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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쌤’이 말하는 영어공포증 탈출 위한 4가지 팁MENTORING
김성훈 기자 | 승인 2017.11.20 16:11

유치원생부터 어른까지, 영어 공부에 엄청난 돈과 시간을 쏟지만 여전히 ‘영어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병을 치료하려면 좋은 약 못지않게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도 중요한 법! 미국 고교에서 10년 동안 영어를 가르친 ‘애틀랜타 쌤’ 김희령은 말한다. ‘영어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만 버려도 얼마든지 원어민과 통通할 수 있다’고.

제가 영어를 처음 공부한 건 중학교에 들어가 ABC를 배우면서였습니다. 당시에는 별다른 영어 참고서가 없어 교과서로만 공부했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성문 기본영어>와 <성문 종합영어>를 각각 세 번씩 떼며 공부했어요. 요즘도 성문 영어 시리즈가 열성 어머니들 사이에서 거쳐야 할 하나의 코스처럼 통하고 있더라고요.

아무튼 그렇게 공부한 덕에 시골에서는 영어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이화여대 영어교육과에 들어갔는데,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어요. 외교관이나 대기업 해외 주재원 자녀 등 외국 거주 경험이 있어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1학년 때부터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수님과 영어로 대화하고 영어로 과제를 제출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더라고요. 제가 대학생 때는 지방 출신 학생들이 방학이 되면 집에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방학 기간 내내 종로의 어느 학원에서 영어 공부에 매달렸죠.

그렇게 문법과 독해 위주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공부하면서 좌절을 경험하고, 미국에 유학을 가서 영어 교수법을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또 현지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는 동안 온갖 어려움을 다 겪으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어요. 많은 한국인들의 마음에 영어가 쑥쑥 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잘못된 마인드가 있더라는 겁니다. 대략 4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러스트 | 안경훈

첫째,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야 해!’라는 강박관념과 자격지심입니다. ‘영어를 문법적으로 전혀 오류가 없는 문장으로, 원어민과 구분이 안 될 정도의 발음을 하며 막힘없이 술술 구사한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꿈꾸어 봤음직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인들만큼 영어공부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쏟아 붓는 국민들이 있을까요? 하지만 투자한 것에 비하면 한국인만큼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국민들도 드물 겁니다. 우리에게 영어란 과연 무엇일까요?

제가 미국에 살 때 영어 잘한다고 저를 칭찬하는 미국인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기분이 좋고 또 고마웠죠. 아마도 미국에서 자라거나 공부하지 않은 제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영어를 잘하는 걸 보니 칭찬해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저 같이 한국 출신 외에도 유럽의 여러 나라와 멕시코, 인도, 아랍 출신 등 비非 원어민이 많습니다. 이들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살지만 원어민과 같은 영어를 구사하지는 못해요. 그렇다고 그들이 자신의 부족한 영어 실력을 부끄러워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아요. 그들에게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며, 미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도구일 뿐입니다. 때문에 미국인처럼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는 건 물론이고, 특유의 억양이나 발음을 고치려 하지도 않습니다.

반면에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영어 때문에 느끼는 열등감과 스트레스는 대단합니다. 한국식 발음에 콩글리시 문장, 게다가 더듬더듬 말하는 속도까지…. 그래서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더욱 영어를 파고들라고 강조합니다. 심지어 영어학습에 지장을 주는 한국어는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집에서 한국어에 비중을 두고 가르치기보다 영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입니다. 학교에 들어갔을 때 미국 학생들과 경쟁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자녀로 키우려고 애를 쓰는 거지요.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은 한국인의 영어학습을 방해하는 좋지 않은 마인드 중 하나입니다.

영어가 한국어보다 우월한 언어가 아니며, 영어능력이 지성의 척도도 아닙니다. 미국 사람들도 영어를 잘 못한다고 무시하지 않습니다. 제 남편은 미국인이고 영작문을 가르치는 교수이지만 제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고 지적하거나 무시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인은 영어에 대해 스스로 만들어낸 자격지심이 있습니다. 영어 못해서 주눅이 들고, 틀렸다고 창피해 하고, 콩글리시로 말했다고 자존심이 상해 하는…. 이러한 마인드가 영어를 배우려는 우리의 의욕을 점차 사라지게 해서 결국 영어를 포기하게 만듭니다.

영어는 하고 싶은 말, 즉 의미contents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아무리 선물상자가 예뻐도 안에 선물이 없다면 껍데기에 불과하지요. 제가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동료들이 제가 완벽하지 않은 영어를 해도 제 의견을 물을 때가 많았습니다. 영어교수법과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들에 대해서요. 그들이 귀를 기울이는 건 제가 말하려는 메시지이지 영어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아나운서처럼 유려하고 멋있게 영어를 말하려고 욕심을 부리면 내 영어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져서 입을 열 수가 없어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면 아는 단어를 활용해서 영어로 말하기를 시작해 보세요. 예를 들어 ‘배가 고프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 ‘Hungry?’라는 한 단어면 충분합니다. 더 길게 말하고 싶다면 ‘You hungry?’, 좀 더 길게 하고 싶다면 ‘Are you hungry?’라고 하면 되지요. 얼마 전 TV 프로그램 ‘1박2일’로 유명한 나영석 PD가 칸영화제에서 한 강연을 들었습니다. 나 PD는 영화제에서 한국식 영어를 구사했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담은 강연으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의미와 메시지란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나는 자나 깨나 한국인!’이라는 한국산 자존심입니다. 제가 미국 고등학교에서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비원어민 학생들을 위한 영어) 교사로 근무할 당시, 아침마다 1교시 전에 ‘Pledge of Allegiance’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의 ‘국기에 대한맹세’와 비슷한 건데요. 학생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웁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 학생들은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나도 손을 가슴에 얹지 않는 거예요. 다른 이민자 학생들은 별다른 거리낌 없이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데 말입니다.

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학생들이 미국에 살기 위해 이민을 왔고, 달리 말하면 미국이 자신들을 시민으로 받아 주고 꿈을 이룰 기회를 준 것인데 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경직돼 있는 것일까?’ 저는 그 이유를 ‘한국산 자존심’이라는 한마디 말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앞에서 말한 ‘자격지심’처럼 영어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경이나 추종도 문제이지만, ‘나는 어디에 가나 한국인’ 이라는 우월의식도 영어 공부에는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미국식으로 발음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왜 혀를 굴리느냐?’고 핀잔을 주거나 미국인 특유의 제스처를 섞어가며 말하면 ‘웬 방정이냐?’고 거부감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언어는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문화를 이해해야만 쉽고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 문화는 배척하고 영어라는 기술, 도구만 배우려는 배타적인 자세로는 반드시 한계에 부딪힙니다. 세계 무대에서 환영받는 글로벌 한국인이 되길 바란다면 자존감self-esteem은 좀 높이고, 자부심pride은 좀 낮추세요. 그런 마인드가 꼭 필요합니다.

셋째,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건 한계가 있어!’ 라는 선입견입니다. 저는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학부모님들을 만날 기회가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문법과 독해 위주로 가르치는 한국식 영어교육이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유창한 영어를 습득하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잘못된 편견이라고 생각하지요.

한국의 영어교육 시스템은 굉장히 잘 짜여 있습니다. 중·고등학생 시절에 영어교과서만 충실히 공부하고 소화해도 기본적인 문법을 모두 터득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교재또한 종류가 무척 다양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교재는 한국에 와서 샀어요.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습자를 위해 만든 교재는 한국이 단연 최고입니다. 한국만큼 교재를 잘 만드는 나라는 없더라고요. 미국인 선생님들도 한국 교재를 보면 내용이나 디자인이나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고 감탄을 합니다. 제가 그러한 한국 교재를 사용해 한국에서 배운 방법으로 가르치는 걸 보고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거나 가르친 적이 없다’고 말하며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영어권 드라마나 영화, 노래 등 다양한 학습 자료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서점을 통해 해외에서 책을 구하기도 쉽고요.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24시간 영어로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일러스트 | 안경훈

넷째, 지나친 ‘체계와 규칙 선호주의’입니다. 미국에 살다가 한국에 왔는데, 한국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만나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에는 나이와 언어능력 별로 읽어야 할 영어동화책의 목록이 매우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그런 목록을 표준으로 삼아 잘 따르는 분위기였고요. 물론 그러한 체계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진 것이었고,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 다양한 영어권 나라의 책들이 망라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단계별로, 특정 작가의 책을 골라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함께 도서관에 가서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선택해 가지고 와서 읽게 했습니다. 한번은 한국 부모님으로부터 ‘영어 읽기를 가르칠 때 어떤 책이 좋으며,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읽히고 저의 노하우로 가르친다’고 답했는데, 체계적이지 않은 것 같다며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어요.

‘이 정도의 책은 읽어줘야 한다’, ‘○○○ 작가의 책은 꼭 읽어야 한다’라는 식의 단계를 중시하는 경향은 사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요. 한국인들의 영어 사랑 방식이 특별하기는 하지만 같은 목표에도 도달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듯, 영어를 습득하는 방법도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따라서 특정 방법, 체계, 코스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영어 공부법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별한 영어 공부법’은 까다로운 한국인의 관심을 끌어 교재를 팔기 위한 상술인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읽기는 정해진 단계 없이 그냥 읽기만 해도 실력이 꾸준히 향상됩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영어 공부의 사점死點을 넘어라!’입니다. 지금까지 영어 공부에 방해가 되는 4가지 마인드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질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어를 공부해야 할까?’라고요. 저는 현재 인터넷 라디오에서 ‘통通하는 영어’라는 영어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영어의 수준은 말 그대로 소통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겁니다. 저는 미국에서 교사를 했고 미국인과 결혼했지만 제 영어는 절대로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어로 대화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어떻게 통하는 영어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드리기 위해 제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면서도 저는 외국인들과 소통이 자유롭지 않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외국인이 한국어 강의와 강연을 듣는 걸 통역해 주어야 하는 일을 맡게 됐어요. 처음에는 정말 부담스러웠죠. 하지만 피할 수 없어서 제 영어 실력을 총동원해 한 시간 한 시간 통역했는데,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더라고요. 조금만 해도 에너지가 소진되어 기진맥진할 정도로요. 정확히 통역하기 위해 강사의 이야기를 100% 집중해서 듣고 영어로 문장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두 달 정도를 하고 나니 어느 날 갑자기 꿈이 영어로 꾸어지는 거예요. 꿈속에서도 영어로 대화했단 말입니다. 또 이전에는 100% 대화에 집중해야만 말이 들렸다면 그 뒤로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영어가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귀가 열린다는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죠. 말로만 듣던 귀와 입이 트인다는 걸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초등학교 4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동안 배운 문법이나 어휘, 문장력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영어로 대화하고 생활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습득한 영어 지식들을 실생활에서 써봐야 영어가 트인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한국에서만 영어를 공부한 ‘국내파’와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산 ‘해외파’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저는 영어를 꾸준히 공부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영어 지식들이 이미 머릿속에 많이 축적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주변에 외국인도 없고 해외에 가본 적이 없다보니 그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없었던 겁니다.

통역은 ‘Hello? How are you?’와 같은 단순한 회화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회화만으로는 실력이 늘기가 어려워요. 사점을 넘어야 합니다. 사점이란 장거리 달리기를 할때 뛰다가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고, 달리기를 포기하고 싶어지는 시점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점을 넘을 때 새로운 힘이 생기고 실력도 한 단계 올라서게 됩니다. 영어공부를 할 때도 비슷합니다. 내가 가진 실력을 총동원해서 말을 하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듣다 보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 어느 날 갑자기 실력이 뛰어오릅니다.

요즘에는 여행, 교환학생, 봉사활동 등 대학생들이 외국에 가서 영어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 무척 부럽습니다. 좋은 기회들을 잘 활용하길 바라고요.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앞에서 말한 ‘영어의 발목을 잡는 4가지 부정적인 마인드’를 버리고 오늘부터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길 바랍니다.

김희령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 주립대Georgia State Univ.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조지아 주의 그윈넷 공립고등학교Gwinnet County Public School에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ESL 교사로 근무했다. 현재 인터넷방송에서 ‘애틀랜타 쌤의 통하는 영어’를 진행하는 선생님이자 청취자들의 영어고민을 풀어주는 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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