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에게도 ‘월요병’ 비슷한 게 있다. 꿀 같은 주말을 보내고 밤에 침대에 누우면 ‘아, 내일 월요일이다’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직장인이라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몰려올 테지만,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체조 하기 정말 싫다’는 생각부터 든다. ‘고작 체조 때문에 그러냐?’고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이 체조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 대한민국 육군
© 대한민국 육군

군대에서는 아침 점호 때 ‘국군 도수체조’를 한다. 신병교육대에서 내가 처음 이 체조를 접했을 때 받은 느낌은 ‘무슨 체조가 이래?’였다. 한 동작 한 동작, 그야말로 칼같이 각을 잡아가며 체조 시범을 보이는 조교들을 보면서 ‘저렇게 격하게(!) 체조 하다가는 탈골되겠네’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나마 조교들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열심히 체조를 따라 하고 나면 어깨근육이 뻐근해 팔을 들어올리기 힘들 정도였다. ‘도대체 이 체조를 하면 스트레칭이 되긴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늘 있었다. 신병교육대를 수료하고 자대에 전입 온 뒤에도 선임들의 눈치를 보며 열심히 체조를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하기 싫은 마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내 마음이 180도 달라지는 일이 생겼다. 체력 측정을 하던 날, 전 소대원이 연병장에 모여 다 같이 체조를 했다. 설렁설렁 체조 하는 우리를 보다 못한 소대장님이 체조를 멈추고 소대원 한 명을 앞에 불러 체조를 시키셨다. 내가 보기에도 성의 없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소대장님이 말씀하셨다.

“어때? 너희가 봐도 아니지?”

‘에이~ 저건 너무 심했다. 나는 저렇지 않아’ 하고 생각하는 순간, 소대장님이 한마디를 더 하셨다.

“그런데 내가 볼 땐 너희들이 다 똑같아.”

나는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소대장님이 하신 말씀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소대장님은 도수체조를 한 동작 한 동작 분석해 가며 하는 요령을 상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들어보니 내가 정확하게 모르고 하는 동작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을 때린 것은 이어진 소대장님의 말씀이었다.

 

“너희는 땀이 날 정도로 체조해 본 적이 있어? 군대에서 만든 여러 가지 훈련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나는 특히 이 도수체조는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 도수체조만 제대로 해도 스트레칭이 되면서 몸이 가벼워지거든.”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참 형편없다’고 여기던 체조를, 소대장님은 정반대로 정말 잘 만든 체조라고 하셨다. 잠시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교차하더니 결론이 나왔다.

‘국군 도수체조는 아주 좋은 체조구나. 이걸 하면 스트레칭이 되고 몸이 가벼워진다!’

그동안 나는 왜 매일 아침 도수체조를 하는지, 이런 동작은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수동적인 자세로 ‘시키는 일’만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대장님 말씀을 듣고 체조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이 바뀌면서 아침점호 시간이 완전히 달라졌다. 잠에서 깨어 몸이 찌뿌둥해도 ‘이제 점호 받으러 나가서 체조를 하면 몸이 개운해지겠지!’ 하는 생각에 기대가 되었다. 체조를 할 때도 무작정 동작을 크게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몸이 스트레칭이 되고 더 시원할지 고민하다 보니 저절로 팔을 쭉쭉 펴게 되었다. 하기 싫던 체조가 즐거운 일이 된 것이다.

체조에 얽힌 이 아주 작은 경험은 이후 군생활을 하는 태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내가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일을 누군가는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나와 정반대되는 생각과 마주했을 때 거부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을 뿐인데, 지겹던 일상이 설레는 하루하루로 바뀌었다. 흔히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고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즐거운 일이니까 즐겨라’고.

 

신요한
본지 캠퍼스 리포터로, 지난 3월 입대해 현재 육군 이기자부대에서 복무중이다. 얼마 전 신병위로 휴가를 나와 자신의 군생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해외봉사를 하며 터득한, 상대와 마음을 나누는 자세야말로 보람 있는 군생활을 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하는 그의 글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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