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직장’이란 이상 vs. ‘9988’이란 현실

9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취업시즌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점을 찍는 등 최근 몇 년간 계속되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대학생들 중 열에 아홉은 ‘좋은 일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라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일자리’란 무엇일까? ‘좋다’는 표현 자체가 주관적이기에 명확한 기준은 없다. 또 이를 판단하는 주체가 취준생(취업준비생)이냐 돌취생(직장인이었다 퇴사하고 다시 취준생이 된 사람)이냐, 기업이냐 일반인이냐에 따라서도 그 기준은 달라진다.

그 중 취준생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의 조건을 살펴보자. 많은 이들이 급여와 복리후생으로 대표되는 금전적 처우가 좋은 기업,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 혹은 공기업, 이왕이면 수도권 또는 지방에서도 도시 근무를 희망할 것이다. 또 이공계보다 인문계 졸업자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사무직 수요가 많을 것 같다. 요약하자면 ‘도시에 있는 대기업 또는 공기업 사무직’ 정도가 될 것 같다.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높은 급여를 받고, 문화적 풍요와 여유를 즐기며 일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자리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9988’이라는 말이 있다. 국내 기업들 중 중소기업은 99%가 넘고, 그 종업원 비중은 전체 근로자의 88%라는 의미다. 결국 대다수의 직장인은 중소기업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가고 싶은 기업, 모두가 꿈꾸는 일자리를 얻을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관점만 바꾸면 ‘좋은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 과연 합당하고 도달 가능한 것인가?”를 한번쯤 점검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이고, 그 꿈을 이루려면 어떤 직장에서 일하는 게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 보자. 아직 명확한 꿈이나 목표가 없다면, 자신의 재능이나 장점을 발휘할 직장은 어디인지 생각해봐도 좋다. 자신의 전공과도 연관이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렇게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며 한 발 한 발 목표를 향해 전진하다 보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취업이란 근로자의 요구와 기업체의 기대가 맞아 떨어질 때 이뤄진다. 남녀관계에 있어서도 서로를 향한 배려와 존중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는가? 취준생 입장에서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기에 앞서, ‘과연 나는 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췄는가?’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어떻게 하면 기업이 원하는 사람이 될지, 그리고 기업이 요구하는 목표를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인재상은 대개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돈 벌어주는 사람, 둘째, 오래 다닐 사람, 셋째, 애사심을 갖고 회사에 충성할 사람이다. 대기업에 비해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요직에 오르면 회사의 중요한 업무나 정보를 다룰 기회가 많다. 회사라면 애사심이 강한 사람에게 요직을 맡기고 싶을 것이다. 나그네처럼 언제라도 떠날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다.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만족하면서 근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사가 불만투성이인 사람도 있다. 같은 직장이 누군가에겐 최고의, 누군가에겐 최악의 일자리인 것이다. 업무를 처리하면서 자신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사람은 회사를 긍정적으로 볼 것이다. 회사가 크면서 내가 크고, 나아가 내가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다면 그만큼 보람 있는 직장이 또 있을까.

 

긍정과 감사가 모여 나를 성장시킨다

같은 일을 맡더라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꼼꼼하게 처리해 보자. ‘조금만 더’ 하는 욕심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인정받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회사에서 늘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다. 어떤 일이 주어지든 끈기 있게 해낸다면 신뢰를 얻게 되고, 어느 순간 잘하는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맡게 될 수도 있다.

습관적으로 남 탓을 하거나 부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발전할 수 없다.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이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것을 기억하라. 매일 한 발자국씩 내딛은 걸음이 모여 여러분의 가치를 높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신뢰가 모여 회사의 핵심인력으로 우대받을 수 있다. 어디서 무얼 하느냐에 집착하기보다, 작은 일도 어떤 자세로 어떻게 일하느냐에 집중해 보자. 세상에 ‘하찮은 직장’은 없다.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뿐! 그렇게 해서 인정을 받고 보람을 느낀다면, 그곳이야말로 여러분에게 최고의 일자리일 것이다.

 

박천웅
국내 1위의 취업지원 및 채용대행 기업 스탭스(주) 대표이사. 한국장학재단 100인 멘토로 선정되어 대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진로취업 서비스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기업 근무 및 기업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학업과 취업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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