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바라보는 시각
누군가 내게 “꿈이 뭐냐?”고 물어볼 때면, 나는 자신 있게 “세계 최고의 영화감독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사실 나는 영화를 사랑하긴 하지만 영화 제작에 있어 발군의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러한 내가 이렇게 큰 꿈을 꾸고 다른 사람에게 내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바로 ‘4차원 세계를 보는 시각’으로 말이다.

4차원 세계는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새로운 차원의 세계로 알려져 있다. 간단히 말하면 시간과 공간이 합쳐진 시공간을 의미하는데, 사실 우리는 이미 4차원 세계에서 살고 있다. 다만 4차원 세계에서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 홀로그램처럼 쭉 펼쳐져 있는 것으로 본다. 즉, 과거, 현재, 미래가 한꺼번에 다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인생의 한 좌표일 뿐
우리는 ‘현재’라는 시간을 실존하는 것으로 여기며 ‘3차원 세계의 시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래서 1초마다 뒤바뀌는 ‘현재’라는 시간이 우리 인생의 전부라고 느낄 때가 많다. ‘현재’의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일명 루저loser가 되어 꿈을 포기하고 심지어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나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앞에 보이는 현실 때문에 영화감독의 꿈을 포기하려고 했다.

2014년 1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처절하게 실패했다. 팀원들을 잘 이끌지 못해서 욕도 많이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교에서는 제적을 당하고 말았다. 그때 생각했다.

‘내가 무슨 영화감독이야? 세계 최고는 무슨! 봐, 다들 나를 비웃잖아!’

자꾸만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젠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때, 마지막으로 가까이 지내며 따르던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창성아, 사람들은 눈앞의 현실을 보고 꿈을 포기하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건 그들이 ‘지금’의 모습만 보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지금’이라는 순간은 너의 긴 인생에서 하나의 좌표에 불과해. 네가 보기에 지금 네가 아무것도 없고 초라해 보일 수 있어. 하지만 그건 인생의 한 순간일 뿐이지,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만약 ‘지금’의 네 모습을 보고 꿈을 포기하려는 거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전혀 예상치 못한 조언이었다. 왜 나는 ‘지금’ 실패했으니까 ‘앞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까? 언제부터 나는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 나를 가두고 살아왔을까?

나는 세계 최고의 영화감독이다
꿈을 포기했을 때는 아무 할 일이 없었지만, 꿈이 다시 현실이 되는 순간, 할 일이 많아졌다. 그때부터 나는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쳤던 것처럼, “나는 세계 최고의 영화감독이다!”라고 외치고 다녔다. 물론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제 정신이냐며 비웃었다. 허황된 꿈을 꾸는 미친놈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도 난 사람들이 ‘미래’라고 말하는 내 모습이 실제라고 여기며 현재를 살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상업 영화 제작팀에서 연출부 일을 하고 있다. 유명한 영화제작자, 영화감독, 영화배우들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며 친분을 쌓고 있다.

혹시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 꿈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지금’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나처럼, 제적생이라는 현실을 내 모습이라고 본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의미한 인생을 살고 말 것이다. 반면, 세계 최고의 영화감독이라는 미래를 지금의 내 모습으로 본다면, 할 일이 너무 많아 신나는 인생을 살 것이다. 당신은 인생의 모습을 어디에 맞춰 놓고 살 것인가?

 

김창성
아주대학교에서 미디어학을 전공하고 있다. 2012년에 중남미 칠레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세계 최고의 영화감독이 되어 사람의 마음과 삶을 바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요즘은 ‘밀짚모자 영화사’의 제작 현장에서 연출을 익히느라 비지땀을 흘리는데,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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