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쓰는 편지

아버지, 아프리카에 온 지 여러 달이 지났어요. 이곳에 많은 사람들은 물이 없어 누런 우물을 마시고 비가 오면 빗물을 받기 위해 큰 대야를 밖에 내놓아요.

그 비마저 오지 않아 더워서 잠이 오지 않을 땐 모기장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서 밤하늘 아래 잠을 자려고 누우면 별들이 어찌나 많은지 꼭 별들이 모여서 흐르는 강 같아요.

말라리아에도 몇 번 걸려봤어요. 열이 나고 설사하고 토하고 어찌나 아프던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말라리아, 약만 먹으면 나을 수 있는 병이에요. 그런데도 아프리카에는 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죽어가요. 한국 사람들이 들으면 어쩌면 우스운, 아니 아주 아주 슬픈 이야기예요. 300원만 있으면 되는데.

전에는 아무리 풍요로워도 부족한 듯 하고 작은 것에 불평하며 살았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작은 것 한 가지가 말할 수 없는 감사를 느끼게 해요. 편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절제하는 삶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강한 마음을 배워갑니다.

내일 먹을 음식이 없어도, 당장 무슨 일이 닥칠지 몰라도 아프리카의 열정적인 북소리에 혼신의 춤을 추는 사람들. 어느새 부끄러움을 벗어버리고 북소리에 맞춰 함께 춤을 출 때 느꼈던 그 생동감. 밤하늘 가득 메운 별들처럼, 우리 마음을 가득 메운 그들, 그들만의 노랫소리가 밤하늘 멀리 멀리 울려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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