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푸에르토리코
카리브 해에 위치한 섬나라 푸에르토리코는 연중 온화한 날씨에 깨끗한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고 맛있는 과일을 양껏 먹을 수 있는 지상천국 같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지난 9월 말, 4등급 이상 세기의 허리케인 마리아가 이 아름다운 나라를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푸에르토리코 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전력망은 파괴되어 섬 중 5%의 지역에만 전기가 공급되었고, 항구와 공항도 큰 피해를 입어 구호물자를 수송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식수 또한 부족했고요. 온 나라에 도둑이나 강도가 들끓고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허리케인 마리아가 섬 전체를 한 순간에 폐허로 만든 것입니다.
*허리케인은 가장 약한 1등급부터 5등급까지로 나뉘어진다. 4등급은 주택이 무너지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정도의 세기이다.
어제는 산사태로 많은 피해를 입은 우뚜아도 시의 대피소 두 곳을 방문했습니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이어서 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곳은 전염성 질병이 발생하는 게 큰 골칫거리인데, 저희는 요즘 모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곳은 ‘치쿤군자’나 ‘댕기열’ 등의 모기로 인해 질병이 많아 모기향이 꼭 필요한데, 허리케인 이후에는 모기향을 구하기 어려워 며칠 전에는 3개 도시의 대피소를 다니며 겨우 모기향 한 통을 샀습니다. 그 한 통도 다 떨어져 갈 때 쯤에는 현지인 아주머니 ‘라켈’이 선물해 주어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15명 남짓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대피소에 갔습니다. 아이들은 수해 때문에 학용품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했습니다. 그들에게 제가 가지고 있던 노트와 풀, 가위, 크레용 등을 나눠주었는데 어둡던 아이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답니다. 아이들이 저희 부부에게 언제 다시 오냐고 물었습니다. 재난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공이 많이 해어져 있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축구공, 농구공, 배구공을 하나씩 사서 아이들에게 가려고 합니다.
요즘에는 조그만 것들에서 감사를 느낍니다. 얼마 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으려고 줄을 서 있었는데, 갑자기 시원한 물 한 잔이 정말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때마침 근처 슈퍼에 얼음을 배달하는 차가 막 도착해 얼음을 구했고, 시원한 물을 마시는데 너무 감사했습니다. 또 쓰레기 수거차가 수해 이후에 오지 못하다가 최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쓰레기를 처리해 주는 일도 감사했습니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 매순간 감사하며 건강하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최은성
한국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본지 중남미 총괄이사로 푸에르토리코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굿뉴스코 3기로 페루를 다녀온 이후 국제청소년연합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투머로우>기획이사를 역임했고, 최근에는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에서 봉사활동 및 마인드강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