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 구조, 화재 취약 외장재, 스프링쿨러 미작동 등

22일 오전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트센터 화재 현장이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재는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은 합동감식반이 조사중이다.(사진 독자제공)
22일 오전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트센터 화재 현장이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재는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은 합동감식반이 조사중이다.(사진 독자제공)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발화…2층 여성사우나 가장 큰 피해

제천에서 발생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 참사의 원인은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나타난 인재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화재는 1층 필로티 주차장 부근에서 발생했지만, 이것이 29명 사망, 29명 부상이라는 대형 참사를 불러온 것은 건물 구조, 값싼 외장재 사용, 좁은 탈출로, 출입문 고장, 스프링클러 미작동 등 여러 사항이 겹치면서다.

충북 제천소방서의 현장 브리핑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필로티 1층 중앙계단을 통해서 연기가 급속도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2층에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은 1층 필로티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 15대가 모두 전소하면서 발생한 연기로 인한 것이다. 주차된 차량 모두 연쇄적으로 불에 타고 폭발하게 되면서 발생한 유독가스는 1층 주출입구를 비롯해 좁은 복도를 가득 메웠다. 또한 건물 중앙에 화물용 승강기가 설치돼 있었고, 이 통로를 타고 화재 열기와 유독가스가 건물 전체로 빠르게 번진 것으로 보인다.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1층과 가장 가까운 2층은 여성 사우나가 있던 곳으로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에 소방당국은 정확한 발화점주차장으로 추정하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국과수와 경찰 등 유관기관 합동감식반이 파악 중이다.

이번 사고로 사망자는 29명, 부상자가 29명이며 사망자 가운데 23명이 여성들이고 대부분 2층 목욕탕에서 발견됐다. 특히, 화재 당시 사우나 문이 작동하지 않았고 화제경고 음은 울렸지만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와 허술한 건물 관리도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관측된다.

사고가 난 제천 스포츠 센터는 2011년 완공된 건물이며 지하 1층은 기계실이고, 지상 1층이 주자창(필로티), 2층 여성 목욕탕, 3층 남성 목욕탕, 4층부터 7층까지는 헬스클럽, 8층은 음식점으로 사용됐다.

22일 오전 11시경 제천 화재 현장 앞에 취재진(사진 독자제공)
22일 오전 11시경 제천 화재 현장 앞에 취재진(사진 독자제공)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가연성 맹독성 외장재 사용

필로티 구조는 1층에서 발화가 되면, 주변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불길이 확산되기 쉽다. 또 주출입구가 1층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이 통로를 통해 불길과 연기가 번지기 쉬운 구조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신축시 공기 단축,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이 쓰이고 있다. 건물 콘크리트 벽에 스티로폼을 대고 그것을 다시 시멘트 모르타르로 마감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이 화재에는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한국방재학회 회장을 역임한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22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드라이비트와 같은 가연성이 있는 마감재에 대한 문제는 계속 돼 왔다”며 “2010년 10월에 부산 해운대 아파트 화재가 났을 당시와 2015년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 역시 이에 따른 것이며, 세계적으로는 런던 아파트 화재가 2017, 올해 난 것 아니냐, 그때도 문제가 됐는데도 여기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지 않다고 본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 "2015년 이전 완공된 가연성 외장재 사용 고층건물 특별 조치해야"

현재 정부에서는 2015년 사고 이후 그해 10월 관련 법을 개정해 6층 이상의 신축건물에는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전에 이미 세워진 건물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때문에 기존 건물에 대한 특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2일 제천 화재 사고 현장에서는 합동감식반이 정확한 발화지점과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번 화재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한 쪽에는 국화 꽃이 놓여있다. (사진 독자제공)
22일 제천 화재 사고 현장에서는 합동감식반이 정확한 발화지점과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번 화재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한 쪽에는 국화 꽃이 놓여있다. (사진 독자제공)

한편, 정부는 제천시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했고 현장 지원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오전 제천시를 방문해 유가족들과 시민들을 위로하고 현장을 살필 예정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제천시에서는 이근규 시장이 22일 오전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가족에 대한 애도와 장례에 대한 지원방안 등을 밝혔다. 이 시장은 “불이 난 스포츠센터가 두 차례 증축을 거쳤고 소방점검도 지난 11월 말은 마지막으로 관련 법령에 맞게 받았다”면서도 화재원인과 화재 건물에 대한 답변은 합동감식반의 결과를 지켜보고 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기자간담회 후 병원과 장례식장을 돌며 유족들과 감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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