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청소년·체육·아동발달부 장관 모세스 마웨레 Moses Mawere

“사진 좀 멋지게 찍어 주세요!” 가벼운 농담 한마디와 함께 시작된 인터뷰,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마웨레 장관의 표정은 진지해졌다. “누구나 편한 길을 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세상을 발전시키는 힘은 땀 흘리고 먼지 뒤집어쓰며 현장을 누비는 데서 나옵니다.” 사업가 출신답게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달려가는 기업가 정신을 청년들에게 심고 싶다는 그의 인터뷰를 강연 형식으로 정리해 옮긴다.

잠비아를 아십니까? 축구팬이라면 얼마 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잠비아를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저도 한국까지 와서 잠비아 팀의 경기를 관람했는데요.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독일과 포르투갈 등 강호를 꺾는 우리 청년들을 보며 잠비아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얼마나 대견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를 꼽으라면 아마 잠비아가 아닐까 합니다. 전체 인구 1,551만 명 중 82% 이상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니까요. 저는 그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미래의 일꾼으로 길러내야 할 임무를 맡은 청소년·체육·아동발달부 장관입니다. 장관으로서 젊은이들을 만날 때면 그들의 활기와 에너지가 제게도 전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내’가 ‘우리’가 되면 더 큰 힘을 낸다

현재 잠비아 청년들은 심각한 실업난을 겪고 있습니다. 잠비아에는 학벌이 좋은 청년들이 의외로 많지만, 그들 대부분은 땀 흘려 일하기보다 시원한 사무실에서 책상에 앉아 일하는 편한 직장에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남들이 공짜로 주는 것을 받기 좋아합니다. 하지만 잠비아가 발전하려면 남에게 의지하는 마음을 버리고 직접 발로 뛰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기술과 역량을 길러주고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해 저와 청소년부 직원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장관에 임명된 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다행히도 이 프로젝트들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 비결을 ‘팀워크’라고 생각합니다. 리더 혼자서만 의욕적으로 일하는 조직은 성공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비전을 아랫사람과 공유함으로써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하는 게 리더의 역할입니다. 저는 그 팀워크의 힘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체득했습니다.

잠비아의 명물 빅토리아 폭포의 웅장한 모습.
잠비아의 명물 빅토리아 폭포의 웅장한 모습.

학창시절, 저는 주로 혼자서 공부했습니다. 능력이 부족한 제가 혼자서 그 많은 과목을 다 공부하려니 너무 어려웠고, 결국 여러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친구들 중에 항상 A+를 받아 1등만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 친구처럼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며 팀을 짜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 후로 제가 아는 것이 두 가지인데 다섯 가지를 아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니 일곱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얼마만큼 이해했는지 체크하고 공유하면서 공부하니 성적은 더 좋았고, 성취도가 낮은 과목도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나’보다 ‘우리’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때였습니다.

 

일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자세가 성공 첫걸음

대학에서 삼림학森林學을 전공한 저는 졸업 후 농업인조합에 취직했습니다. 농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생산성을 높여 지역주민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해외에 수출해서 수익을 얻는 것이 농업인조합에서 하는 일이었습니다. 잠비아의 근로법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아침 8시에 출근해 13시까지 일하고 1시간 동안 점심을 먹은 뒤 3시간 더 일하고 17시에 퇴근합니다. 하루 8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16시간은 오롯이 개인시간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누구나 쉬거나 여가활동 하는 것을 즐기지, ‘오늘은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할까?’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틈만 나면 동료들과 잡담을 즐기거나 신문을 읽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 사람들은 시간을 때우는 것에 일의 의의를 두는 사람입니다.

수도 루사카의 야경.
수도 루사카의 야경.

하지만 저는 일하는 의미를 저 자신의 성장에 두었습니다. 작은 일을 해도 좀 더 쉽고 빠르게 처리할 방법을 연구했고, ‘이번이 내가 이 일을 하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자세로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제가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맨 먼저 한 일은 그날 할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 정리된 상태에서 출근했기 때문에 곧바로 업무에 돌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일거리를 책상에 쌓아두는 것을 싫어합니다. 일이 점점 쌓이다 보면 그 일은 결국 우리 시간을 잡아먹고 삶을 실패로 몰아갈 것입니다. 그래서 그날 일은 어떻게든 퇴근 전까지 모두 해결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서도 다음 날 무엇을 할지 정리가 된 뒤에야 퇴근했습니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나는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자세로 일합니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이니 일을 더 하려면 그만큼 쉬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사람들은 일을 더 하기를 싫어하지만 부富는 거기서 창출됩니다. 가족에게 풍족한 삶을 선사하고 싶었던 저는 17시에 퇴근한 뒤에는 부업으로 개인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부업으로 시작한 사업이 성장하면서 본업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자연히 사업을 구상하고 이끄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했고, 급기야 본업인 농업인조합을 그만두고 사업에만 전념했습니다. 사업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직장인과 사업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전 사업가를 택하고 싶습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사장님’ 소리를 들어서가 아닙니다. 제 밑의 직원 40여 명이 제가 만든 일자리에 들어와 일하면서 얻은 수입으로 가족을 행복하게 잘 부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마음이 앞서가야 한다

농업인조합에서 일하는 동안 저는 농민들과 다른 단체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특히 공무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대하면서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일하면 더욱 효과적일 텐데’ ‘이런 제도가 있다면 농민들과 나라 모두에 도움이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정부의 일원이 되어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국회의원에 출마했고, 당선되어 장관에까지 올랐습니다. 다른 정부 부처에는 노련한 전문가들이 장관에 임명되지만, 저는 37세의 젊은 나이에 장관이 된 겁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왜 저를 청소년 부처 장관에 임명하셨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청소년들을 훈련시켜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키워 자신과 국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었습니다. ‘젊은 여러분이야말로 나라의 미래다. 자기 자신보다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섣불리 남의 의지하지 말고, 여러분 스스로 일을 하고 더 많은 것을 생산하라. 그래야 여러분 자신과 가족, 이웃을 먹여 살릴 수 있다.’ 부富는 절대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흙먼지를 뒤집어 써가며 일하는 사람들이 부를 만들어냅니다. 지난 날 제가 사업을 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한국이 발전한 것도 그런 분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두가 편한 일만하려고 했다면 결코 이만큼 발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인생의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매사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저는 저희 잠비아 청소년들에게 마인드교육을 실시하고 싶습니다.

장관도 직접 일을 하기보다는 지시를 내릴 때가 더 많습니다. 혹자는 그런 리더를 편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리더는 부지런히 사고하고 마음이 끊임없이 앞서가야 합니다. 가령 여러분이 호미를 들고 밭을 매는 일을 한다고 해 봅시다. 아랫사람이라면 출근시간에 맞춰 나와 일을 하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호미를 놓고 집에 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리더는 그 모든 과정을 감독해야 하며, 아랫사람이 돌아간 뒤에도 어떻게 하면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심지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도 생각을 거듭합니다.

잠비아 어느 중등 여학교 학생들의 모습.
잠비아 어느 중등 여학교 학생들의 모습.
잠비아에서 봉사하는 한국 대학생들.
잠비아에서 봉사하는 한국 대학생들.

자신이 결정을 내린 일이 잘못 되었을 때는 질책도 감수해야 합니다. 절대 남을 탓하거나 책임을 전가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바꿔주는 리더가 되려면 물질적인 혜택을 주기보다 건전한 마인드와 사고방식을 심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하직원들에게 제가 가진 비전을 자주 이야기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하나가 되어 일하면 잠비아를 발전시킬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내가 사는 터전인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것, 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물론 저 역시 리더로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그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해외를 자주 방문하곤 합니다. 다른 친구네 집에 가서 밥을 먹어보지 않은 아이는 자기 엄마가 세계 최고의 요리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엄마보다 더 훌륭한 요리사가 많습니다. 저 역시 해외에 나가 저보다 훌륭한 리더들을 만나고, 그 나라의 문화나 제도 중 잠비아에 도입할 만한 것은 무엇인지 살핍니다. 저는 엄마에게 ‘엄마, 나가 보니까 엄마보다 요리 잘하는 사람 많아’라고 이야기해 주는 아이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리더란 ‘다른 사람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물론 그 방법에는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거나, 새로운 환경을 조성해 주거나, 어떤 영감을 일으켜주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청년 여러분께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세상을 바꿀 리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가정, 학교,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반드시 어떤 자리에 올라가야만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크든 작든 여러분이 소속된 조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생각하고 실천으로 옮겨 보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소속된 조직의 리더와 같은 마인드로 행동하고 함께할 때 우리는 이미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의 부모와 이웃, 후손들 앞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7월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IYF 아티스트 콘서트에서 장관들을 대표해 인사하는 마웨레 장관.
7월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IYF 아티스트 콘서트에서 장관들을 대표해 인사하는 마웨레 장관.
한국의 선진화된 교육시스템에도 관심이 많은 마웨레 장관은 경북 김천의 링컨중고등학교를 방문해 학교시설을 둘러보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의 선진화된 교육시스템에도 관심이 많은 마웨레 장관은 경북 김천의 링컨중고등학교를 방문해 학교시설을 둘러보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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