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수면장애

예년보다 일찍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밤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른바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수면장애는 날이 더울 때뿐만 아니라, 계절과 상관없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수면장애 환자는 2010년 46만 1천여 명에서 2013년 60만여 명, 2015년 72만 1천여 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수면장애는 원인과 증세에 따라 다음의 3가지로 나뉜다.

①입면장애: 밤인데 눈이 말똥말똥해지면서 잠에 들기 어렵거나, 잠에 들어도 자주 깨는 경우, 새벽에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를 모두 가리킨다.

②하지불안증후군: 잠들기 전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 근질근질한 느낌이나 쑤시고 저리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생기는 증세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잠이 부족해진다.

③수면 중 무호흡증: 잘 때 코를 고는 사람들 중 75%가 수면 중에 호흡이 멈추는 ‘수면 중 무호흡증’ 환자라는 통계가 있다. 코골이는 상당한 수면불량의 징후로, 수면 중 코를 골거나 무호흡 상태가 되면 체내 산소 공급이 어려워져 잠에서 깬다.

 

수면장애, 왜 생기고 어떻게 치료할까?

위 3가지 중 우리가 흔히 불면증이라고 부르는 것은 ‘①입면장애入眠障.’다. 말 그대로 수면에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원인은 대략 아래와 같다.

첫째, 생체리듬이 깨진 경우다. 사람의 수면과 각성에는 일정한 주기가 있는데, 이를 일주기日週期라고 부른다. 생활패턴이 불규칙하면 일주기에 장애가 생겨 불면증을 겪는다. 건강한 사람의 수면시간이 대략 밤 10시~다음 날 아침 6시라면, 일주기 리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새벽 3시~낮 12시로 늦춰지거나 저녁 6시~새벽 3시로 앞당겨지기도 한다. 적절한 시간에 빛을 쪼이는 광치료와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행동치료를 겸하여 생체리듬을 조절해 치료한다.

둘째, 뇌의 흥분상태가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충격적인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것이 원인이나, 특별히 가시적인 이유가 없어도 일어날 수 있다. 트라우마가 원인이라면 한의학적인 신경안정제를 투여하면 개선된다. 장기간의 스트레스로 부신副腎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혈당 조절기능이 떨어져서 혈당 저하로 잠들지 못할 수 있다. 이때는 당을 보충하고 대사를 활성화하면 도움이 된다. 상담 치료, 인지행동 치료, 작업 치료 등도 좋다.

셋째, 체온의 조절장애 때문이다. 수면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체온이 높았다가 떨어지는 경사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체온 조절장애라면 미국 수면의학회에서는 잠들기 2시간 전에 따뜻한 물로 30분간 목욕을 권장한다. 체온을 올렸다가 서서히 떨어뜨려 수면을 유도하는 것이다. 샤워는 골수까지 온도를 올리지 못해 효과가 적다. 스트레스로 골수의 온도가 높아져 떨어지지 않거나 체온이 지나치게 낮아도 정상적으로 잠에 들 수 없다. 전자라면 스트레스 증후군을 치료하는 한약을, 후자라면 체온을 올려주는 한약을 장기간 복용해서 치료해야 한다.

넷째, 내과 질환으로 수면 중 체온이 너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경우다. 체온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답답함을 느끼고 땀이 나 경미한 탈수가 일어난다. 자고 나서 입마름이 심하고, 피부가 건조해지고, 일어나기도 힘들어진다. 반대로 체온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는 장기적인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다. 부신 기능의 저하로 부신피질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아 자는 동안 혈당 및 대사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환자들은 새벽 2~4시 등 일정한 시간에 깰 때가 많은데, 생각보다 몸이 좋지 않다는 의미이므로 장기적인 치료와 스트레스 관리로 극복한다.

 

의학적 치료보다 습관 개선이 먼저

마지막으로 코골이는 체중이 늘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또 비염, 축농증, 만성 인후두염과 같은 이비인후과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적으로는 먼저 인후두 질환을 치료함으로써 코골이와 수면불량을 치료한다.

수면장애를 치료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습관을 바꾸지 않은 채 한의학적인 치료만으로는 수면장애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개인차가 있지만 우리는 인생의 1/3을 잠으로 보낸다고 한다. 수면시간은 활기찬 일상을 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평소 내 수면상태는 어떤지 이참에 한번쯤 점검해 보자.

 

수면장애 예방 체크리스트

○일정한 시각에 기상하자.

○아무리 졸려도 정한 시간 전에는 잠자리에 들지 말자.

○잠자리에서는 잠만 자고 TV시청, 공부, 휴대폰 사용을 하지 말자.

○잠들기 힘들면 잠자리에서 나오자.

○잠자리에서 걱정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말자.

○낮잠을 피하자.

 

 

조원희    
원광대 한의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7년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해외봉사를 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기쁨과 보람을 배웠다.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며 휴가를 아껴 2009년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다녀온 이후, 굿뉴스의료봉사회 회원으로 매년 해외 의료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안양의 예신한의원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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