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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드우드 같은 마음의 친구가 있는가연중특집 '교류'
김성훈 기자 | 승인 2017.07.18 13:36

‘불휘 기픈 남간 바라 매 아니 뮐쌔(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니)….’ 조선 세종 때 지은 서사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한 구절이다. 모죽毛竹이라는 대나무는 30미터가 넘게 자라지만 정작 씨를 뿌려보면 작은 순이 하나 솟아날 뿐 전혀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5년 무렵이 지나면 하루에 수십 센티미터씩 성장을 거듭해 급기야 10층 아파트 높이에 이른다. 이에 호기심이 생긴 식물학자들이 땅을 파보니 모죽의 뿌리는 주변 4킬로미터에 걸쳐 넓게 뻗어있었다고 한다.

나무가 높고 클수록 그 나무를 붙잡아주는 뿌리는 더 굵고 긴 법이다. 그런데 이 같은 우리의 상식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나무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자생하는 레드우드red wood라는 나무다. 작게는 90미터, 크게는 100미터 이상 자라는 레드우드는 현존하는 나무들 중 가장 높이 자라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모죽의 세 배가 넘으니 그 뿌리 역시 십수 킬로미터에 이르러야 할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레드우드의 뿌리는 3미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속 50킬로미터가 넘는 태풍이 몰아쳐도 전혀 쓰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3미터에 불과한 뿌리가 어떻게 100미터 넘는 줄기를 지탱할 수 있는 걸까? 그 비결은 연합이다. 레드우드의 뿌리는 짧지만 이웃한 레드우드 뿌리들과 촘촘히 얽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준다. 또 나이든 레드우드는 스스로 자기 가지를 꺾어 어린 레드우드가 자랄 공간을 확보해준다. 이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레드우드는 수백 년에 걸쳐 거목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인간이 지금처럼 발달한 문명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근본 원동력은 교류였다. 문명이 생기기 전, 인간은 의식주 등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해결했다. 옷, 음식, 집 등 삶의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마련하자니 힘들었다. 그래서 직업이 생겨났다. 사냥꾼, 농부, 재단사 등 각자 적성에 맞는 직업을 골라 자신이 만든 물건을 다른 사람과 맞바꾸었다. 교류와 교류가 거듭되면서 경제가 생기고 산업이 발달하고 문명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물질세계는 교류를 통해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지만, 정작 마음세계의 교류는 과거에 비해 점점 희박해지는 요즘이다. 당장 버스나 지하철만 타도 옛날처럼 옆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열에 여덟아홉은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기념일이면 선물 대신 현금이나 상품권을 건네는 것이 어느덧 대세가 됐다. 현금이나 상품권은 보내기도 쓰기도 편리하지만, 정작 ‘지금 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뭘까?’ 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기회는 앗아가 버린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은 어떤 모습인가. 서로 얽히고설켜 당당히 강풍을 이겨내는 레드우드처럼 여러분도 고민이나 문제가 있을 때 도와주고 위로해 줄 마음의 친구가 있는가. 아니면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혼자서 고스란히 비바람을 떠안아야 하는 바위산 위의 낙락장송落落長松처럼 살고 있는가. 물질세계든 인간세계든 인간은 결코 혼자서 살 수 없다. 레드우드처럼 친구가 수십 수백은 못 될지언정, 여러분이 지쳐 쓰러졌을 때 ‘어서 내 손 잡고 일어나’ 하고 손을 내밀어줄 친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될까.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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