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REPORT

우리는 아프리카를 가난한 대륙으로 알고 있지만 오늘날 아프리카 국가들은 빠른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 왕성한 경제 활동으로 나라를 발전시키고 있는 아프리카의 중산층에 대해 소개한다.

 

여기 아프리카 맞나요?

케냐 수도 나이로비 교외에 새로 개장한 거대 쇼핑센터 ‘투 리버스 몰Two Rivers Mall’.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62,000㎡ 규모의 공간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아프리카의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프랑스의 대형마트 ‘까르푸’, 미국의 청바지 ‘리바이스’, 그리고 한국의 삼성과 LG는 물론 ‘스와로브스키’ 보석상도 있다. 웬만한 선진국의 쇼핑몰과 견줄 만큼 화려하고 다양한 매장들이 입점해 있는데, 판매원들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정중히 손님을 맞이한다.

건물 밖에 조성된 음악 분수대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그 옆으로 물을 이용한 놀이기구인 ‘플룸라이드Flume Ride’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분수대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과 놀이기구 탑승객들이 질러대는 비명 섞인 유쾌한 환호가 너른 마당에 메아리쳤다.

가족 단위로 쇼핑센터를 방문한 케냐 사람들은 손수레 한가득 물건을 구입한 후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로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풍요로와서 ‘여기가 정말 아프리카 맞아?’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아프리카의 가난을 깨고 태어난 중산층

사람들은 아프리카 하면 ‘가난한 대륙’이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구호단체에서 제작한 홍보영상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위급한 상황에 처한 어린이가 등장해 감성을 자극한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그들은 우리가 기억해야 하고 도와야 할 아프리카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프리카가 마냥 가난한 곳이라고 섣불리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가난은 아프리카가 가진 다양한 색상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비만 인구가 난민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수 보다 많다. UN 난민 고등판무관 사무소는 2016년 아프리카에 500만 명의 난민이 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WHO는 1,000만 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과체중 상태에 있어 청소년들의 체중관리가 시급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아프리카를 더 가까이 만나기 위해서는 ‘가난’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열강의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은 스스로 서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은 오늘날 매우 빠른 경제성장을 하는 투자처로 자라나고 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그러하듯, 케냐도 수도 나이로비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치, 경제, 교육, 교통 등 다양한 산업이 나이로비에 집중되어 있다. 큰물에서 성공을 낚으려는 야망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상경하며 100년 전 1만 명에 불과하던 나이로비의 인구는 오늘날 400만에 육박한다. 활기찬 도시에서 사람들은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람이 모이고 돈이 돌면서 ‘중산층’이라는 새로운 계층이 나타났다. 그들은 도시에 거주하며 교육수준 또한 높다. 대다수 일반노동자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 직장인이거나 사업가들이다. 그들은 부모세대보다 아이를 적게 낳지만 자녀들을 위해 더 수준 높은 사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란다. UN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중산층은 2000년에는 1억 9,600만 명, 2010년에는 3억 1,300만 명에 이르렀고, 2060년에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 인구의 42%인 11억 명이 중산층의 소득 수준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들은 왕성한 경제활동으로 아프리카의 가난을 벗겨내고 있다.

 

아프리카의 왕성한 소비자, 중산층

새로이 등장한 중산층은 이전 세대에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빈곤층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가난한 빈곤층은 햄스터 꼬리만 한 보잘것없는 월급을 집세와 식비를 납부하는 데 모두 쏟아 부어야만 했다. 또한 여윳돈을 저축한다거나 여가활동을 누리지 못했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만 아주 적은 지출을 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돈을 사용하지 못하고 먹고 살기 급급한 소비를 한 것이다.

그러나 중산층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고도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돈을 갖고 있다. 그들은 여유자금을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데에 사용한다.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자동차를 구입하며, 사업을 시작하는 등 빈곤계층일 때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시도한다. 그리고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소비를 한다.

오늘날 케냐에는 ‘무엇을 소비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가치를 측정하는 경향이 만연해 있다. 더 비싼 것을 소비하고 소유할수록 그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여기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저 친구, 어제 피자 먹었어.’라고 말한다면 ‘저 친구, 돈이 꽤 많아.’ 라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물질적인 가치기준은 여유가 생긴 케냐 중산층들로 하여금 새로운 방식의 소비를 하도록 몰아가고 있다. 가장 저렴한 물건을 찾는 습관에서 벗어나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통화만 된다면 아무 휴대폰이나 사용하던 그들이 애플이나 삼성 스마트폰을 선호하게 되었고, 선진국에서 헐값에 들여온 중고 의류를 입던 이들이 외국산 브랜드 매장을 찾는다. 허기를 겨우 때워주는 옥수수죽을 먹는 대신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즐긴다. 이러한 과시적인 소비는 인간의 생리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필수적인 행동은 아니지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활동으로 인식된다.

소비의 재미를 알게 된 중산층 덕분에 케냐의 구매력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케냐 소매시장 소비규모는 2010년 1인당 연평균 4,445달러 였지만 2015년에는 2배 이상 성장해 9,030달러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2020년에는 2015년에 비해 86% 성장한 1만 6,611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케냐의 소매시장은 연평균 13%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중산층 소비자의 증가와 그들의 구매력 상승이 케냐 성장의 원동력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극소수 부유층이 경제활동을 독점하던 시대를 지나 오늘날 아프리카의 발전은 새롭게 등장한 중산층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투 리버스 몰’의 전경.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투 리버스 몰’의 전경.

거대 쇼핑센터, 중산층 소비자를 잡아라

더 새롭고 좋은 것을 찾는 중산층 소비자들의 열망은 필연적으로 거대한 쇼핑센터를 생겨나게 했다. ‘빈곤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라는 고루한 이미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현대적인 건축물은 그야말로 시루에 콩나물 자라나듯 쑥쑥 생겨나고 있다. 특히 나이로비는 쇼핑센터에 관한 한 아프리카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도시다. 나이로비에서 운영되고 있는 쇼핑센터들의 연면적은 39만 1,000 ㎡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다. 현재 건설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쇼핑센터 역시 47만 ㎡로 아프리카 최대 규모다. 그밖에도 나이로비 곳곳에는 정션 몰 Junction Mall, 가든 시티 Garden City, 투 리버스 몰 등 독일이나 일본에 있는 건물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번쩍이는 거대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는 세계의 뛰어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케냐의 전통 재래시장에서는 결코 구할 수 없는 신세계의 상품들로 가득 찬 쇼핑센터는 보다 멋진 상품을 원하는 중산층의 마음을 매혹시킨다.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소개하는 ‘로다’는 쇼핑센터의 장점을 묻는 나에게 퍽 자랑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서 어떤 물건을 사용하는지 알지 못했어요. 외국에서 유행하는 상표가 뭔지, 세계 수준의 제품이 어느 정도의 질을 갖고 있는지 몰랐죠. 하지만 쇼핑센터가 생기면서 이제 우리도 선진국 상품을 접하게 되었어요. 내가 그런 물건을 사용하거나 그냥 구경만 하더라도 외국인들처럼 부유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로다의 말처럼 케냐 사람들은 쇼핑센터를 이용하며 발전하는 아프리카를 만끽한다. 많은 시민들이 주말이 되면 가족과 함께 쇼핑센터로 피크닉을 나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놀이기구를 타면서 여가를 보낸다.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기 원하는 중산층의 취향을 사로잡은 쇼핑센터는 연일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들에게 거대 쇼핑센터는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이 빈곤층에서 벗어나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탈태의 장소인 것이다.

 

아프리카의 힘은 천연자원이 아닌 중산층

아프리카에는 이미 10억이 넘는 인구가 있고 그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아프리카가 성장하는 힘은 아프리카에 있는 천연자원이 아닌 중산층에 있다고 많은 학자들은 말한다. 새로운 것을 찾는 그들의 번뜩이는 본능은 아프리카를 새롭게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그들의 소비활동은 관련된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다. 학자들은 머지않아 아프리카가 중국과 인도를 능가하는 소비시장으로 자라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아프리카 소비시장 규모는 현재 4조 달러로 2025년에는 5조 6,000억달러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의 기업들은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가난한 아프리카라는 오래된 틀에서 눈을 돌려 발전하고 있는 오늘의 아프리카를 주목해보자. 아프리카가 얼마나 활발하고 역동적인 대륙인지 즉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송태진
2008년 부룬디로 1년간 해외봉사를 다녀온 그는 아프리카를 행복으로 가득 채울 꿈을 품은 맹랑한 공상가다. 2015년 12월부터 아프리카 케냐 GBS TV방송국에서 청소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직접 느낀 경험들을 그의 따뜻한 필치로 소개한다.
쏭태의 생생한 아프리카 이야기 블로그 http://blog.naver.com/impo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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