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종길 안산시장

도시와 지역을 위해 이런 정책을 세워 이렇게 발전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하는 분들은 자주 접했다. 하지만 제종길 안산시장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시민들이 사랑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시민들이 떠나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머물고 싶어 하는 그런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 시장이 그리는 시의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에도 심겨 안산은 희망의 도시이자 모두의 고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투머로우> 독자들과 함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시장님 방에 책이 무척 많습니다. 꿈이 고향 바닷가에 서점을 내는 거였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네. 지금도 그게 꿈입니다. 어렸을 때 친구 집에 가면 책장에 책이 가득 꽂혀 있는데, 그걸 빌려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내 방에 책을 가득 꽂아 놓고 살겠다’는 생각을 했죠. 배고픈 사람이 늘 먹을 생각을 하듯이 책을 무조건 모았습니다.

 

시장님이 쓰신 ‘도시’에 관한 책을 봤습니다. 도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사실 저는 생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도시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면서 도시에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지구상에 도시에 사는 사람이 50%를 넘어섰고 가까운 장래에 70%, 향후 80~90%가 될 텐데 도시의 표면적은 3~4%에 불과합니다. ‘도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지구의 자원은 황폐화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누군가는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전공분야에서 일하면서 국내외 여러 도시들을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이 도시는 뭐가 문제일까, 이 도시가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인은 뭘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도시에 대해 더 공부하게 되었죠. 지금도 도시를 잘 아는 건 아닙니다. 도시가 아무리 좋아도 시민들이 불행하면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들이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도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겠지만 제가 해보고 싶었죠.

 

해빙기에 대형 공사장을 직접방문해 안전을 점검하는 제종길 시장.
해빙기에 대형 공사장을 직접방문해 안전을 점검하는 제종길 시장.

‘내가 사는 도시를 알고, 도시의 비전을 찾고, 도시를 살펴보고, 다른 도시들의 좋은 점을 찾아보고, 외국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도시를 안다는 것은 도시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살피고, 배워 발전시켜 간다는 의미로 봐도 될까요?

그렇지요. 제가 시장이 되기 전에 6년 정도 해외에 다니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멜버른, 밴쿠버, 취리히 등 살기 좋은 도시로 알려진 곳들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도 많이 했고요. 그런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들이 있었습니다. 숲이 많다든가 부드럽고 편안한 도시 이미지를 풍긴다든가 하는 것들이죠. 하지만 제가 주목해 보았던 요인은 사람들입니다. 살기 좋은 도시의 시민들은 자신의 도시를 향해 어떤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자부심이 긍정적인 도시 분위기를 만들고 사람들로 하여금 도시에 애착을 가지고 소중히 여기게 하는 걸 봤습니다. 시민들의 좋은 마음이 좋은 도시를 만든 거죠.

우리 안산 시민들에게도 어떻게 하면 자부심과 시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을까 생각하면서 여러 정책들을 계획해 진행했는데, 실질적인 결과와 시민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2016년 2월, 제종길 시장과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서울마리나에서‘안산시 방아머리 마리나항만 개발사업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2016년 2월, 제종길 시장과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서울마리나에서‘안산시 방아머리 마리나항만 개발사업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도시의 외형적인 발달도 중요하지만, 도시가 삶의 터전으로써 제 역할을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 시장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도시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과 사람들 간의 관계, 삶에서 실질적으로 행복을 느끼게 하는 질적인 부분을 변화시키는 일을 해오셨지요?

안산시에 살았기 때문에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안산 시민들은 90% 이상이 외지에서 온 분들입니다. 초창기 안산은 아늑하고 편안한 곳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러다 보니 불안감을 조성하고 마찰도 자주 생기는, 오염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머물 도시라기보다 잠시 살다 떠날 곳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죠. 한마디로 안산이 시민들의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없었던 겁니다. 시민들이 안산을 사랑하고 안산 시민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안산 사랑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살고 있는 곳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언제까지나 그곳에 머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지역 구성원의 주류가 되면 그 도시는 발전하고 행복을 주는 곳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 이미지에 대해 이러한 개념이 형성된 데는 바닷가 시골에서 자란 점이 영향을 주었습니까?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간접적으로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효과나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연과 접한 지역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여러 분야에서 존경받는 인재로 자라는 점이 여러 가지 상황에서 입증이 되고 있고요. 그래서 우리 도시를 ‘숲 속의 도시’로 조성할 계획을 했습니다.

‘숲 속의 도시’는 공기를 맑게 해주고 도시 온도도 낮추어 주고 미세먼지를 막아 주는 등의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숲과 함께 자라면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범죄나 폭력으로 흐를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창의성을 기르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요. 우리나라는 성적을 중시하다 보니 창의성 교육 분야는 낙후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기술적인 부분에 주력할 게 아니라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거닐고, 놀고,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히 창의성이 자라고 거친 성품들도 누그러질 겁니다.

우리 안산시가 최근 여러 부분에서 변화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숲을 통해 얻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도 전국 최고이고요. 10년 후나 아마 머지않은 장래에 안산이 살고 싶은 최고의 도시가 될 겁니다. 아름다운 숲으로 둘러싸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도시이니까요. 시민들이 삶 속에서 문제와 부족함을 겪어도 이런 편안함이 느껴지는 도시 공간에서 활동하면서 즐거움을 맛보다 보면 충분히 행복하리라 생각합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로 연간 552.7GWh의 전력에너지를 생산한다. 발전소 주변 부지에 공원, 전시관, 전망대, 휴게소 등이 조성돼 매월 10만 명이 찾는 안산시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로 연간 552.7GWh의 전력에너지를 생산한다. 발전소 주변 부지에 공원, 전시관, 전망대, 휴게소 등이 조성돼 매월 10만 명이 찾는 안산시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시장님의 인생철학과 삶의 방향을 어떻게 정하며 살아오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젊은이들이 취업이나 진로 문제를 생각할 때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 겁니다. 하지만 이 시대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꿈을 펼치는 시대입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할 일이 무궁무진하지요. 기존의 틀 안에서 직업과 행복을 찾으려고만 하지 말고 좋아하는 분야에 뛰어들어 도전해 보세요. 어떤 분야든 좋습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하거나 다른 분야에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해양생물학자가 됐고, 해양생물학을 하다 보니 환경문제도 생각하게 됐고, 환경문제를 생각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이 도시를 위해 일할 마음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정치인이 된 거고요. 분명한 뜻을 가진 사람이라면 젊더라도 정치인이 되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에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목표로만 달려가지 말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으면 경쟁력이 생긴다고 봅니다.

 

선감동 탄도 바닷길. 탄도항과 누에섬 등대전망대를 이어주는 길로 안산 9경 중 하나이다. 매력적인 분위기와 뛰어난 조경으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선감동 탄도 바닷길. 탄도항과 누에섬 등대전망대를 이어주는 길로 안산 9경 중 하나이다. 매력적인 분위기와 뛰어난 조경으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르다는 점을 새겼으면 좋겠고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드넓은 세상에 내가 할 일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믿고 도전하세요. 좋아하는 분야에 몰두해 후회 없이 해보면 보람을 느낄 겁니다. ‘이 일을 해서 성공할까? 안 되면 어떻게 하지?’ 하며 두려워하거나 계산하지 말고 힘껏 뛰어가 보십시오. 열정을 다 바치면 여러분이 목표하는 데 도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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