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나라 제 9편 [러시아]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최저 기온 영하 12℃의 추운 나라 러시아. 그 추위를 이겨내는 러시아인들만의 비결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명곡 ‘백조의 호수’, 소설 ‘전쟁과 평화’ 등 아름다운 음악과 문학 작품들을 자랑하는 예술의 나라, 러시아를 소개합니다!

겨울 왕국 러시아

전쟁과 추위로 단단해진 나라
조그마한 공국에서 시작해, 근처에 살고 있던 소수민족들을 통합하고 시베리아를 점령하며 점점 성장한 러시아는 극동에서 동부 유럽에 걸쳐 있으며 세계 면적의 7분의 1을 차지한다. 한반도 면적의 77배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식 명칭은 러시아 연방이며 공화국 21개, 주 47개, 변경 지역 6개, 자치주 1개, 자치구 10개, 수도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특별시 2개 등 총 85개의 연방 주체로 구성되어 있다. 인구수는 1억 4천 2백만 명(2012년 기준)이며 슬라브민족 국가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다민족 국가이다. 레닌 사회주의로 소련이 되었다가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자유시장경제를 도입하고 개방되면서 소련은 붕괴되고 경제가 발전하였다.

잦은 투쟁과 전쟁으로 비극적인 일들도 많았지만 나폴레옹 전쟁, 제2차 세계대전 등의 전쟁에서 승리한 강대국이다. 러시아는 예로부터 여러 나라들의 침입을 받으면서 하나로 뭉쳐 행동하는 집단주의적 성향을 보였으며, 민족에 대한 강한 자긍심으로 외부의 침입을 막아 낼 수 있었다. 또한 러시아 사람들은 오랜 세월 추위를 이겨 내면서 생활터전을 일구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와도 인내하는 마음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와도 “에따 러시야(Это Россия, 이게 러시아다)” 하면 끝이 난다.

‘스 노븸 고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븨곳’이라 칭하는 러시아의 새해 연휴 기간은 12월 31일에 시작해 길게는 1월 8일에서 14일까지이다. 12월 31일 저녁에는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덕담을 나눈다. 한국에서는 떡국을 먹지만 러시아에서는 휴일을 의미하는 빨간 색깔의 귤, 샴페인, 올리비예 샐러드 등을 먹는다. 이외에도 칠면조, 거위, 닭구이를 먹고 ‘삐록’이라는 파이도 먹는다. 12시가 되기 전에 대통령의 새해 인사를 듣고, 연설이 끝나면 모두가 거리로 나와 기쁨을 표현하는 폭죽을 터트린다.

러시아는 그레고리력이 아닌 율리우스력을 쓰기 때문에 크리스마스가 12월 25일이 아닌 1월 7일이다. 트리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새해와 관련된 노래 ‘브 레수 라딜라스욜로츠카’를 다 같이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돈다.

새해를 기념하는 의미로 초콜렛이나 그해의 동물을 상징하는 장신구 등의 선물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하고, 자신에게 스스로 새해 소망을 담은 편지를 써서 부치기도 한다. 새해가 지난 며칠 후 자신이 보낸 편지를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 올해는 모두 ‘포춘 카드fortune card’를 써보자.

춥지만 따뜻하게 지내는 비결
러시아 하면 하얀 눈으로 덮인 넓은 평원의 풍경들을 주로 떠올리지만 1년 365일 추울 것 같은 러시아에도 사계절이 존재한다. 한국의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면 러시아 땅에는 파릇파릇한 초록빛이 돌기 시작한다. 러시아에서 초록 잔디를 볼 거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는데, 여름은 너무나 청량하고 심지어 더운 날도 있었다. 물론 “아, 와 이리 덥노”라는 말을 내뱉을 즈음이 되면 더위가 사그라들기는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러시아에서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내지?’ 하며 염려하겠지만 실내는 무척 따뜻하다. 건물 벽이 두껍고 방마다 난로가 설치되어 있으며 도시 전체를 물로 데워서 건물마다 온수가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러시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겉옷이나 목도리 같은 물품을 맡기는 곳이 있다. 특이한 기후 현상으로는 5월부터 6월까지 2달 동안 나타나는 백야현상이 있다. 그 기간에는 밤 12시에도 환하며 새벽 2시가 되면 다시 동이 터서 빨리 일어나게 된다.

한번은 길을 걷다가 비가 갑자기 왔다. 그래서 비를 피하러 버스정류장에 갔는데, 이상하게도 러시아 사람들은 비가 오나 안 오나 상관없이 비를 맞으면서 길을 걷는 것이었다. 러시아 친구에게 왜 우산을 안 쓰냐고 물었더니 “야 니사하르(Я не сахор, 나는 설탕이 아니다)”라고 답을 했다.

비는 언제 올지 모르고 우산은 무겁고, 비를 조금 맞는다고 몸이 녹는 것도 아니기에 우산을 굳이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러시아 사람들은 보드카를 마시며 추위를 이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러시아에는 차 문화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다. 1인당 연간 550잔 정도의 차를 마신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차를 많이 마신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티타임이라는 것은 단순히 추위를 녹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담화를 나누며 인생의 고찰도 하고 회포도 푸는 시간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 가정에서 차를 끓이는 데 사용하는 주전자 사모바르, 옛날 가정마다 있었던 러시아풍 난로 페치카, 귀마개가 달려있는 러시아의 모자 샤프카 등 기구나 도구들을 사용해 추위를 피하기도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마냥 추위를 막는 것이 아니라 적응을 한다. 예를 들면 아기 엄마들은 아주 추운 날에 집에만 있지 않고 계속 추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하곤 한다. 또 건강한 사람들은 이한치한以寒治寒으로 가장 추운 날 얼음을 깨고 물 안에 들어간다. 이런 사람들을 모르쥐(물개)라고 부른다.

겨울 스포츠의 강국
겨울이 길고 눈이 장마처럼 오는 러시아의 집 주변 공원과 숲속에는 노르딕 스키를 즐기는 모스크바 시민이 많고 얼어붙은 호수에는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로 꽉찬다. 평상시 스키복을 입고 다닐 정도로 스키나 스노우 보드는 국민 스포츠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러시아 사람들에게 동계스포츠는 생활이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특히 아이스하키의 강국으로 러시아에는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아이스하키 리그가 있다. 러시아 출신의 유명한 선수로는 러시아 최초로 NHL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알렉산더 오베츠킨이 있다. 엄청난 스피드, 정확한 슈팅, 자유자재로 퍽을 다루는 천부적 개인기로 억만불의 사나이가 되었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2005~2006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뒤 2007~2008 시즌에는 정규시즌 MVP와 포인트 왕 등 그해 걸린 상을 모조리 싹쓸이했다.

바이애슬론은 원래 북유럽 지역에서 군인들이 스키를 타면서 사격을 하는 모습을 스포츠로 만든 것이다. 아쉽게도 지난 12월 6일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국가 주도의 도핑 스캔들로 평창올림픽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대신 올림픽기를 달고 개인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다. 러시아 겨울스포츠 각 종목 단체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개별출전을 결정하면서 러시아 국민들의 또 다른 기대를 모으고 있다.

러시아를 만나보는 곳
러시아는 세계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나라인 만큼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움도 크다. 6박 7일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가면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을 볼 수 있다.

캄차카 화산군
캄차카 화산군

◆캄차카 화산군
세계에서 화산이 가장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약 160개의 화산이 있으며 이 중 29개는 아직도 활동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화산지역이라 불리는 이 곳은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러시아 정부로부터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더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업 및 수산업의 발전과 해군력 증강 등으로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해 캄차카 반도 전체 인구는 약 35만 명이다.
 

바이칼 호수
바이칼 호수

◆바이칼 호수
시베리아 남서쪽에 있으며 면적이 3,150,000㏊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2,500만 년), 가장 깊은(1,700m) 호수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오지에 묻혀 있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인지 지구상 가장 깨끗한 물로 남아있고, 2,60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로 199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붉은 광장
모스크바에 위치한 러시아의 가장 유명한 명소라고 할 수 있다. 메이데이와 혁명기념일에 붉은색 현수막이 걸리고 붉은 깃발을 든 사람들이 광장에 모이면서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는 데서 유래해 붉은 광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레닌의 묘, 성 바실리 대성당, 러시아 국립역사박물관 등이 있다.
 

◆여름궁전
페테르고프에 있는 러시아 제국 시대의 궁정으로 표트르 대제가 서유럽과의 왕래를 위해 포구와 숙소로 사용하려고 지었는데 여러 왕들의 손에 거쳐 오늘날 가장 아름다운 궁전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핀란드 만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분수가 가득한 정원으로도 유명하다.

◆성 이삭 대성당
성 이삭 대성당은 정교회의 성당으로 지어질 당시 러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공사기간만 1818년부터 1858년까지 무려 40년이나 걸렸다. 여기서 이삭은 우리가 흔히 아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서는 달마시아 출신의 이삭 성인이다. 이삭 성당은 세계 4대 성당에 들어갈 정도로 매우 규모가 크다. 위에 있는 황금 돔이 인상적인데 무려 100kg 이상의 황금을 도금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현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가 있으며 꼭 방문해야 할 명소 중 하나이다.

러시아에서 꼭 먹어봐야할 블린늬
러시아의 전통음식이며 봄을 알리는 마슬레니차라는 축제 때 먹는 대표적인 음식인데 팬케이크의 일종으로 우리나라의 빈대떡이나 부침개랑 비슷하다. 예부터 전해져 내려와 아직까지도 러시아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블린늬는 ‘쩨례목’이라 불리는 프랜차이즈 체인점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블린늬를 만드는 방법은 쉽고 간단해서 한국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차이코프스키와 톨스토이의 나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 공연들은 모두 러시아에서 만들어졌다. 프랑스 출신의 안무가 마리우스 쁘띠빠에 의해 탄생되었는데 쁘띠빠는 프랑스에서 점점 변질되어가는 고전발레를 보존하고자 러시아로 건너왔고 차이콥스키와 같은 뛰어난 작곡가를 만나 이런 걸작들이 탄생되었다.

발레는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는 예술에 욕심이 강한 나라여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사조 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러시아 황실은 1673년 러시아에서 처음 열린 발레 공연에 큰 감동을 받아 유럽화 정책의 하나로서 발레를 민중의 오락으로 채택하였고, 황실 무용학교를 세우고 우수한 안무가를 초빙하여 교육하는 등 발레 발전에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그 결과 러시아는 지금 까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발레 작품들을 여러 편 만들어낼 수 있던 것이다.

러시아 문학은 약 천 년의 역사를 가졌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작가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20세기 세계문학에 큰 영향을 끼치며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안나 카레니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전쟁과 평화> 등 걸작 중의 걸작을 쓴 톨스토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제목으로 잔잔한 어조로 우리의 마음에 위로를 주는 천재시인 푸시킨 모두 러시아의 보물로 존중받고 사랑받고 있다.

러시아 음악
본래 음악의 고장은 유럽이지만 유럽의 예술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그 시대의 러시아 왕들과 귀족들은 계속해서 예술품을 수입해 오거나 유럽으로 음악을 배우러가는 일이 잦았다. 그 무렵 미하일 글린카는 유럽의 음악을 본딴 것이 아닌 러시아만의 색깔을 지닌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글린카로부터 현재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전세계에 영향을 끼친 작곡가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며 현재도 계속해서 러시아 음악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또한 러시아 정교회 건물에서 드리는 예배의 모든 음악은 악기나 반주 없이 순수합창으로 이루어진다.

후에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합창곡들을 보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합창기법들을 많이 사용하였고, 라흐마니노프뿐만 아니라 다른 러시아 작곡가들의 합창음악에서도 깊은 역사가 느껴진다. 처음 들을 때는 노래가 어둡지만, 막상 그 내면엔 그 어떤 것보다도 밝고 아름다운 러시아 음악의 색깔은 아직까지도 많은 예술 지망생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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