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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 vs. 환골탈태 군생활도 마음먹기 달렸다CHANGE
신요한 | 승인 2017.07.13 11:22

입대 후 신병교육대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을 때다. 종교시간에 갔던 교회 벽면에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나라는 원석原石이 보석이 되는 1년 9개월!’ 나만 그 문구가 마음에 남았던 게 아니었는지 얼마 뒤 정신교육 시간에 부사단장님이 그 문구를 읊으셨다.

많은 전우들이 ‘군생활 하는 것이 시간 낭비 같다’고 했다. 내일에 대한 기대나 희망 없이 ‘그저 하루하루 시간이나 때우자’는 식으로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사회에서 공부하랴, 대외활동하랴 ‘빡세게’ 살았던 사람들은 일찍 재워주고 밥도 먹여주고 운동까지 시켜주는 군대가 인생 휴가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정말 모처럼의 휴식을 취하는 듯 편안해 보였다. 어떤 사람은 군대를 ‘인생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사회에 있을 때는 바빠서 자기계발을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을 낼 수 없는데, 군대에서는 일과시간이 끝나면 자유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자기계발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신병교육대를 수료하고 자대로 전입 온 첫날부터 연등(취침시간에 자지 않고 2시간 정도 업무나 공부를 하는 것으로 당직근무자의 허락이 필요하다)을 시작했다. 이등병이 전입 오자마자 연등을 한다고 놀라는 선임도 있었다. 내가 특별히 성실해서 연등을 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 다만 군생활에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병교육대 시절, 부중대장님의 정신교육 시간에 자신의 군생활 목표가 무엇인지 발표하는 순서가 있었다. 나는 손을 들고 이야기했다.

“제 군생활의 목표는 제대할 때 책을 내는 것입니다.”

“어떤 책을 쓸 계획인가?”

“책을 읽은 사람이 군생활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갖게 하는 책을 쓰고 싶습니다.”

신병교육대를 수료하던 날, 부중대장님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부중대장님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슬럼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에너지를 다 소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를 잃은 것이다. 전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극복할 수 있지만, 후자는 목표를 찾을 때까지 방황하게 된다. 나는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우리 병사들이 군생활을 시작할 때 어떤 목표가 있기를 바랐다. 책을 쓰든 무엇을 하든 항상 도전하길 바라고, 책이 나오면 내게도 보여주길 바란다.’

책을 쓰겠다는 목표가 분명했기에 나는 꾸준히 노트에 그날 어떤 일이 있었고, 그 일을 통해 내 마음에 어떤 변화와 깨달음이 있었는지 정리했다.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이 바뀌려면 군생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내가 실제로 변화된 이야기를 책에 담아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마음의 변화를 그린 성경도 꾸준히 읽었다.

(사진제공=대한민국 육군)

얼마 전 대대장님과 신병간담회를 했다. 의자를 둘러놓고 앉은 자리에서 대대장님은 한 명 한 명에게 각자 이름의 뜻과 군생활 목표에 대해 물으셨다. 군생활의 목표가 ‘몸 건강히 무사히 제대하는 것’이라고 답하는 전우들이 많았다. 몇 사람의 발표를 들으신 대대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네들 이름의 뜻풀이를 들어보면 부모님들이 마음을 담아 이름을 지으신 게 보여. 부모님은 자네들을 향해 원대한 뜻이 있는데, 정작 자네들은 포부가 작으면 어떡하나? 다들 ‘몸 건강히 무사히 제대하고 싶다’고 하지만, 군대에서는 잘 먹여주고 운동도 시켜주기 때문에 하라는 대로만 해도 건강히 제대해. 그 말은 결국 군생활 하는 동안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뜻이야.

나는 ‘내가 어떻게 하면 장병들이 행복한 군생활을 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어. 맛있는 과자 많이 주고 훈련이 있어도 쉬라고 하면 좋아하겠지? 그런데 그게 정말 행복한 걸까? 내 질문에 식은땀이 흐르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로 인해 자네들이 목표를 갖고 그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해서 제대할 때 그 목표를 이루고 간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군생활을 마치는 사람과 출발선이 다를 거야. 그 사람은 그렇게 얻은 자신감과 열정으로 제대 후에도 더 성공적인 삶을 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평소 강도 높은 훈련을 자주 실시해 병사들의 ‘원성(?)’을 샀던 대대장님! 하지만 대대장님이 그렇게 하신 데에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군대에는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분들이 많다. 또 자격증 취득이나 체력 단련 등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은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

“지휘관이신 대대장님의 뜻을 가슴에 담고 군생활을 하면 진짜 행복한 군생활을 보낼 수 있겠구나. 앞으로 남은 군생활 동안 ‘나’라는 원석을 어떤 보석으로 갈고 닦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다른 동기들과 좀 더 적극적인 군생활 계획을 짜고 싶어졌다. 앞으로 군에서 보낼 1년 9개월이 허송세월이 될지, 환골탈태의 기회가 될지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신요한

본지 캠퍼스 리포터로 중앙대 일어일문과 3학년을 마치고 지난 3월 입대해 현재 육군 이기자부대에서 복무중이다. 얼마 전 신병위로 휴가를 나와 자신의 군생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해외봉사를 하며 터득한, 상대와 마음을 나누는 자세야말로 보람 있는 군생활을 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하는 그의 글을 연재한다.

신요한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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