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우리나라 전북 새만금이 세계 스카우트인들의 축제인 ‘2023년 세계 잼버리 대회’의 개최지로 최종 선정되었다. 전 세계 스카우트 단원들이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에서 야영하며 심신을 강인하게 단련하고, 야외활동을 통하여 사회적응 능력을 기름으로써 리더십을 터득한다. 마침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동남아 스카우트 회원들의 축제, ‘제6회 아세안 잼버리 대회’가 필리핀 다바오 주 타굼 시에서 열렸다. 주최국 필리핀을 비롯해 동남아의 인도네시아, 태국 등 세계 17개국에서 3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석했으며, 기존 대회 프로그램에 풍성함을 더하기 위해 한국의 국제청소년연합 IYF도 초청됐다. 한-필리핀 문화의 밤, 한국문화 소개, 마인드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잼버리 대회는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많은 청소년들에게 자부심과 성취감을 심어주었다. 이번 제6회 아세안 잼버리의 성공적인 개최가 2023년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필리핀에서의 뜨거웠던 1주일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늘 준비된 청년을 키우고자 시작된 스카우트
스카우트 운동의 창시자인 영국의 베이든 포우엘 경은 보어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었다. 병사들을 지휘해 숱한 싸움을 치르는 동안, 그는 ‘청소년들에게 어려서부터 솔선수범, 용기, 단결 등 건전한 가치관과 리더십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면 나라가 위급할 때 활약할 수 있는 애국자를 양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 군에서 퇴역한 포우엘 경은 1906년 20여 명의 소년들을 모아 훈련을 실시하고 이듬해에 정식으로 소년단을 발족시켰다. 소년단의 이름을 뭐라고 붙일까 고민하던 그는 소년들의 관심을 끌고 책임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스카우트(scout, 정찰병)’라고 명명했다. 이는 스카우트 단원들이 군대의 정찰병처럼 늘 깨어 있으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연대의식을 가진 일꾼이 되길 바라는 그의 바람이 담긴 이름이다.

1920년 보이스카우트 국제사무국Boy Scouts International Bureau이 창설되었고,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169개 회원국에 4천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범세계적인 청소년 단체로 성장했다. 각국 스카우트연맹은 독자적으로 그 나라의 문화적·역사적 배경과 환경에 맞춰 독자적으로 조직 및 운영된다. 유능하고 건전한 시민을 육성하고, 세계인을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동지애와 형제애로 뭉치게 하며, 인종·계급·종교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스카우트 활동이 특히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나라는 미국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CEO 빌 게이츠, 영화감독 스필버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전 대통령인 포드, 케네디, 클린턴, 오바마 등이 모두 스카우트 출신이다.

전 세계 스카우트인들의 축제, 잼버리
보이스카우트 세계연맹World Organization of the Scout Movement은 국제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4년마다 국제야영대회인 세계잼버리World Scout Jamboree를 개최한다. 잼버리jamboree란 북미 원주민 언어로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뜻의 단어인 시바아리Shivaree가 유럽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발음이 바뀐 것이다. 피부색·종교·언어를 초월한 세계 스카우트 회원들이 모여 야영을 하면서 하이킹, 스포츠 등을 통해 개척정신과 호연지기를 기르고, 심신의 조화 있는 발달을 꾀한다. 나아가 자아실현을 통해 국가 발전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잼버리의 정신이다. 첫 잼버리는 스카우트 설립자인 포우엘 경의 주도로 1920년 영국의 런던에서 34개국 8,000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아시아권에서는 필리핀, 일본, 한국 등에서 개최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2015년 일본에서 개최되었으며, 참가자 수는 3만 3천 명이었다. 그 외에도 각 국가와 지역별로 다양한 규모의 잼버리가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 잼버리 Jamboree
우리나라는 일제 치하에 있던 1922년 조철호와 정성채가 각각 조선소년군, 소년척후단이라는 이름으로 보이스카우트 운동을 시작했다. 6.25가 한창이던 1952년 8월 8일 부산에서 역사적인 제1회 한국 잼버리가 개최된 이래 지금까지 13회의 한국 잼버리가 열렸다. 그밖에도 온 국민의 성원과 정부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성공리에 치러진 1991년 세계 잼버리를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잼버리 등 여러 번의 국제 잼버리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다.

2017 필리핀 잼버리는 즐겁다
아세안 잼버리는 말 그대로 아세안(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남아국가연합) 11개 회원국 스카우트들이 모이는 큰 행사다. 그 중에서도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스카우트 강국들이다. 이번 잼버리에는 아세안 회원국 외에 한국, 네덜란드, 쿠웨이트 등까지 총 17개국 3만 여 명의 스카우트들이 참석했다.

필리핀 다바오의 타굼 시는 도시 곳곳에 바나나밭이 있으며 다양한 열대과일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12월이지만 한국의 장마철보다도 심한 습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햇살 또한 뜨겁게 내리 쬐던 날, ‘제6회 아세안잼버리 대회’의 개막식이 시작됐다. 동남아 국가 위주로 참석했지만 세계 잼버리만큼이나 많은 스카우트 팀과 학생들이 참석했다. 머리 끝 모자부터 발끝 구두까지 스카우트 단복을 갖춰 입은 참가자들은 행사장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무대 앞의 초록벌판은 물기가 가득한 진흙탕이었지만 누구 하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고, 스카우트로서의 자부심 가득한 표정도 잃지 않았다.

특히 필리핀 보이스카우트는 단원 수만 176만 명이나 되며 대통령이 스카우트의 수석 단원chief scout을 맡을 정도로 스카우트 활동이 활성화된 나라이다. 이번 잼버리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참석이 거론될 만큼 규모나 중요성이 큰 행사였다.

한-필리핀 문화의 밤
이번 잼버리의 백미는 단연 수요일 밤이었다. 타굼 시 공연팀은 한국의 국제청소년연합IYF과 함께 ‘한-필리핀 문화의 밤’을 열었다. 타굼 시의 학생들이 선보이는 재기발랄한 댄스, 합창, 인형극 등의 무대는 어두운 밤 분위기를 환하게 바꿔놓았다.

이후 한국 공연단의 무대가 이어졌다. 먼저 링컨하우스 강릉스쿨 학생들의 ‘태권무’는 절도 있는 동작으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어서 그라시아스 음악학교 학생들의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 공연이 있었다. 다음으로 IYF 설립자 박옥수 목사가 마인드 강연을 했다. 사람이 힘들 때 마음을 먼저 행복편으로 옮기고 소망을 가지면, 전에는 가질 수 없는 기쁨과 평안을 맛보는 것에 대해서 강연했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무대는 필리핀에서 봉사하고 있는 굿뉴스코 단원들과 필리핀 학생들이 함께 준비한 ‘크리스마스 칸타타 안나 이야기’였다. 부모님 말을 듣지 않는 말썽쟁이 안나가 꿈에서 성냥팔이 소녀가 되어 추위에 떨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내용이다. 공연을 본 하이딘오말 씨는 “이런 감동이 우리 타굼 시에도 많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저도 우리 집에서는 안나와 같은 귀여운 딸이 될 거예요”라며 즐거워했다.

가장 재미있는 프로그램, 아카데미
IYF는 또한 시청 광장에서 4일 동안 학생들을 위한 한국문화 아카데미 부스를 운영했다. 한국에서 온 굿뉴스코 봉사단 학생들이 한국어, 태권도, 전통놀이, 한복체험, 페이스페인팅 등 다양한 아카데미를 준비하여 스카우트 학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에너지 파크에서 야영 중인 학생들은 팀별로 걸어서 이곳을 방문했다. 오후 2시, 햇볕이 하루 중 가장 뜨거웠지만 한국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정은 더 뜨겁게 불탔다. “하나, 둘!” 구호와 함께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OO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크게 따라하는 학생들, 얼굴에 ‘사랑해요’라고 그리고 활짝 웃어 보이는 학생들까지, 정말 좋아서 행복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전날에 밤새 비가 내려, 텐트 안에서 떨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어두운 밤을 견뎌야 했던 기억들이 아카데미의 즐거움으로 말갛게 지워졌다.

“제가 이 아세안 잼버리에 온 이유는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에 대해 알고 그것들이 어떻게 잘 어우러져서 살아가는지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한국문화 부스에 오니 이렇게 신선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런 부스 아카데미가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잼버리 프로그램들 중에 단연 최고였습니다. 스카우트인으로서 자연 사랑을 실천하고 평화를 전하는 일에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프라델(17세)

“솔직히 여기 와서 힘든 것이 있습니다. 비가 와서 땅이 너무 질어서 힘들고 밥 먹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제는 비가 많이 왔었는데요, 텐트 안에만 숨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한국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한국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메이벤(13세)

스카우트는 본래 헌신과 도전, 절제 등 청소년들이 경험해야 할 것을 야영이나 각종 교육으로 배우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오늘날은 그저 행사에만 치중하여 그 본연의 정신이 여러 모로 퇴색되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잼버리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밝은 꿈을 꾸고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스카우트측의 프로그램 개발과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다. IYF는 이번 아세안 잼버리 대회 프로그램 진행을 돕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교육자 포럼, 기업인 마인드 교육, 마약 자수자 마인드교육 등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마인드 교육을 반기며 앞으로도 이런 교육을 계속해 줄 것을 기대했다. 2023년 우리나라에서 열릴 세계 잼버리 대회에도 이와 같이 의미 있는 결과가 있길 바란다.

인도 잼버리에도 마인드교육이!
인도 역시 스카우트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월 초, 제17회 인도내셔널 스카우트&가이드 잼버리 대회가 열렸고, 약 3만 5천 스카우트 회원들이 참석했다. 카나타카 주 스카우트 총재는 이 행사에 IYF의 마인드교육을 도입했다. 김재홍 IYF 교육원장은 200여 명의 교육지도자들에게 마인드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했고, 이 강연을 들은 인도 스카우트 연맹 총재 나가랄레 씨도 마인드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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