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수 저, 온마인드, 2017

남들 다 다녀온 휴가를 늦게 가면서 복잡하게 머리를 쓰지 않고도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다가 ‘생각과잉 시대에 생각의 실체를 파헤친 책’이라는 카피에 끌려 책 한 권을 챙겼다. 박옥수 목사의 마인드북 세 번째 시리즈 <내 안에 있는 나 아닌 나>이다.

"네가 도망친다고 어둠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마음에 빛만 들어오면 금방 사라지는 거야."

짧은 문장이지만 깊은 뜻을 가진 명제로 다가온다. 궁금한 마음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본문 사이사이 나오는 시원한 풍경 사진이 그야말로 내 눈과 뇌를 쉬게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뭔가 얘기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목사라는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저자는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그들은 대체로 교도소 재소자, 자살기도자, 우울증 환자 등 독특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고 유별스런 삶을 산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낯설지만은 않다. ‘어쩜, 나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저자는 행·불행의 원인이 외부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근거 없이 파고들어온 생각에 있다고 한다. 하긴 나도 미움이라는 생각 하나를 떨치지 못해서 어지간히 맘고생을 했으니 그 말이 맞다 싶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지혜로운 자신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자신의 마음을 담담하게 털어놓으며 글을 맺는다. 수많은 인생사와 사건 사고를 들여다본 결과, 부모를 존경하는 사람 치고 탈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존경할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 인생을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 저자의 의견에 동감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는데 몸에 좋은 따뜻한 허브차를 입에 머금은 기분이다. 가만히 앉아 읽기만 했는데 벌써 뭔가 좋아지고 있는 느낌. 내 안에 존재하며 내 인생을 원치 않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나 아닌 나. 과연 내 안에는 어떤 ‘나’가 주인공 행세를 하고 있을까? ‘이 놈의 인생, 왜 이 모양인 거야!’ 하고 한탄해 본 적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내 안에 있는 나 아닌 나>를 추천한다.

김성훈=월간 Tomorrow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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