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성 전 국무총리

제7회 세계청소년부장관포럼이 지난 7월 6일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렸다. 이날 세계 19개국에서 참가한 22명의 장·차관들 앞에서 기조연설을 한 이수성 전 국무총리. 감사의 인사를 전한 그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활동 무대로 삼고 해외봉사를 다녀온 130명의 젊은이들에게도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그의 메시지는 간결했지만 깊고,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 옛날 우리네 스승이 이수성 전 국무총리였다면 좀 더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깊게 배울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느껴본다. 그와의 만남은 짧았지만 그의 말투, 몸짓, 하나하나에 배움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오래 전 공직에서 물러난 뒤 우연히 프레스센터를 향해 길을 걷던 이수성 전 국무총리. 그의 눈에 유독 띄는 대학생들이 있었다. 아프리카를 다녀온 IYF 대학생들의 거짓 없는 미소가 한가득 담긴 사진전을 향해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길을 옮겼다. 사진 속에 담긴 청년들의 모습은 가식없는 순수함과 밝음, 그 자체였다. 실제로 사진전을 연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그는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며 운을 뗐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고뇌하며 현실과 이상의 차이, 빈과 부의 차이, 강과 약의 차이, 그런 갈등을 느끼고 삽니다. 그러나 이 학생들은 자신의 방황과 고뇌를 아프리카와 남미에 가서 현지인들과 살며 깨끗이 고치고, 인생의 올바른 방향을 잡고 왔습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에게 다 이로운 그런 정신을 배웠습니다. 이 학생들이 몹시 자랑스럽습니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사람과 사람 간에 신뢰를 쌓고, 서로 사랑하면 반드시 서로에게 유익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을 끝낸 그를 잠시 부산 벡스코에서 만났다. 그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젊은이들의 책임이 아닌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사람이나 나이든 사람이나 한 세상을 살다보면 한없는 고통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좋을 때도 있지만 슬프고 어려울 때가 더 많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여기에 인생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저는 IYF 학생들이 변화되는 과정에서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 문제를 벗어날 수 없고, ‘아이들, 손자들을 어떻게 잘 키우나?’ 걱정되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나라가 바로 되어야 하는데 서로 미워하고 권력 다툼이 일어나고, 전쟁의 위협까지 느껴지는 게 현실입니다.”

그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돈의 노예가 되고, 대학 입시의 노예가 되며, 개인주의의 노예가 되도록 만드는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른들이 이것을 고쳐줘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힘을 합쳐서 올바른 것을 되찾아야 합니다. 지금 사회가 어둡습니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길, 대학 안 가면 아무것도 안 되니까 죽어라 공부해서 가야 하고, 과외를 해야 합니다. 돈과 권력을 최고로 여기는 잘못된 관점에서 벗어나려면 선각자의 좋은 의견도 있어야 하지만 젊은이들 자신의 기백, 정의심,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그는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옛부터 우리 민족은 동이족東夷族이라고 불릴 만큼 활을 잘 쐈습니다. 우리 나라가 양궁이 세계 1위죠. 골프도 그렇고요. 핸드볼, 축구도 잘합니다. 유전자적으로 우리 민족의 재능이 발휘되고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그리고 하늘이나 땅이나 인간에게 이로운 존재가 되는 홍익정신은 세계적인 철학이요, 가장 훌륭한 교육이념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런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 사회가 하도 더렵혀져 있어서 권력다툼, 6·25전쟁, 빈부격차, 계층 차별이 있어서 실현이 안 되고 있습니다. 사회에 이런 것을 드러내면 우리 민족의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 정감, 겸손함이 저절로 회복되리라 믿고 있어요.”

 

이수성 전 국무총리
1956년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 서울대 법학박사 취득. 1967년부터 약 30년간 모교 교수로 재직. 1995년 직선제로 제20대 서울대 총장으로 취임, 9개월만에 김영삼 대통령의 삼고초려로 제 29대 대한민국 국무총리 역임. 1998년 김대중 정권 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역임, ‘화합과 도약을 위한 국민연대’ 창당 후 대선 출마,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평화와 통일을 위한 복지기금 이사장 등 한국사회 곳곳에 애착을 가지고 뜻을 함께하며 화합과 포용의 정신을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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