 완공되지만 3차에 걸쳐 바벨론의 침입을 받으면서 결국 무너진다. 그 후 바사 왕 고레스가 포로로 잡혀와 있던 유대인들에게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성전을 지으라고 하는데, 포로가 된 지 70년 만에 예루살렘으로 돌아간 유대인들은 스룹바벨의 지휘 아래 성전을 짓기 시작한다. 하지만 대적들의 방해로 16년 간 성전을 짓지 못하다가 BC 516년에서야 성전 건축을 마친다. 이것이 스룹바벨 성전으로 ‘제 2성전’이다.

시간이 500년 가까이 흘러 BC 20년에 헤롯 1세가 다시 성전을 짓기 시작한다. 그는 46년 동안 성전을 건축하여 화려한 모습의 성전을 완공하고, 이로 인해 유대교인들의 마음을 얻는다. 헤롯 성전 역시 스룹바벨 성전과 함께 ‘제 2성전 시대’라고 불리는데, 학자에 따라 견해가 조금씩 다르다. 헤롯 성전의 화려함은, 탈무드에 기록된 ‘만일 평생에 성전을 본 적이 없다면 아름다운 건물을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내용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헤롯 성전은 AD 70년에 로마의 타이투스 장군에 의해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성전의 서쪽 벽만 남기고 파괴된다. 이후 성전 터에 로마의 주피터 신전이 세워지기도 했고, 동로마제국 시대에는 반유대주의가 일어나 성전자리를 쓰레기 하치장으로 만들어 유대인들을 모욕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이슬람제국의 오마르 왕이 638년에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691년에 압바드 알-말리크 왕이 현재의 바위돔 사원을 지었다.

6일 전쟁이라고 불리는 제 3차 중동전쟁(1967년) 때 이스라엘 군은 전투기를 이용해 동예루살렘 모든 지역과 바위돔 사원, 엘악사 사원을 폭격하려 했으나 두 가지 이유로 인해 폭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이 지역을 폭격하면 또 다른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오마르 사원이라 불리는 바위 사원과 엘악사 사원 주변 땅속에 파묻혀 있는 고대 솔로몬 성전 시대와 스룹바벨 시대, 헤롯 1세 시대의 성전 터와 유적들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일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가지 이유 중 두번째가 폭격을 멈춘 더욱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슬람교도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서 온 마호메트가 바위돔 사원 안에 있는 바위 위에서 승천했다가 내려왔다고 말하며 이곳을 중요한 성지로 여긴다. 또한 그들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이스마엘을 번제로 드리려 했다고 믿고 있다. 이처럼 이곳은 이슬람교도에게도, 유대인에게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성지이기에 지금도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예루살렘(이스라엘)=장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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