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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리더는 듣고 또 들어야 한다파라과이와 3국 동맹전쟁
김진복 | 승인 2017.11.03 12:44

나는 9년 전 남미 칠레에서 1년, 파라과이에서 3주간 봉사활동을 했다. 그리고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며 남미에 관심이 무척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남미 역사를 공부하면서 파라과이 3국전쟁에 대해 알게 되었다. 파라과이 인구 절반이 목숨을 잃고 특히 남성의 90%가 사망한 끔찍한 전쟁, 그 전쟁을 되새겨 보았다.

 

‘남미의 나폴레옹’을 자처한 광인狂人 로페스 대통령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끝날 무렵, 남미에서 또 한 차례의 참혹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파라과이 대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세 나라 사이에 벌어진 ‘3국 동맹전쟁’이다. 1864년에서 1870년까지 6년간 계속된 전쟁으로 파라과이는 노동력과 경제력의 기반이 되는 인구가 절반으로 급감하고, 막대한 영토를 다른 나라에 넘겨주어야 했다.

전쟁발발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무엇보다 파라과이의 대통령이었던 프란시스코 솔라노 로페스 Francisco Solano Lopez의 과격한 독재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미 18살 때 대통령인 부친을 등에 업고 군사령관을 맡으면서 유럽을 방문하며 나폴레옹의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이 그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남미의 나폴레옹’로 불리길 원했던 그는 남미 제패를 목표로 삼고 전쟁 준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864년 브라질을 상대로 선전포고함으로써 전쟁의 막이 올랐다. 전쟁 초기는 파라과이군의 일방적인 우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한 나라가 세 개 나라를 상대한다는 건 누가 봐도 무리한 싸움이었다. 6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동안 파라과이는 점점 자멸해 갔다.

파라과이의 모든 남성을 징집하며 싸우는 등 마지막까지 항복을 거부한 로페스는 승리가 아니면 죽음뿐이라고 외치며 ‘나는 조국과 함께 죽을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전사한다. 1870년 수도 아순시온이 함락되면서 3국 동맹전쟁은 막을 내린다. 남미에서도 강대국으로 군림하던 파라과이는 이구아수 폭포를 비롯해 많은 영토를 적의 손에 넘겨주며 패자로 쓸쓸히 물러나야 했고, 지금까지도 경제기반이 부실한 가운데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

 

리더의 중요성, 진정한 리더의 기본자세

한 리더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 국가가 전복된다는 것은 슬픈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감이 생기고 마음이 높아지면 스스로 겸비해지기 어렵다. 나도 11년 전에 그랬던 적이 있다. 나름 어려서부터 미술을 잘했고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줄곧 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과 동시에 탄탄한 광고회사에 취직했고 디자이너 자리를 거치면서 3년 만에 팀장이 되었다. ‘아! 나도 인정받고 있구나! 고객이 내 디자인을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내 자신이 뿌듯했다.

팀장이 되면서 큰 프로젝트를 맡았다. 하던 일마다 잘되었고 승승장구하며 모든 일에 자신이 생겼다. 그 무렵 처음 해보는 북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았다. 처음이었지만 자신이 있었다. 나름 공부도 하고 몇 달 간 준비도 했다. 마침내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치면서 책이 나왔다.

그런데 아뿔싸! 책 표지의 마지막 부분에 한 줄이 인쇄가 안 된 것이다. 분명히 다른 디자이너들과 오타를 꼼꼼히 체크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모든 책을 회수했고 밤새 직원 모두 스티커 작업을 하였다. 너무 창피하고 후회스러웠다. 그 일을 계기로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왜 그랬을까! 그때 당시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내 마음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작은 일 하나도 소홀히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자주 팀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그냥 흘려들을 때가 많았다. ‘아직 쟤는 경험이 부족해, 저건 우리 스타일과 달라’ 하면서 모든 기준을 나한테 맞추었다. 그릇된 기준이었기 때문에 다 잘못된 것이다. 그 사건이 나의 디자이너 경력에 있어 치명타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 나는 출판사 북디자이너로 일하는 결혼 3년차 워킹맘이 되었다. 마감 때면 팀원들과 여전히 의견이 안 맞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의 치명적 사건’이 떠오르고 그 시점이 내가 일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나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들으니까 이제는 소통하는 법을 배워간다. 일이 잘 안 될수록 더 대화하고 생각한다. ‘아! 이 사람은 이럴 때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런 관점으로 보는구나!’라고 받아들이니까 조율이 된다. 누가 내 디자인을 뭐라고 평가해도 예전처럼 섭섭하지 않다. 그럴수록 겸허해진다.

파라과이 3국 동맹전쟁에서 배우는 게 참 많다. 로페스가 자신을 과신한 나머지 ‘남미제패’란 허황된 꿈을 품지 않고 진정 나라의 미래를 생각했다면 신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조물주가 귀 둘, 입 하나를 만든 것처럼, 한 번 말하고 두 번 들었다면 파라과이의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진정한 리더일수록 듣고 또 들어야 한다.

김진복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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