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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라면 오르막도 내리막도 즐겁다연중캠페인 '아버지와 가까이'
김소리 기자 | 승인 2017.12.12 13:45

문경에 사는 네 아이의 아버지 서상천 씨가 지난 추석 연휴에 두 아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려고 계획을 했습니다. ‘놀이공원에 데려갈까, 아니면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나 맛있는 음식을 사주어 즐겁게 해줄까?’ 아들을 사랑하기에 고난과 역경부터 맛보게 해주고 싶답니다. 그러기에 아버지는 4박 5일간 자전거를 타고 633km를 달리는 국토종주를 선택했습니다. 서상천 씨가 도전을 시작하게 된 사연과 두 아들과의 여행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꿈을 안고 떠나는 자전거 국토 종주 4박 5일
나는 아들 둘 딸 둘이 있는 가정의 가장이다. 어렸을 때부터 네 자녀의 아버지가 된 지금까지 늘 내가 가진 조건의 한계 안에서 살다 보니 힘이 없고 행복하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면 걱정이 앞서고 짜증스럽고…. 초라한 내 자신이 싫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인드교육을 하시는 한 강사님과 상담을 하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고, 그때 배우게 된 마음으로 몇 가지 일에 도전해 보면서 이전에 몰랐던 행복을 맛보고 있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형편이 좋지 않았다. 나는 공부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고 친구들과 놀기만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오락실에 빠져서 한 학기 동안 학교에 가지 않은 적도 있다. 중학교 시절에는 권투선수 홍수환 씨의 4전5기 이야기를 듣고 복싱 세계 챔피언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운동 실력이 없었기 때문에 금방 포기했다. 어린 나이에도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 제멋대로 지냈고 때때로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했다. 고등학교는 체육특기자로 들어갔는데 운동과 공부 둘 다 하기 싫어서 학교를 자퇴한 후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있는 봉제 공장에 갔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적응하지 못해 한 달 만에 집에 내려왔다.

집에 혼자 있으면서 미래를 생각하면 염려스럽고 두려웠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하고 나름대로 결심을 해보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방탕한 생활로 흘러가곤 했다. 산에 올라가서 소리를 지르고 괴로워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은 별거를 하고 계셨는데, 아버지는 장애가 있으신 데에다 술에 찌들어 사셨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보기가 싫어 집에 가지 않고 친구들 하숙방에서 지낼 때가 많았다. 가정에 불성실하고 무능력한 아버지가 원망스러워서 자주 대들고 싸웠다. 지금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안 계시는데,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가족과 나를 사랑하셔서 했던 행동들과 모습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나 자신 속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아버지와 주위 사람들의 말과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 결혼해서 지금까지의 삶을 종합해 보면 ‘아무래도 나는 안 되겠다’ 는 식의 부정적인 생각들 속에서 지내온 것이 느껴진다. 성실하지 못한 나 자신을 책하고, 능력이 없는 부모님을 원망하며, 현재 처한 상황들을 탓했다. 직장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동료들에게 자주 화를 냈고, 지적을 받거나 문제가 생기면 싸우고 직장을 그만두곤 했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잔소리처럼 느껴져 듣고 싶지 않았다.

한번은 마인드교육을 하시는 한 강사님을 만나 상담을 받다가 이런 내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의논할 기회가 있었다. 강사님은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기보다 나부터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아버지를 보면 좋아하고 자연스럽게 따라할 거라고 하시면서 고졸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교에도 들어가라고 권하셨다. 강사님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아셨는데, 자격증을 따서 자동차 정비 관련 사업도 시작해 보면 어떻겠냐고 물으셨다. 또 동남아와 아프리카로 사업을 확장해 가는 부분에 대한 의견도 내셨고, 강사님처럼 전문 마인드강사가 되어 도전하고 경험하면서 배운 마인드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해보라고 하셨다.

강사님이 꿈같은 이야기를 해주시며 격려해주어서 고마웠고, 제안하시는 이야기들이 무척 흥미로워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좋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부담스럽고 내 처지가 크게 보였다. ‘공부도 안 하고 살았고 갖추어진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검정고시를 치르며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 ‘공부가 부담스러워 피하는 아버지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가르칠 수 있지? 이론적이고 말만 하는 아버지는 되기 싫다’는 마음이 들었다. 또 ‘아무렴 강사님이 모르는 말씀을 하실까. 인생경험이나 지식이 나보다 많고 여러 사람을 지도해주는 분의 조언을 듣고 하나하나 실행해 보자’는 마음이 생겨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시험을 준비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하루 이틀 공부하면 할수록 ‘나도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대학에도 들어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겨 바쁘고 피곤한 중에서 짬을 내어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부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인 2017년 8월 28일에 드디어 합격 통보를 받았다. 검정고시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는 일에도 도전했다.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증인데, 9월 3일이 시험일이라 검정고시와 기간이 맞물려 있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번 도전하기로 마음먹어서인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준비할 힘이 났다. 9월에 치른 필기시험에는 합격했고, 11월말에 있을 실기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증을 받는다.

또 사업장을 갖추기 위해 300평 부지를 매입해 건축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돈이 없어서 못해. 갖추어진 게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한 발을 내딛고 보니 일을 시작하기가 쉬웠고,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방법을 제시하고 도우려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지난 추석에는 긴 연휴를 무얼 하며 보낼까 고민하다가 또 하나의 도전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다녀오거나 밀린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첫째 아들이 자전거 국토 종주 이야기를 꺼냈다. 나도 마인드강연회에서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이 지능지수나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이런 기회에 두 아들이 고난과 어려움을 맛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인천 아라 서해갑문에서 출발해 부산 낙동강 하굿둑에 도착하는 4박 5일, 633km의 코스인 자전거 국토 종주의 타이틀을 나는 ‘꿈을 향해 달리자!’로 정했다. 사람들이 꿈을 꾸지만 현실이라는 벽이 나타나면 피하고 포기한다. 안 좋은 현실과 문제, 어려움이라는 벽 앞에서 생각 하나를 바꾸고 도전을 이어가는 법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서 이런 타이틀을 붙인 것이다.

첫째와 둘째 아들을 데리고 자전거 여행이자 마음의 여행을 떠났는데, 달리다가 오르막이 나오면 이렇게 이야기했다. “얘들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거야. 올라갈 때 오르막만 쳐다보면 힘들고 부담스럽지만 잠시 후에 내리막이 나올 걸 생각하면 희망을 갖고 쉽게 넘을 수 있어. 또 오르막을 오를 때 이렇게 생각해봐. ‘이건 내리막이야.’라고 말이야.”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는 걸 두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고, 힘든 시간을 겪고 나면 행복한 시간이 찾아온다는 것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발할 때 아이들이 별 탈 없이 건강한 것이 감사했고 날씨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또한 다행스러웠다. 하루하루 새로운 힘을 얻으며 아이들과 길을 갈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정말 행복했다. 먼 거리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동안 엉덩이도 아프고 군데군데 헐고 지치기도 했는데, 아이들과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외치며 목표점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아이들은 중간중간 내가 해주는 말에 공감하며 국토 종주를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에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내 경험과 함께 이야기해줄 수 있었는데, 국토 종주를 마친 후 첫째 아들이 자신의 공부방에 이렇게 써 붙여 놓았다. ‘공부는 재미있다!’ 사실 그동안 나는 아이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소통을 하지 못하고 ‘해라 하지마라’ 하는 명령식의 말을 했다. 대화를 거의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가지 일을 통해 이전에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헤아려 보게 되었고, 이야기해 주고 싶은 것들도 많이 생겼다. 아이들은 내가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도 용기를 얻었다고 하며 학교에서 아빠처럼 도전하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너무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아이들에게 뭘 잘하라고 할 필요가 없었다. 내 마음과 삶이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었다.

자전거 국토 종주에 도전하며 아이들에게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는 마음을 심어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러한 행복은 무엇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행복의 시작점에 강사님의 조언을 듣고 한걸음 내디딘 발걸음이 있었다. 나는 내가 처한 상황과 문제를 크게 여기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를 위해 성심껏 이야기해 주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안 될 것은 일들에 도전했을 때 삶에 변화가 찾아오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까지 활력을 찾고 행복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국토 종주 마지막 인증센터인 낙동강 하굿둑에 도착해 찍은 사진인데, 아버지와두 아들 모두 건강하고 무척 즐거워 보인다

첫째 아들 서태성 (중학교 1학년)
출발할 때는 인증 메달을 받아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엉덩이가 의자에 닿기만 해도 아팠다. 힘이 다 빠져서 정신이 반은 없는 상태로 눈만 뜨고 다리만 움직였는데, 중간에 사람들이 ‘파이팅! 힘내세요’라고 말해주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났다. 4일째부터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아빠가 해주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떠올라 계속 갈 수 있었다.

달리다 먹은 김밥, 떡볶이, 어묵의 맛은 잊을 수 없다. 아빠와 함께한 국토 종주의 시간이 갈수록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우리 아빠 엄마에게서 태어난 것이 정말 감사하다.

 

둘째 아들 서은성 (초등학교 6학년)
유튜브에서 자전거 국토 종주에 대한 영상을 찾아봤는데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아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통과하는 것이 즐거웠고, 매점이 나오면 라면과 삶은 계란을 사먹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틀째부터 힘들었다.

엉덩이에 멍이 들고 근육통 때문에 아팠다. 하지만 힘들수록 많이 가야한다고 해서 다음 목표지점을 향해 141km나 갔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아빠와 형과 이야기를 하면서 가니까 먼 길을 쉽게 갈 수있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아빠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렵지만 극복하면 나중에 큰 힘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공부도 하기 싫고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뛰어넘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국토 종주가 너무 재미있었다.

김소리 기자  sori3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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