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로우 희망캠페인 ‘만원의 기적’-우간다 ‘리바이벌학교’ 꾸미기 프로젝트

나는 지금 우간다에 파견나온 선교사다. 온 지 얼마 안되어서 아직 이 곳에서의 삶이 낯설기도 하다. 서울에서도 중심인 강남에 살던 나에게 익숙한 초등학교의 풍경은 한반에 2,30명 되는 학생들, 자료화면을 볼 수 있는 최신식 TV, 분필가루는 찾아볼 수 없는 화이트보드 등이 있는 교실이었다. 하지만 우간다의 초등학교는 교실을 가득 채운 밤톨머리 학생들, 책걸상도 제대로 못 갖춘 채 바닥에 앉은 학생들,하도 많이 써서 분필 글씨가 보이지 않는 칠판만이 있을 따름이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면서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어서 와, 아프리카 우간다는 처음이지?

2017년 6월, 한국을 떠나 생애 처음으로 아프리카 땅을 밟았다. 그동안 아프리카 해외봉사를 다녀온 친구들을 통해 아프리카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감나진 않았는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내 살갗을 스치는 아프리카의 바람과 냄새가 ‘어서 와. 아프리카는 처음이지?’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공항에서 우간다 IYF 지부로 가는 동안 차 창 밖으로 내다본 우간다의 첫인상은 푸르고 낮은 하늘과 드넓은 광야가 펼쳐져 매우 아름다웠다. 나무와 돌로 만들어진 상점들과 어지럽게 놓여진 좌판들,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오토바이들…. 모두가 나에게 신선했다.

아프리카의 진주라고 불리는 우간다는 동부아프리카에 위치해 있으며, 인구 3,710만명이 사는 남한 면적의 2.4배 정도 되는 국가이다. 우간다는 빅토리아란 큰 호수와 많은 강이 있는 데다, 음식이 풍부하고 기후가 좋아서인지 국민들은 대체로 낙천적이며 여유롭다. 하지만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 반해 소득은 그대로 머물러 있어 생활여건이 열악하다.

 

한 반에 수많은 학생들이 옹기종기 앉아 수업을 듣고 있다.
한 반에 수많은 학생들이 옹기종기 앉아 수업을 듣고 있다.

눈망울이 반짝이던 아이들

2017 IYF 월드캠프때 한국을 방문한 부궤레 부족 왕과 교분을 텄던 이경호 수원 지부장님과 함께 부궤레 부족 왕의 초청을 받았다. 우리는 우간다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부궤레로 출발했다. 무사히 도착해 마중나와 있던 부궤레부족 왕과 여왕을 만나 리바이벌학교로 이동했다.

리바이벌학교는 초등학생들부터 고등학생들까지 총 1,000여 명 가량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 학교와 다르게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아였으며, 20명 정도 되는 선생님들은 월급을 받지 않고 학교에 봉사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처음 리바이벌학교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노래와 함께 밝고 순수한 미소로 멀리서 온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우리 일행을 소개하는 시간에 맑은 눈망울로 경청하는 귀여운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리바이벌학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000여 명 되는 학생들이 다니고 있었다. 대부분은 고아였으며 20여 명의 선생님들은 월급을 받지 않고 학교에 봉사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필자 허태양
필자 허태양

공부하기 턱없이 부족한 환경

리바이벌학교에서 이틀을 지내면서 학교 주변을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페인트칠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고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교실들도 있었다. 교실 안에 들어가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세 명 남짓 쓸 수 있는 책상과 의자에 다섯 명이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었으며 그마저도 부족해 각 반에 70~8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땅바닥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었다. 교과서가 없어 선생님이 칠판에 적은 것을 자기 공책에 열심히 받아쓰고 있었고, 칠판은 분필자국이 잘 지워지지 않아 그 위에 쓴 글씨는 잘 보이지 않았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열악한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이들의 배우려는 열의는 대단했다. 선생님이 문제를 낼 때에는 커다란 선물이 라도 걸려 있는 양 너도나도 손을 번쩍 들고 정답을 외쳤으며, 궁금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생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그 열정에 반해 필기구가 부족하고 공책, 가방 등 기본적인 것들조차 가지고 있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이런 열정이면 서울대도 갈 거 같은데…. 아이들이 여건이 부족하고 환경이 열악해서 학업을 이어가기 어렵고, 배우고 싶은 걸 배우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웠다. 어떻게든 우간다의 꿈나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과 희망을 선물하고 싶었다.

열악한 것은 교실뿐만이 아니었다. 교무실에도 책상과 의자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아이들이 살고 있는 기숙사 또한 침대에 서너 명이 잠을 자며 생활하고 있었다. 매트리스가 부족해 침대 위에 매트리스 없이 담요를 겹쳐서 자는 아이들도 많았다. 옷과 신발 등 구멍난 것을 입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아려왔다.

전기라도 들어오면 좋을 텐데 발전기가 없어 해가 지면 모든 일과를 마친다. 어둑한 밤, 달빛이 깔린 잔디에 한 소년이 앉아있는 실루엣이 보여 가까이 가보았다. 소년은 오늘 배운 수업 내용이 적힌 공책을 펴서 열심히 읽고 있었다. 호기심에 그 아이 옆으로 가서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신을 ‘아칠리아’라고 소개한 그 아이는 어렸을 적 화재로 부모님을 여의었으며, 부궤레 부족 왕의 도움으로 학교에 지내면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화재 때 왼손가락 세 개가 화상을 입어 쓸 수 없게 되었다며 크면 엔지니어가 되어 자신처럼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로봇 팔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생인데도 이런 생각을 하는 아칠리아가 대견스러워서 가방에 가지고 있던 필기구를 나누어 주었다. 아칠리아는 그것을 받아들고서 어찌나 좋아하던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방방 뛰며 여러 차례 인사를 하고선 공책에 써보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그런 아칠리아를 보면서 부궤레 족 아이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주고, 이들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공사가 덜 끝난 교실엔 분필 글씨에 닳고 닳은 칠판이 걸려 있고, 기숙사는 침대가 부족해 바닥에 담요를 깔고 잔다.
공사가 덜 끝난 교실엔 분필 글씨에 닳고 닳은 칠판이 걸려 있고, 기숙사는 침대가 부족해 바닥에 담요를 깔고 잔다.

희망의 손길이 필요한 학교

지우개, 볼펜 등 내가 준 필기구를 받고 감사해하고 좋아하던 아칠리아를 보며 한국에서 쳐다보지도 않던 사소한 것들이 이곳에서는 아주 귀중한 선물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알았다. 주머니에 있는 적은 돈이나 연필 한 자루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학교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도 책상에 옹기종기 끼어 앉아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두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도움의 손길이 뻗힐 때 함박웃음 짓는 아이들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학생들이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독자들과 함께 작은 손길을 모으고 싶다. 남을 위하는 행복을 함께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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