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메켈레대학교 부총장 하브테마리암

하브테마리암 부총장은 매사에 밝고 긍정적이었다. 리더스 컨퍼런스에서 한국 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학생들의 발표내용에 귀를 쫑긋 세우며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격의 없이 어울리며 사진을 찍고 마음을 나누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십니까?

정확히 2년 전이네요. 2015년 7월 광주에서 열린 제28회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참관하러 왔었습니다. 보름 동안 머물렀는데, 유니버시아드 대회 자체보다도 제 눈길을 끈 건 자원봉사자들이었습니다. 행사장 안내, 통역 등 곳곳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봉사자들이 너무도 신선해 보여 그 중 한 명에게 “수당은 얼마나 받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웃으면서 “봉사하는데 무슨 돈을 받겠냐”고 하더군요. 그 답변에 감격했지요.

 

이번에 참가하신 IYF 월드캠프와 세계 대학총장 포럼에도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는데요.

네, 이번 행사에 참가하면서 IYF 대학생들의 남다른 봉사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내년 7월 저희 메켈레대학교에서 아프리카 유니버시아드가 개최될 예정인데요. 저희 대학에 마인드교육을 하러 온 IYF 관계자들에게 자원봉사자 직무교육과 마인드교육을 요청했습니다. 광주 유니버시아드 때도 그랬지만, 한국 학생들이 너무도 질서정연하게 일하는 것이나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이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배워야할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새삼 한국이 대단한 나라라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부총장님은 한국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우선 눈부신 경제발전입니다. 한국인들의 마음이 모두 하나가 되어 경제발전에 동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국의 음악이나 문화도 굉장히 수준이 높고요. 교육이나 기술 수준도 최고에 도달한, 그래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에티오피아도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적용하고 있고요. 전 수상과 현 수상께서도 한국의 경제발전 운동인 새마을운동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고 에티오피아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연을 듣는 기회도 많이 마련하고 있지요.

 

메켈레대학교는 아디스아바바에서 783km 떨어진 북부 에티오피아의 메켈레에 세워진 국립대학이다. 지금의 위치에 학교가 들어선 것은 1993년으로, 학생 수는 3만 5천 명 정도다. 총 7개의 캠퍼스에 농대, 자연과학대, 공대, 법대, 경영대, 수의과대 등 다양한 학과가 설치되어 있다. 지난 5월에는 이 대학과 MOU를 체결한 IYF 관계자들이 메켈레대 교수들과 함께 천 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을 교육시키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마인드교육과 자원봉사자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는 게 하브테마리암 부총장의 설명이다.

 

부총장님의 약력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원래 아디스아바바대학교에서 스포츠심리를 전공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인도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유학 시절에는 메켈레대학교로부터 장학금을 받았지요. 인도에서 강사와 교수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메켈레대학교로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부총장 겸 학생처장 일을 맡고 있는데요. 3만 5천 명 학생들이 먹을 식자재나 기숙사를 조달하고 의료서비스, 오락 및 레크리에이션을 지원하는 게 임무입니다. 주말에는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지요.

 

대외적으로 맡고 있는 직함이 있습니까?

에티오피아 체육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또 내년에 메켈레대학교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유니버시아드 준비를 책임지는 실무자이기도 합니다.

 

유니버시아드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입니까?

유니버시아드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주관하는 대학생 종합 운동경기 대회입니다. 한국도 2015년 광주에서 유니버시아드가 열려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전 세계 대학생들이 스포츠를 매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서로의 장점을 배우며 문화도 교류하는 이벤트입니다. 훌륭한 대학생 선수에게는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특전도 주어집니다. 유니버시아드를 통해 숨어 있던 스포츠스타를 발굴 할 수도 있고 자신의 나라나 도시, 대학을 소개할 수도 있지요. 내년에 메켈레대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는 아프리카 지역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회입니다.

 

이번 IYF 월드캠프나 총장 포럼도 전세계 대학생들이 교류하는 좋은 기회인데요.

네. 저도 개인적으로 유럽이나 남미, 동남아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장관, 총장들과 대화를 나누며 교류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세계적인 행사가 열리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셨습니까?

유혹에 빠지거나 흔들리는 일 없이 공부에만 매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늘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엄하게 지도해 주셨거든요. 담배를 피우거나 약물에 빠진 적도 없고, 이성친구에게 마음을 뺏겨 공부를 소홀히 한 적도 없었습니다. 정신력이 강하기도 했지만,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전폭적으로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것이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교수님들은 ‘에티오피아는 금·은·동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이 자원이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해서 나라를 위해 일할 일꾼이 되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공부하는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에 게으름을 부리고 싶거나 유혹이 올 때도 뿌리칠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에티오피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독특한 나라다. 우선 다른 아프리카인들보다 피부색이 옅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암하라’라는 독특한 언어와 ‘그으즈’라는 고유의 문자, 1년이 13개의 달月로 이뤄진 독특한 달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역사적으로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나이지리아와 함께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인구가 1억이 넘고, 광물자원도 풍부해 선진국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에티오피아는 지난 10여 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국가였다. 국가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마련인 빈부격차도 에티오피아에서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다. 반면 가난한 계층의 살림살이는 급속도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누구도 생각 못한 부작용이 일어났으니, 바로 청소년문제였다.

 

현재 에티오피아 청소년들 사이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입니까?

청소년들, 특히 대학생들은 졸업을 하면 당연히 정부가 자신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그 모든 학생들에게 일일이 직장을 마련해 줄 수 없습니다. 개개인이 자신의 소질이나 능력에 맞는 직장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두 번째로, 자기 자신의 이익에 대해서는 강한 애착을 보이지만 부모님이나 가족, 이웃, 국가와 민족은 등한시하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물론 청년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런 정신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럼 부총장님은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계획이십니까?

남을 위해 헌신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자신의 기쁨으로 여기는 봉사정신을, 마인드교육을 통해 저희 학생들에게도 심어주고 싶습니다. 반갑게도 얼마 전 한국에서 마인드강사를 초빙해 천 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인드교육을 실시했는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에티오피아 청년들이 어떤 정신을 갖기를 바라십니까?

첫째, 적극적인 자세입니다. 정부에서 일자리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 일자리를 찾을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이익보다 사회나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셋째, 고난이 와도 극복하고 문제도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강한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학생들과는 어떻게 소통하십니까?

학생들의 고민을 듣는 기회를 자주 갖되, ‘이 학생의 고민을 꼭 해결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끝까지 들어줍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 곁을 떠나서 지내기 때문에 얼마든지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교우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술이나 담배에 빠지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모두가 소중하기에 어떻게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한국 대학생들을 향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보기에 한국인들의 삶이 굉장히 풍족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 풍족한 삶은 부모님의 피와 땀으로 일군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식민지 시절과 6·25전쟁이라는 고통스런 세월을 이겨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책임감을 가지십시오. 그 책임감이란 결국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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