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난가그와 전 부통령, 과도정부 이끌 인물로 부상

37년간 아프리카 짐바브웨를 이끌어 온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93)이 쿠데타를 당하고 결국 탄핵에 접어들었다. 탄핵 사유는 무가베 대통령 부부의 재산 축적, 측근 부패, 권력 남용, 짐바브웨 경제 파단 등이다.

현재 무가베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집권여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로부터 대표직에서 박탈당하고 그의 아내 그레이스도 제명된 상태다. 집권여당은 무가베에게 20일 정오까지 사퇴하라며 불복할 경우 정식적인 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무가베는 지난 1980년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끈 영웅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앉았지만. 집권 기간 동안 짐바브웨는 아프리카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추락했고, 반대로 그는 지난 37년간 재산을 축적했다. 무가베는 독립 후 백인 지주들로부터 몰수한 토지 등의 최대 지주인데다, 대통령 부부의 호화 생활이 해외 토픽에 오르내리며 국내외의 비난을 샀었다. 그러다 최근 41살 연하의 부인 그레이스에게 권력을 넘겨주려는 그의 행보가 결국 군사쿠데타를 불러왔다.

무가베 대통령과 영부인 그레이스 무가베. (사진 SA breaking news)
무가베 대통령과 영부인 그레이스 무가베. (사진 SA breaking news)

무가베는 실제 다수의 호화저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체인 구슝고 유업을 비롯해 보육원과 사립학교 등을 소유하며 집권단 간부 자녀들이 해당 학교에 다니도록 해 무가베와 끈을 만드는데 이용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수백만 달러 상당의 호화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가베 대통령 부부.
수백만 달러 상당의 호화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가베 대통령 부부.

무가베의 후계를 노렸던 부인 그레이스는 그의 비서출신으로 명품을 좋아해 ‘구찌 그레이스’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사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콩,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등지에 수백만 달러 상당의 호화주택을 소유하고 구슝고 유업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인접 아널드 농장을 탈취하고 경찰을 보내 320가구 농장 주민들을 추방하는 일을 벌이기도 했다.

그레이스는 남편인 무가베 대통령이 연로해지자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며 2014년부터 집권여당의 여성 연맹을 이끌고 왔지만, 이번 쿠데타로 여성 연맹에서도 퇴출됐다.

환호하는 시민들(사진 The Standard)
환호하는 시민들(사진 The Standard)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가택연금을 당했던 무가베 대통령의 퇴진 촉구 시위가 열렸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노래와 춤, 휘파람과 경적으로 사실상 퇴진을 기정사살화하며 기뻐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지 주민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히 독재자의 퇴출 요구가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무가베는 19일 짐바브웨 국영TV에 출연해 대국민연설 생중계로 “나에 대한 비판과 국민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정치적 혼란을 인정하면서도 끝내 ‘사퇴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집권당은 무가베에 대한 탄핵 절차 밟기에 들어섰다.

짐바브웨 국방부(ZDF) 사령관 인 콘스탄티노 치 엥가와 악수하는 무가베 대통령(사진 우) (사진 The Herald)
짐바브웨 국방부(ZDF) 사령관 인 콘스탄티노 치 엥가와 악수하는 무가베 대통령(사진 우) (사진 The Herald)

집권당 지도부는 무가베의 탄핵을 위한 의석 확보를 위해 제1야당인 민주변화동맹(MDC)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무가베 대통령의 탄핵을 시도했던 적이 있는 제1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은 집권여당 내에서도 무가베를 반대하고 있어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전 부통령 음난가그와 ‘다음 정권’ 노린다

짐바브웨 전 부통령 음난가그와(사진 Emmerson Dambudzo Mnangagwa facebook)
짐바브웨 전 부통령 음난가그와(사진 Emmerson Dambudzo Mnangagwa facebook)

현재 짐바브웨 의회는 다수당인 ZANU-PF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 지지 세력과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여사를 지지하는 파벌 'G40'으로 나뉜 상태다. 무가베를 탄핵하려면 짐바브웨 의회에서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무가베에 의해 경질돼 해외로 도피했던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17일 국내로 복귀해 내년 대선에서 새 집권당 후보로 출마하며 공석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음난가그와는 집권당의 새로운 당대표 후보로도 지명된 상태다. 이에 대한 정식 승인 절차는 12월 17일로 예정됐다.

미국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은 CNN과 인터뷰에서 “짐바브웨는 새로운 길을 향할 기회를 갖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는 민주적 선거와 인권 존중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혀 군부의 무력행사 자제를 촉구하되 지금까지 활동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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