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의 중심에 위치한 의성義城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고장’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의성 지방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입에 가장 먼저 따라 붙는 말이 바로 ‘마늘’이다. 한국마늘을 대표할 정도로 의성마늘은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Vincent van Gogh, orchard in blossom 1888
ⓒVincent van Gogh, orchard in blossom 1888

그런 의성에 또 하나의 효자 농작물이 있다. 바로 ‘사과’이다. 애초에 의성에서 사과 농사를 지을 생각을 그 누구도 하지 않았었다. 20년 전, 누군가가 와서 산을 개척하여 사과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나무 한 그루를 심어 수확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그 당시 사람들은 의성에서 사과 농사하는 것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냈다. 토양이 사과 농사에 적합하지 않고, 첫 서리가 내리고 첫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시기가 빨라서 겨울도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과를 수확해 맛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과즙이 많아서 맛과 향이 무척 좋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척 신기해했고, 의성에 사과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이 한 명, 두 명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왜 의성 사과의 당도가 높고 비타민C가 풍부한지 이유를 면밀하게 조사했다. 그 결과, 사과 나무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토양도 맞지 않고, 강수량도 적으며 일교차가 심해서, 이로 인해 나무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이 내년까지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식물이나 동물은 자신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 빨리 건강한 생명을 남기려고 한다. 종족번식을 위해서이다. 의성 사과 역시 자신이 내년에 열매를 못 맺을지 모른다는 위협을 느끼고 더욱 건강하고 당도가 높은 열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즉, 의성 사과 나무들은 매년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절대절명의 마음으로 과실을 키워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므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태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스트레스는 우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극한 상황으로 몰렸을 때 정신을 집중시키고 그 결과, 생각하지도 않은 좋은 아이디어를 얻거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스트레스, 안 좋다고만 생각하지 말자. 내게 더욱 좋은 열매를 맺게하는 스트레스에게 고마워할 때, 스트레스는 더 이상 스트레스가 아닌 삶의 유익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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