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아름다움과 순수함이다

뫼비우스의 띠, 3차원의 공간, 반복과 변형 등을 표현한 작품을 책에서나 TV에서 한 번쯤은 본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20세기를 대표하는 네덜란드 판화가이자 드로잉 화가, 그래픽 디자이너인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작품이다. 보면 볼수록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의 작품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특별전이 국내 최초, 대규모 전시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개최된다.

날짜 10월 15일까지
시간 10시 30분~20시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 2관
문의 02-784-2117
관람료 성인 13,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7,000원

Reptiles (도마뱀) 1943
Reptiles (도마뱀) 1943

사람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컴퓨터 그래픽도 아니고 직접 그린 석판화작품이라니 더욱 놀랍다. 마치 종이 위에서 마술이 펼쳐지는 것 같다. 보통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은 한눈에 봐도 비현실적이라는걸 알 수 있지만 에셔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공간과 대상을 그려 얼핏 보면 정밀하게 그려진 극사실주의 그림 같다. 어쩌면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느낌이다.

Ascending and Descending (올라가기와 내려가기) 1960
Ascending and Descending (올라가기와 내려가기) 1960

하지만 자세히 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학적 원리와 치밀한 과학적 조작이라는 이성적 구조에 기초해 초현실을 다루는 에셔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평면의 규칙적 분할, 무한 반복되는 듯한 공간, 3차원적 환영, 불가사의한 형체들 등 그가 사용했던 이미지 도구들과 함께 그는 평생 448개의 판화와 2천 점이 넘는 드로잉 작품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간과 공간, 풍경과 정물, 대칭과 균형, 그래픽 등 4개의 섹션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130여 점이 공개되었다.

예술의 고전적 범주를 뛰어넘어섰기 때문일까? 에셔는 20세기 이후 가장 독창적 예술세계를 보여주었음에도 당시 평단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예술가보다 수학자와 과학자들로부터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세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그의 유쾌한 상상과 흥미로운 구조물을 좋아하는 예술가, 건축가, 수학자, 디자이너 등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대표 포스터에 그려진 ‘그리는 손’은 그가 좋아하는 소재인 뫼비우스 띠를 연상케 하며 3차원 세계의 작품 ‘도마뱀’, 무한 반복의 ‘올라가기와 내려가기’ 등 다양한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신비함에 빠져보자.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 1898~1972
1898년 네덜란드에서 토목 기사의 막내아들로 출생.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1919년 하를렘 건축 장식학교에 입학해 건축을 배웠다. 그러나 그의 재능을 알아본 담당 교수의 권유로 그래픽 아트로 진로를 바꾸었고, 1922년 학교를 떠나 그림 그리기와 목판 제작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을 여행하면서 무어인들이 만든 아라베스크의 평면 분할 양식, 기하학적인 패턴에서 영감을 얻으며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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