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초·중등교육부 장관 도코라

한국에서는 보통 아는 사람이나 특별히 만난 사람에게 인사하지만 짐바브웨는 거리를 지나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인사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짐바브웨에서는 누구나 이웃이 된다. 이런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이끌어 가고 있는 도코라 장관을 만났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학생들이 효과적인 교육을 받고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삶 속에서부터 배워왔다는 도코라 장관은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직장을 옮겨 수학, 생물학, 화학, 지리학, 물리학 학사 학위를 가진 약 3,000명의 과학 교사들을 배출했다. 공부하는 즐거움과 가르치는 즐거움을 잘 아는 그이기에 교사들에게 이론이 아닌 마음을 심었다.

학생들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장관직을 수행하고 계시는데요. 장관님의 학창시절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짐바브웨의 역사에 대해 짧게 소개하고 싶어요. 짐바브웨는 1890년부터 영국의 식민지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1896년과 1897년에 영국을 상대로 싸웠습니다. 영국에서는 ‘해방 전쟁’이라고 불렀지만 짐바브웨 국민들은 ‘첫 번째 치무렝가Chimurenga’라고 합니다. 치무렝가는 짐바브웨 말로 ‘해방을 위한 전쟁과 투쟁’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는 첫 번째 치무렝가에서 패해 여전히 식민지 상태로 있었지만 마음으로 굴복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1960년대에 ‘두 번째 치무렝가’가 있었고 결국 승리한 거지요. 1980년 4월에 짐바브웨는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독립했습니다.

저는 독립 이전과 이후 시대를 모두 겪으며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린 시절에 겪은 가난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내는지 보고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때 가장 즐거웠던 일은 학교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했죠. 학교에서 공부하고, 문제를 풀고,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됐습니다. 하루는 수학 시간에 주어진 문제를 다 풀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친구들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에게 수학 문제를 어떻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 일을 계기로 배우는 즐거움도 크지만 가르치는 일 또한 가치 있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남부 아프리카 잠비아와 짐바브웨 사이에 있는 잠베지 강의 빅토리아 폭포.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다.
남부 아프리카 잠비아와 짐바브웨 사이에 있는 잠베지 강의 빅토리아 폭포.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다.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다가 이후 교사를 양성하는 일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치무렝가로 인해 독립할 당시에는 많은 학교시설들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만큼 파손되었습니다. 특히 지방이 더욱 심각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했지요.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학교를 다니고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의 책임감과 역량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목표도 혼자서는 달성할 수 없기에 교사들이 먼저 마음을 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도 직업훈련센터를 전국에 설립하여 많은 일을 진행함과 동시에 언론을 통해 정부가 공교육기관을 세워 어떤 일을 하는지 국민들에게 알려 조직의 소리를 하나로 조율해 화합하도록 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수업 중 형형색색의 크레파스를 나눠 쓰는 짐바브웨 초등학생들.
수업 중 형형색색의 크레파스를 나눠 쓰는 짐바브웨 초등학생들.

현재 짐바브웨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새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를 주려고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지식은 전달했지만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가르쳐 주지 못했습니다. 졸업장을 받은 수천 명의 학생들이 ‘나 졸업했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니?’라고 질문하면 돌아오는 답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에 대한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높았죠. 그래서 새로운 교육과정을 통해 기술적인 부분을 확실히 배울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수업을 받으러 가면서 즐거워하는 학생들.
수업을 받으러 가면서 즐거워하는 학생들.

새 교육과정이 알고 싶어지네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짐바브웨는 1980년에 독립했지만 곧바로 땅을 되찾지는 못했습니다. 2000년에 들어와서 우리의 땅을 되찾았고 토지개혁을 했습니다. 2018년에 개정되는 헌법에 의해 30만 가구가 농지를 관리하고 땅을 가지게 됩니다. 이에 맞추어 새로운 교육과정에는 농업에 관련된 사항을 넣어서 교육합니다. 초등학교 때 학생들이 농업에 대해 배우면 중학교 3학년이 되어 실제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짐바브웨는 과학과 수학을 네살 때부터 유치원에서 교육합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과학과 수학의 연관성을 가르칩니다. 단순히 학문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칠 것입니다.

기술적인 것을 확실히 다진 후에는 가치관을 심어주려 합니다. 짐바브웨는 토착 언어들이 있는데,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어린이부터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토착 언어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네가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짐바브웨의 토착 철학입니다. 나를 위하여만 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싶습니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부장관포럼에서 발표하는 도코라 장관.
2017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부장관포럼에서 발표하는 도코라 장관.

발전시키고 싶은 교육 분야가 있으신가요?

사회가 발전하면서 즐길 수 있는 여가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사람들은 그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합니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관람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려 하지요. 제가 짐바브웨를 돌아봤을 때 안타까운 것은 국립합창단이 없다는 겁니다. 한국에 가서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공연을 보았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실력도 대단했고 연주에서 느껴지는 감동과 기쁨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합창단의 음악을 들은 후에 짐바브웨의 새 교육과정에 음악을 넣었습니다. 단순한 동아리 활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문적으로 음악을 가르쳐 제가 느낀 감동과 기쁨을 학생들도 느끼며 누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여가시간을 가장 행복하게 쓸 수 있도록 말이지요.

인터뷰가 끝나고 도코라 장관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직접 가져온 새 교육과정을 담은 책을 선물로 건넸다. 2013년부터 준비해 완성된 책을 보며 450만 짐바브웨 학생들이 앞으로 배우게 될 교육을 생각해 보았다. 어떤 희망의 바람을 일으켜 학생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까. 자못 기대가 되었다.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해맑은 표정의 학생들.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해맑은 표정의 학생들.
학생들이 함께 책을 나눠 보며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이 함께 책을 나눠 보며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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