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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 마지막 시대로 가는 첫 단추인가?
장주현 특파원 | 승인 2018.02.01 15:10

지난해 12월에 트럼프 대통령은‘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에 이스라엘의 편을 든 셈인데, 이것은 1947년 이후 예루살렘을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선포해온 유엔 결의안을 전면 부정한 것이기도 하다. 이후 정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세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지만, 정작 이스라엘인들은 무덤덤하다고 한다. 이미 그들 마음속에는 오래 전부터 예루살렘이 그들의 수도이고 성전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특파원이 현지 취재한 내용을 소개한다.

2017년 12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임을 공식 선언하면서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 1995년에 제정된 ‘예루살렘 대사관법’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이 있은 뒤 각국 언론들은 분노한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의 모습을 연일 보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고, 이스라엘 내의 아랍권은 물론 중동을 중심으로 유럽에 거주하는 모든 이슬람교도들은 ‘분노의 주간’을 선언했다. 대대적인 반 트럼프 시위를 이어가는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필요하면 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며,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계 아랍인들은 이스라엘 정부와 경찰을 향해 거센 저항을 예고했다. 이에 동예루살렘에는 소요 사태를 사전에 진압하기 위해 이스라엘 무장 경찰들이 대거 투입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정부 역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대형 테러는 물론이고 적대 관계에 있는 인근의 레바논, 시리아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모든 공군력을 동원해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으로 이스라엘 안팎은 시끄러운 소리들로 술렁이는 가운데 이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체코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대부분의 정상들은 트럼프대통령의 선언에 반대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왜 무덤덤하게 반응하는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선언을 환영하며 기쁘게 받아들였다. 특히 유럽을 순방하는 중에 ‘성경을 조금만 읽어보아도 이스라엘의 수도가 예루살렘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이를 반대하는 유럽인들을 비꼬았다. 이러한 시점에서 특이하고 흥미로운 점은 이스라엘, 특히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의 반응이었다. 기뻐하고 감격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덤덤했다.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소에 하던 대로 바쁘게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안식일을 준비하는 데 마음을 쓰며, 미국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든 상관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 앙케트 조사를 해보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식하고 있었고, 나라를 잃고 헤매던 시절의 유대인들도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중심인 사실을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예루살렘 수도 선언이라니! 트럼프 대통령이 왜 저러지?’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전 세계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아랍인들의 거센 반대 물결과는 상반되게 이스라엘의 분위기는 요동이 없었는데 무관심에서 나온 반응이 아니었다. ‘유대인들의 마음속에 조상 대대로 성경을 근거하여 심겨진 영구불변한 믿음에서 나온 무덤덤함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손에는 코란, 다른 손에는 화염병을 들고 거세게 저항하며 “이제 우리는 어떡하지? 이대로 이곳을 빼앗기고 말 것인가? 안 돼! 죽음을 불사하고라도 막아야 해!”라고 외치는 아랍인들의 모습에서는 유대인한테 성지를 잃을까봐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신념의 차원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아랍권 사람들이 유대인들에게 이미 패배했음이 느껴진다.

유대인들이 대속죄일에 통곡의 벽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성전 재건 운동과 미국의 영향력
한편 유대인들 중에도 이번 선언을 매우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성전 재건을 주장하는 극우 유대인들이다. 이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이 큰 의미를 지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성전시대 지성소至聖所 자리였던 바위 돔 사원의 바위를 중심으로 성전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제법상 주인없는 땅인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선포되어야 한다. 그래야 성전을 지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미국과 유럽, 유엔으로부터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이며 동예루살렘 또한 이에 포함된다는 분명한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유럽과 유엔보다, 미국의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미국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유엔이 반대하더라도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 결국 모두 미국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미국 대통령의 선언은 성전 재건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제 3성전을 짓기 위한 첫 번째 단추를 끼운 것’과 다름없는 의미이다. 성경학자들은, 이번 선언으로 탄력을 받은 성전 재건 운동이 앞으로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랍권 자극하는 미 대통령의 파격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파격적인 정책들을 선보였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머리에 키파를 쓰고 ‘통곡의 벽’ 앞에 서서 기도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일들로 아랍권의 분노를 사기 시작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통곡의 벽을 방문해도 팔레스타인계 아랍인들의 반발을 의식해 벽 앞에서 기도하지 않았다. 유대인의 성지인 통곡의 벽 앞에서 기도 하는 것 자체가 미국이 이스라엘과 한편임을 선언하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자칫 아랍권과의 불필요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민감하게 대처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도 서슴지 않고 이스라엘 편을 들어 아랍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가 하면, 이스라엘 정부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음으로써 전 세계 아랍권 국가들의 공공의 적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또한 안보를 이유로 그동안 어느 미국 대통령도 시행하지 못한 ‘예루살렘 대사관법’(1995년 클린턴 정부 때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 미정부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야 하며, 1999년 5월까지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에 설립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을 이행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유일한 대통령이 되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제 3차 인티파다intifada’(봉기, 반란을 뜻하는 아랍어), 즉 ‘이스라엘에 저항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이 봉기할 때가 되었다’고 이스라엘 내 아랍마을 곳곳에서 소리를 높이고 있어 또 한 번 서구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저항운동인 ‘인티파다’는 1987년에 가자 지구(팔레스타인 남서부에 위치한 구역으로 중심도시는 가자Gaza.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의 중요한 거점이다) 안에서 팔레스타인 소녀를 총기로 살해한 이스라엘 군인이 재판 과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그것이 제 1차 인티파다이고, 이스라엘 전 국무총리인 아리엘 샤론이 무장 군인을 거느리고 바위돔 사원 옆 엘악사 사원 지역을 방문했을 때 이슬람 신성 모독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제 2차 인티파다가 일어났다.

예루살렘 박물관에 있는 헤롯 1세가 지은 성전과 예루살렘 성 모형. 예수 그리스도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충돌의 연속
1967년, 이스라엘 정부는 예루살렘을 영원한 이스라엘의 수도로 규정한 이른바 ‘예루살렘 수도 기본법’을 채택했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를 일방적인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예루살렘에 머무르고 있는 유엔 안보리회원국 외교관들의 철수를 명했다. 이후 국제사회는 텔아비브를 이스라엘의 비공식 수도로 정하고 대부분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 배치하도록 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으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예고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아랍권은 총궐기를 하는 상황이지만 어떠하든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성전 재건 운동을 주장하는 극우 유대인들은 옛 예루살렘에 성전을 다시 짓고 그곳에서 과거에 하던 대로 그들의 속죄제사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그들이 바라고 바라던 성전이 지어지면 세상은 또 한 번 ‘믿음’의 문제로 분쟁하게 될 것이다. 이슬람교도와 유대인의 분쟁은 물론, 속죄제사로 죄를 사함받으려는 유대인들과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모든 죄를 씻어 의롭게 된 사실을 믿는 기독교인들과의 피할 수 없는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의 상업화된 기독교 단체는 유대인들과 충돌하지 않고 지낼 수 있을지 모르나,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죄사함을 전하는 소수의 복음적인 기독교인들과는 적어도 그러할 것이다.

랍비 유다 글릭과 대화하다
몇 해 전 예루살렘에서 지인과 함께 길거리 커피를 마시다가 이스라엘 TV와 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낯익은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유대교 랍비로 거의 매일 동예루살렘 올드시티의 무슬림 지역인 바위돔 사원 앞에서 기도를 드려 모든 이슬람교도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화제의 인물 ‘유다 글릭’이었다.

그날 그는 손에 두터운 파일 하나를 들고 있었다. 궁금해서 뭐냐고 묻자 앞으로 예루살렘에 지어질 제 3성전 세부 도면의 복사본이라고 하며 도면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어서 건축설계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유다 글릭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슬람교도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바위돔 사원에 가서 기도를 드리는 이유가 뭔가요? 이러한 행동이 이슬람교도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저는 예루살렘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슬람교도들이 분노하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가 바위돔 사원에서 기도하는 이유는 성경에서 하나님이 성전을 향하여 기도하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그곳에 솔로몬 성전이 있었고 그래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슬람교도들이 분노하든 안 하든 중요한 것은 성전이 다시 지어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신이 바위돔 사원에 올라갈 때마다 아랍인들이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당신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데 두렵지 않습니까? 테러를 당할 수도 있는데 그곳에서 계속 기도하시겠습니까?

테러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저는 성전이 재건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1주일 뒤 바위돔 사원에서 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던 유다 글릭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어느 팔레스타인 청년에게 총탄 세 발을 맞고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이 총격 사건을 기점으로 유다 글릭은 바위돔 사원에 가서 기도하는 일을 멈추었는데, 그는 바위돔 사원에서 기도하다 테러를 당해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것보다 살아남아 성전이 지어질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훨씬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척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장주현
<투머로우> 이스라엘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유대인과 이스라엘 역사, 문화를 다방면으로 널리 소개하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그는 현지어 구사능력도 뛰어나 지면을 통해 이스라엘에 관한 글로벌 소식을 알리고 있다.

장주현 특파원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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