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이 이주하기 전부터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살던 원주민들을 우리는 흔히 ‘인디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인디언Indian’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인도 사람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유전학적으로 인도와는 아무 상관도 없고 직선거리로도 1만 킬로미터는 넘게 떨어진 북미에 살던 이들이 어쩌다 인디언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을까?

그 이유는 바로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1450~1506) 때문이다. 당시 유럽은 각국의 탐험가와 선박들이 세계를 다니며 신항로를 찾아내고 무역과 탐험에 열을 올리던 이른바 ‘대항해 시대’였다. 대항해 시대에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역품은 후추 같은 인도산 향신료였다. 하지만 15세기 중반 강성해진 오스만 제국(지금의 터키)이 지중해 인근을 점령하고 그곳을 지나는 상인들에게 비싼 통행세를 낼 것을 요구했다. 유럽인들은 지중해를 통하지 않고도 인도로 갈 수 있는 신항로 개척에 나섰고, 콜럼버스도 그 중 하나였다.

동생과 함께 지도 제작업을 하던 콜럼버스는 세상이 평면이 아닌 둥근 모양이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서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얼마 안 있어 인도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페인 여왕의 후원을 받아 항해에 나선 콜럼버스는 유럽을 떠난 지 약 두 달 만에 지금의 바하마 제도 지역에 도착했다. 자신이 인도에 도착했다고 착각한 콜럼버스는 이곳 원주민들을 인도인이라는 뜻의 인디언이라고 불렀다.

백인 중심의 관점에서 붙은 인디언이란 이름은 여기서 유래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원주민들은 나라를 이루고 살지 않았다. 북미 대륙은 남한의 수백 배에 달하는 광활한 땅이다. 이 드넓은 땅에 원주민들은 아파치, 나바호, 체로키 등 각자의 부족에 속해 제각기 다양한 언어를 쓰고 문화를 이루며 살았다. 한마디로 인디언이라는 호칭은 이들을 아울러 부를 호칭이 필요했던 유럽인 중심의 관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과 태국,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사람을 단순히 ‘아시아인’ 또는 ‘황인종’으로 뭉뚱그려 이해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미국에서는 원주민을 가리킬 때 ‘네이티브 아메리칸native American’, 캐나다에서는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물론 <투머로우>에서도 그동안 우리에게 친숙했던 인디언 대신 원주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미국과 캐나다의 원주민들은 삶의 목표 상실, 높은 자살률과 실업률, 술과 마약 중독, 건강문제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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