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외봉사 1년

나는 조선족으로, 중국에 있을 때 연예기획사에서 연예인 매니저로 일했다. 일을 하면서 한국 연예인을 만났는데, 한국말을 잘 못해서 많이 부끄러웠다. 사람들이 내게 영어로 물었을 때도 대답을 잘 못하고 더듬거리자 같이 일하던 동료가 나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회사 사람을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두려웠다. 괴로웠다. 이런 생활이 싫었고, 변하고 싶었다. 그 때 한국에 있던 친누나가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을 추천했다.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무작정 해외봉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2015년, 봉사단원 교육을 받기 위해 한국으로 갔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런데 한국어를 잘 몰라서 대화하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하기가 어려웠다. 마침 한국에서도 일 년 동안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기에 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좀 더 배우다가 해외에 나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때부터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봉사활동을 했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마인드 교육을 받은 뒤, 청소하고, 농사일도 거들고, 행사에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했다. 힘에 부칠 때면 중국에 있는 집 생각도 났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앞으로도 계속 똑같은 생활을 할 것 같은 생각에 돌아갈 마음도 일찍이 접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어느새 한국말 실력이 굉장히 늘었다. 1년 5개월이 지나, 한국 사람들과의 대화를 거의 다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되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그 다음 해 2월, 필리핀 다바오에 도착했다. 지부로 가는 차안에서 지부장님이 내게 한국말을 할 수 있냐고 물으셨다. “조금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이번에 중국에서 CEO 한 분이 오시는데, 네가 통역을 한번 해봐라”고 하셨다. 며칠 뒤에그 CEO를 만나서 통역을 하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해 통역한 기억이 난다. 정말 감사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없었더라면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도, 통역을 꿈꾸지도 못했을 텐데,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하나 뛰어 넘고 나니 보람도 느껴지고 재미있었다.

필리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두 달에 한 번 꼴로 지방을 옮겨 다닌다. 나는 까바나투안이라는 지역에 갔는데, 그곳 지부장님과 지부장님 가족들은 현지인들과 따갈로그어로 대화하셨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하고 따갈로그어는 아예 모르다 보니 늘 바디랭귀지로 대화했고, 그마저도 한계가 있어서 지부장님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지부에서 다음 주부터 세 군데 학교에서 아카데미를 열게 됐는데, 내가 중국어 교실을 맡게 됐다. 영어로 가르쳐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영어를 잘 못했기 때문에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수업 자료를 준비하고, 영어로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대본을 짜는 등 수업 준비를 하느라 매일 밤늦게 잠이 들었다.

다음 주가 되어 수업을 했는데,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중국어를 가르쳐도 학생들이 집중해서 잘 들어주었다. 내 영어 발음이 틀리면 고쳐주기도 했다. 점심 때는 학교에서 나오는 맛있는 점심을 함께 먹었다. 내가 정말 형편없는 선생님이었는데도, 학생들이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저절로 웃음이 나고 행복했다.

처음에 걱정으로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한 달이 금세 지나갔다. 수업이 끝나고 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어 실력이 많이 향상되어 있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나의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지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했다. 이 외에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큰 규모로 열리는 보이스카우트 잼버리 행사 준비도 하고, 칸타타 공연 준비, 댄스 준비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습하고, 소품도 준비하고 노래가사나 동작도 다 외워야 했기 때문에 항상 바빴다. 행사 기간에는 새벽 3시까지 조명이나 무대 설치를 끝내고 리허설을 시작하곤 했기 때문에 쉴 틈이 없었다. 항상 몸은 피곤했다. 하지만 언제나 행복했다. 일은 좀 고되어도 함께 일하는 단원들끼리 언제나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공연은 완벽하게 잘 끝나고, 우리도 즐겁게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중국에 있었을 때는, 일이 있으면 일한 뒤 밥 먹고 노래방에 가서 노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 순간에만 재밌을 뿐이었다. 중국인들은 표면적으로만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고 살았다. 하지만 굿뉴스코 생활을 하며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내가 먼저 다가가 내 마음 속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내가 먼저 손을 건넬 줄도 안다.

그 전에는 귀로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입으로는 ‘네, 알겠습니다’ 해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만 부담스러운 일이 있으면 마음에서 어떻게든 그 일을 피해갈 핑계거리를 찾았다. 하지만 필리핀에 와서 굿뉴스코 단원으로 활동하며 부담스러운 일에 하나둘 도전하다 보니, 조금씩 재미를 느꼈고 도전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이제 새해가 되면 굿뉴스코 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지난해의 경험을 밑천 삼아 새해에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글 | 고재봉(필리핀)
굿뉴스코 해외봉사 덕분에 영어와 한국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는 젊은이. 해외봉사를 통해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인생에서 훌륭한 멘토를 만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굿뉴스코 때 배운 도전하는 정신으로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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