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으로 가득하다. 각자의 삶을 개척해 나가기 바쁜 각박한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드림메이커가 되고 싶다는 양동섭 씨가 진로와 취업으로 고민하고 있을 대학생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취업 준비생 중 과반수가 대기업 취업을 꿈꾼다고 답했다. 높은 연봉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나도 취업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대학교 4학년, 취직을 할 나이가 되어 주변 분들의 조언을 듣고 대구쪽 기업체를 알아보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대구텍이라는 중소기업을 알게 됐다. 공작기계 분야 세계 5위 기업으로, 세계 40여 개국에 지부를 둔 글로벌 기업이었다.

채용 당시 대구텍은 인턴 모집을 통해 모인 600명의 지원자 중에 1차, 2차 면접을 거쳐 15명을 선별했다. 15명의 선출자들은 두 달 동안 인턴으로 근무했고, 그중 나를 포함한 9명이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첫 사회생활이 쉽진 않았다. 대학교

4년 내내 기계공학에 대해서 공부했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건 훨씬 더 심도 있는 공부와 기술이었다.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직원들과 조화를 이루며 일하려면 대학 시절에 단순히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해온 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대학생 때 아프리카로 해외봉사를 가서 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낸 경험이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 가슴을 뛰게 한 ‘가나’

나는 2007년에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6기로 가나에 다녀왔다. 해외봉사단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학교에서 본 굿뉴스코 사진전 때문이었다. 아프리카 현지인들 사이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단원들의 사진들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프리카에는 혼자 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단체의 일원이 되어 간다면 좋은 경험을 하고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 아프리카에서 진짜 고생을 해보고 싶었다. 또 복잡한 한국 사회를 벗어나 그동안 고민하고 염려했던 문제들을 잠시 접고 진지하게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어쩌면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가 현지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매일 실수하고 부족한 점투성이더라도 말이다. 그때 먹은 그 밥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현지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매일 실수하고 부족한 점투성이더라도 말이다. 그때 먹은 그 밥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나는 가나로 떠났다. 비행기에서 내려 아프리카 땅에 첫발을 내딛던 그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는 고층건물도 많았고 한국에 있는 대형마트보다 큰 매장들도 있었다. 길도 깔끔하게 잘 닦여 있고 차도 정말 많았다. 그런데 도로 건너편으로 눈을 돌리자 그곳에 펼쳐진 또 다른 세계에 나는 다시 한 번 놀랐다. 허름한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판자촌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로를 가운데 두고 한눈에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고 상상해 오던 아프리카와 예상외로 부유한 아프리카의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마주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봉사단원으로서 가장 활발하게 했던 활동분야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아카데미 수업과 문화교류, 한국문화체험, 새마을운동 정신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문화캠프를 개최한 것이었다.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가 홍보를 하기도 하고 인파를 모으기 위해 깜짝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다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제일 좋았다. 당시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가나지부는 규모가 점점 더 커져 새로운 센터를 짓고 있었다. 덕분에 공사도 해보고 다른 지역에 가서 농사를 짓는 분들과 밭일도 해보고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꿈만 같은 시간들이었다.

한번은 한 끼도 챙겨 먹기 어려운 굉장히 가난한 지역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그곳에는 밥이 없어서 그 지역센터 지부장님이 망고를 주셨다. 꼬박 이틀 반 동안 망고만 먹었다. 하루는 저녁에 밥이 나왔다. 오랜만에 먹는 밥이라 정말 맛있게 먹고 한 그릇을 더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지부장님 부부는 아무것도 드시지 않은 채 내게 그 귀한 밥을 다 주신 것이었다. 사실 그것도 이웃집에서 나눠준 밥이었다. ‘지부장님과 이웃에 사는 현지인들 모두 배가 배고팠을 텐데, 내가 뭐라고 나를 이렇게 먼저 챙겨주실까.’ 나는 봉사 하러 올 때, 내가 아프리카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왔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현지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 실수하고 부족한 점 투성이인 사람인데도 말이다. 너무 죄송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때 먹은 밥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현지 친구들과 함께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가나 센터 공사를 하면서
현지 친구들과 함께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가나 센터 공사를 하면서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면

가나에 다녀온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그 경험을 계기로 꿈을 갖게 됐다. 하나는 가나에 기술학교를 세우는 일이고 또 하나는 아프리카가 준 사랑이 나를 바꾼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내가 받은 것을 돌려주는 일이다. 이 꿈들은 지금도 내 마음에 소중하게 품고 있다.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한 가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슨 일을 하든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해외봉사를 가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든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의 삶은 그 자체로 부담을 뛰어넘어야만 살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아프리카 사람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야 했고, 단체생활을 하며 한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며 살아야했다. 하지만 힘들어 보이는 일에 도전하며 하나씩 이겨내다 보니 부담을 견딜 수 있는 내성이 길러지면서 마음이 단단해져가는 걸 느꼈다.

현재 나는 영업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원래 나는 본사에서 제품 매니저로서 일하고 있었는데, 우리 제품이 고객들에게 어떤 이미지와 품질로 비춰지고 있는지 늘 궁금했다. 그리고 기업의 꽃이라 불리는 영업을 배우고 싶어서 부서 이동을 신청했다. 작년 4월에 영업부로 발령이 나서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몸으로 배우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펼칠 수 있는 시기와 장소를 만난다. 이때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건 현재의 나로부터 벗어나는 것, 즉 도전하는 정신이다. 현재 위치에 안주하고 머물러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렇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무릅쓰고 도전한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을 통해 현재보다 더 크고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먹은 밥 한 공기는 지금까지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본사 제품 매니저로 있었을 때, 내가해야 하는 일은 회사 내 모든 부서가 서로 원활히 교류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허브hub 역할을 하는 거였다. 서로 다른 입장의 차이를 일일이 고려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일을 할 때마다 종종 생각나는 건 가나에서 가난한 현지인 이웃들과 지부장님이 내게 주신 그 밥 한 공기였다. 그때 먹은 밥 한 공기를 통해 받은 사랑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지금은 회사에서도 내가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먼저 다가갈수록 상대방을 더 많이 이해하고 배우게 되는데, 덕분에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곤 한다.

올해는 회사에서 대리로 진급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세밀하게 신경 쓰고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절대로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요즘은 일을 해야 할 때 걱정하기보다 가나에서 해외봉사할 때의 내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현지 사람들이 내게 베풀어 준 사랑을 생각한다. 아프리카에서 배운 마음가짐과 자세로 회사 사람들을 대하면 그들도 마음을 열고 나와 함께해 주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내 삶을 스스로 좌지우지할 수 없다. 내 인생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족, 친구 등 주위 사람들이 디렉터 역할을 해줘야 우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언제나 나를 성장시키는 그들과의 인연에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꿈이 현실이 되는 그날을 상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대학생 시절은 사회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시기에 경험한 모든 것이 진로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생 후배들이 ‘어떻게 하면 학점을 잘 받을 수 있지?’, ‘무슨 자격증을 따야하지?’ 등에 급급해 서두르지 말고 많은 경험을 하며 도전하길 바란다. 아프리카에 가서 물한 바가지로 샤워도 해보고, 밥도 굶어보고, 배낭 하나 메고 유럽에 가서 무일푼으로 여행도 해보고.... 젊어서 하는 도전은 실패해도 의미가 있다. 내가 사는 세상에 비해 세계는 얼마나 넓은지,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아직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대학시절에 절실히 느낀다면, 이 또한 새로운 것들로 삶을 채워가는 좋은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젊을 때 마음껏 도전하길 바란다.

 

양동섭
경북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대구텍에서 7년째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다녀오면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청사진을 그렸다고 한다. 해외봉사 시절에 배운 도전과 교류의 정신을 강연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주고 싶어서 대구에서 강연자들을 초빙하여 TEDx 강연회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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