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대학시절 의료봉사활동을 하러 아프리카에 처음 갔다는 강지연 씨. 신기한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건 뒷전이었다. 불치병으로 생명을 잃어가는 환자들을 보며 그때부터 사람을 살리는 신약 개발을 꿈꾸기 시작했다. 2016년, 다시 한 번 아프리카에 다녀오면서 그들의 병든 몸을 고칠 뿐만 아니라 병든 마음까지 고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임상연구원이 되었다는 강지연 씨를 만났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는 2014년에 영국계 제약회사에서 임상연구원으로서 첫 업무를 시작했고, 2016년에는 굿뉴스코해외봉사단에 지원해 서부아프리카에서 1년 동안 봉사활동을 한 후, 2017년에 귀국해 다시 임상시험 전문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는 ICON CRO(Clinical Research Organization)라는 글로벌 신약 개발업체인데, 이곳에서 임상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의 단계에 있어, 국내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임상시험을 모니터링 하는 일이 저의 주 업무입니다.

 

사회초년생으로 생활하면서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 회사에 다닐 때 업무가 익숙하지 않아 적응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늘 뭔가에 눌리는 듯한 마음으로 지내기도 했어요. 학생이었을 때는 과제와 시험에서만 벗어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회사에 들어가니 ‘더 나은 퍼포먼스’를 위해 매일매일이 시험이고 과제였습니다.

2012년, 대학생 때 서부 아프리카 의료봉사활동에 참가했습니다. 아프리카먼 나라에서 불치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을 만나면서 신약 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이후 그 꿈을 이루고 싶어서 관련된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보다 과다한 업무와 많은 사람들 속에서 고민하며 일하다 보니 지치고 점점 힘을 잃어갔습니다.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 나가 꿈을 이룰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제 마음속 꿈은 약해지고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공허해진 마음을 채워보려고 여행도 가고 취미 생활도 해보고 친구들도 만나보았지만 나아지는 게 없었습니다. 그 즈음, 아프리카 해외봉사활동 소식을 들었고 대학생 때 의료봉사활동을 한 기억이 나 아프리카에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 3년 전 아프리카에서 강렬하게 느꼈던 그 행복과 희망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던 겁니다. 의료봉사활동 때 동행했던 제 멘토 선생님이 ‘샘물을 마음에 두면영원히 목마르지 않는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말이 제 마음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그 당시 무언가에 목이 말라 있었고, 목이 마를 수밖에 없는 짐들과 문제들에 둘러싸여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몇 달이 지나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마음을 촉촉히 적셔줄 샘물을 찾기 위해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에 지원하여 서부 아프리카 베냉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부룰리궤양에 걸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아이를 보는 게 안타까웠지만 환하게 웃는 아이가 참 예뻤다.
부룰리궤양에 걸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아이를 보는 게 안타까웠지만 환하게 웃는 아이가 참 예뻤다.

힘들었던 회사 생활이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 됐군요. 해외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점을 말씀해 주세요.

10개월의 봉사활동 기간 중에 5개월은 베냉에서, 다음 5개월은 코트디부아르에서 봉사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두 나라를 경험할 수 있었던 거죠. 베냉에서는 기본적인 봉사단 활동과 더불어 현지 풍토병인 부룰리궤양 환자들을 돌보았어요. 코트디부아르에서는 부룰리궤양을 연구하는 교수님과 함께 임상시험 개발에 관련된 일을 하였습니다. 비록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불치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을 돌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데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대부분 활기차고 개방적입니다. 외국인을 만나면 먼저 말을 걸고 친해지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만났던 부룰리궤양 환자들은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과는 달리 소심하고 예민하며 겁이 많았습니다. 그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다가 3일 동안 환자들과 그들의 부모님을 모시고 특별한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여러 의사를 초청해 상담을 받게 해주고, 부룰리궤양이 어떤 병인지, 환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특히 IYF 코트디부아르 지부에서, 환자들이 마음에 힘을 얻을 수 있는 강연을 하는 강사님들과 합창단을 보내 주셨습니다. 참석자들이 아름답고 신나는 음악과 강연을 들으며 3일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워크숍 첫날에는 소심하게 있던 사람들이 마지막 날에는 일어서서 춤도 추고 즐거워했습니다. 또 환자들이 마음을 열고 저에게 다가와 자신의 이야기를 했는데,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병에 걸린 저를 많이 괴롭혔습니다. 밭에 나가서 일할 수도 없고 집밖을 나가면 사람들이 저에게 저주를 퍼붓곤 했습니다. 제 마음에는 어둠만 있었는데, 3일 동안 마인드 강연을 듣고 저희를 위해 준비해 주신 음악을 들으며 제 마음이 정말 밝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날 저는 몸과 마음이 병들고 상처입은 사람들이 변화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경험은 제가 한국에 돌아와서 일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약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 그 병 때문에 절망에 빠진 환자들을 마음으로 만날 수 있게 해준 겁니다. 제가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또 그 감사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줍니다. 제 삶의 원동력이 된 거죠.

부룰리궤양 환자들과 함께한 3일 간의 워크숍에서 병과 상처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룰리궤양 환자들과 함께한 3일 간의 워크숍에서 병과 상처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며 얻은 마인드가 직장 생활이나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한국의 제도에 익숙한 제가 아프리카라는 환경에서 사고방식이 전혀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특히 베냉에 있을 때 의료센터에서 일하는 한 직원이 너무 밉고 싫었습니다. 서부 아프리카는 불어권 나라가 많아서 영어를 잘하는 게 특별한 스펙이 됩니다. 그분은 영어도 잘하고 머리도 똑똑해서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일을 잘했지만, 일을 진행하다 보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자기 마음대로 해석을 해서 같이 일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제 마음 한구석에 ‘저 친구는 여기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직원이 의료센터에서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음에도 제 관점으로만 보고 싫어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두 제 각각의 마음의 맛을 지닌 사람이었는데, 다른 것을 존중하지 못하고 나의 잣대로 평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비록 서로 멀리 있지만 그 직원에게 자주 연락해서 마음으로 가깝게 지냅니다. 이러한 경험은 사회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언제든지 내 기준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해주었고, ‘누구든, 무슨 일이든 한번 더 생각해 보며 다른 관점으로 보자’는 좌우명을 갖게 했습니다.

베냉 굿뉴스의료봉사회 의사선생님이 죽어가던 2개월 아기를 치료해 살려내자 기뻐 기념사진을 찍었다.
베냉 굿뉴스의료봉사회 의사선생님이 죽어가던 2개월 아기를 치료해 살려내자 기뻐 기념사진을 찍었다.

취업문제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주세요.

제가 존경하는 멘토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길거리를 청소하는 어느 청소부가 있었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거리를 쓸고 있는데 한 분이 다가와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얼 그리 열심히 하고 있나요?” 청소부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답니다. “저는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그 거리가 잠시 지나가는 거리이고, 또 누군가에겐 쓰레기를 버리고 침을 뱉는 곳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청소부에게 그 거리는 ‘지구의 한 모퉁이’였습니다. 그래서 정성껏 청소할 수 있었던 겁니다. 자신이 청소하는 거리를 ‘지구의 한 모퉁이’로 보는 사람과 ‘보잘것없는 길’로 보는 사람은 일을 할 때 같을 수가 없습니다.

저도 제가 하는 일들이 때때로 사소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취직을 준비할 때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아’라고 생각하며 일단 취직만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한 모퉁이’를 보는 분들과 함께 있을 때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는’ 일의 가치를 깨달았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일을 준비하든 ‘지구의 한 모퉁이’라고 생각하고 대하시길 바랍니다.

진료를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환자들을 배웅했다
진료를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환자들을 배웅했다

강지연 씨의 행복관이 궁금해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삶과 행복한 삶은 다르다고 하더군요.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 1년을 지낸 후, 저는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평생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데, 이 마음은 제 삶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행복한 삶으로 바꾸어버렸습니다. ‘감사할 수 있는 삶이 행복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매일 감사할 일이 많고, 주변에 감사한 사람도 많습니다. 매일 이렇게 행복하고 기쁘게 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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