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문에 달아 놓은 블라인드를 참 좋아한다.
블라인드를 내리면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고
창밖 어수선한 풍광을 가려주어서 365일 블라인드를 내리고 살았다.
어느 날, 이사하느라 블라인드를 떼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면서 창문 너머로 한 폭의 낯선 풍경이 보였다.
뭉게구름이 있는 파아란 하늘과 초록과 주황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는 논,
저 멀리 산이 보이는 풍경이 참 예뻤다.
창문을 닫고 블라인드를 내려서 이 멋진 풍경을 이사가는 날 보게 되다니….
블라인드를 내린 상태로는 창밖의 아름다움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내 마음도 그렇게 블라인드를 내린 채 살아온 건 아닐까?
나와 맞지 않는 것들을 차단하며 편협하게 살아온 내 모습이 보였다.
이사하는 날 블라인드를 떼내듯 내 마음속 블라인드도 걷어냈다.
이제는 따스한 창밖 햇살도 느끼고 해가 떠오르는 멋진 산도 볼 수 있고
곧 있으면 하얀 눈으로 뒤덮인 멋진 풍경도 보이겠지?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도 내 속에 담겨 갈 거야.

글과 사진 | 홍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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