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청년 실업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현실 속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싶어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이 일에 인생을 걸어보자’는 열정도 없이 안정만 추구하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더구나 공무원은 소속부서와 맡은 일, 직급에 따라 그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심지어 대통령도 공무원이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 가고 싶다’는 목표도 마찬가지다. 그 대기업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지도 생각해 보지 않은 채 무작정 대기업만 선호하는 것은 참으로 막연한, 그래서 위험한 목표다. 이런 말을 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곧 진정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잘 알고 선택하는 이가 많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직장과 직무를 구분해야 '진짜' 직업이 보인다

취준생이라면 직업, 직장, 직무라는 단어들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셋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단어들이다. 직장職場은 ‘일하는 장소(일터)’라는 뜻이 비교적 분명해 헷갈리는 일이 비교적 드물다. 하지만 직업과 직무는 별 생각 없이 혼용해서 쓸 때가 많다. 사전에서는 직업職業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 종사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직무職務는 ‘직책이나 직업상에서 책임을 지고 담당하여 맡은 사무’다. 즉 직업이 직무보다 훨씬 더 큰 개념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직업은 서비스업/제조업/금융업/건축업 등 여러분이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추진하는 사업분야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직무는 경영관리/생산/영업/물류 등 여러분이 그 회사에 들어갔을 때 맡게 되는 일이다. 직장은 앞서 말한 것처럼 위치적인 개념이지만, 하지만 상황과 문맥에 따라 자칫 뜻이 모호해질 수 있다. 가령 ‘어디에 다니느냐?’는 표면적으로는 직장에 대한 질문이지만, 실상은 직무까지 아우르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때는 ‘S전자에 다닙니다’보다는 ‘S전자의 연구개발 파트에 있습니다’ 정도로 답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업을 정하려면 서비스업, 제조업, 금융업 등 어떤 업業에 종사하고 싶은지 정하고, 그 업종의 본질과 특성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업종에는 어떤 회사가 있는지 살펴보고, 입사지원서를 넣을 회사(직장)를 결정해야 한다.

 

‘어디에 다닌다’보다 ‘무엇을 하겠다’부터 결정하라

자신의 직업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려면 먼저 진로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전공 선택도 진로설계의 일환이며, 대학을 졸업할 때쯤이면 진로설계가 어느 정도 끝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고용정보원의 통계에 따르면 대학 졸업 예정자들의 61.5%가 진로를 못 정한 상태라고 한다.

이유가 뭘까. 혹 ‘무엇을 하겠다’보다는 ‘어디에 다닌다’를 중시하는 세태 때문은 아닐까. 대학에 진학할 때도 본인의 적성보다 이른바 ‘인서울’ 등 간판을 선호하는 풍조는 여전하다. 취준생들 사이에도 ‘이런 일을 하겠다’보다 ‘어느 회사에 가겠다’가 주된 화제다. 그러나 대기업이라는 간판만 보고 직장을 택했다가 막상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직장보다 중요한 것이 직업과 직무다. 먼저 자신에게 맞는 일(직업, 직무)이 무엇인지 결정하고, 그 뒤에 어느 회사(직장)에 다닐지 탐색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여러분이 일하고 싶은 업종을 찾는 일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인터넷에서 ‘한국표준산업분류’를 검색해 보자. 이 표에는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총망라되어 있다. 서비스업만 해도 공급과 수요 주체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며,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으로 세분화된다. 업종을 정하고 나면 직장과 직무를 정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같은 직무라도 업종에 따라 하는 일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신의 성격이나 흥미, 강점에 맞는 업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교육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 사람은 그 업종 내에 있는 직장 중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직장을 정할 것이다. 업종을 정하기 전에 염두에 둔 직무가 있어도 해당 업종에서의 직무는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업종에 따라 원하는 직무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직업이라는 큰 틀 안에 있는 직무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뒤에야 방황하는 일 없이 올바른 직업 선택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전공과는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이른바 탈脫 전공 사례도 늘고 있다. 전공이나 흥미 등 한 가지 요소에 얽매여 직업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기억하자. 취업 활동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처음부터 너무 큰 보폭으로 앞서나가려 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고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경험도 쌓이고 시야도 차츰 넓어지면서 어느 길로 가야할지 뚜렷해질 것이다.

 

박천웅

국내 1위의 취업지원 및 채용대행 기업 스탭스(주)의 대표이사. 한국장학재단 100인 멘토로 선정되어 대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진로취업 서비스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기업 근무 및 기업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학업과 취업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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