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을 딴 독특한 콘셉트의 핫도그로 크게 성공한 이영철 사장. 한때 사업에 실패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만큼 마음이 내몰리기도 했다. 지금은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해 전처럼 활기차고 행복하게 산다는 그를 만났다.

 

영철버거를 시작하신 지도 벌써 만 17년이 되었습니다.

시골에서 11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무작정 상경해 공장, 중식당,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에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리어카 한 대를 놓고 핫도그 장사를 시작했어요. ‘영철버거’의 시작이었지요. 고대라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명문대학인데, 초등학교 4학년밖에 못 나온 제가 그것도 리어카 장사를 하고 있자니 기가 죽는 느낌이었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절 쳐다볼 때면 자괴감도 들었고요. 제 편에서 먼저 마음에 벽을 친 거죠.

그러다 어느 날 ‘아, 내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평소 동경하고 존경하는 대학생들에게 제가 먼저 다가가기로 생각을 바꾸었어요. 학생들이 오면 고개 숙여 반갑게 인사하고 말도 걸고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눈여겨 봐 두었다가 덤도 줬습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저를 친구처럼 격의 없이 대해주는 게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생계를 해결하려고 시작한 장사였지만, 언제부턴가 돈보다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웃을 수 있는 게 더 큰 행복이 되었습니다. 제가 열등감에만 빠져 있었다면 지금의 영철버거는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시작한 영철버거가 착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크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다 2015년에 부도를 맞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고 들었어요.

개당 천 원씩 하는 핫도그가 하루에 3천 개씩 팔리는 날도 많았어요. 돈도 남부럽지 않게 벌었고, 신문과 방송에서 취재요청이 이어지면서 유명해졌어요. 내친 김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고, 물가가 오르면서 천 원짜리 핫도그는 수지가 맞지 않아 고급 수제버거로 주력상품을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영철버거=천 원’이란 인식을 깨기란 결코 쉽지 않았어요. 전국에 80여 개나 되는 프랜차이즈 매점을 관리하는 것도요.

 

결국 2015년에 부도를 맞았습니다. 힘들었죠. ‘난 성실한 사람’이라는 자부심도 있었고, 고대에 1억 넘게 장학금을 낸 적도 있어서 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소리만 들었거든요. 그런 제가 남한테 미안하다는 소리를 해야 한다 생각하니….

가족이나 손님들 보기도 미안해 몇 달을 집에서만 지냈는데, 그런데 어느 고대생이 문자를 보내왔어요. ‘영철버거를 돕고 싶다’라고요.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왜 힘들다는 이야기를 못했을까?’ 잘 망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덕분에 제 주변에 저를 생각하고 염려해 주는 분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요. 왜 ‘병은 만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여러분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날 멀리하겠지?’ 하는 생각을 버리고 주위에 도움을 청해보길 바랍니다.

 

요즘은 혼자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혼놀’‘혼밥’이 트렌드입니다. 혼놀이나 혼밥을 어떻게 생각 하세요?

제가 한창 장사하던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더치페이라는 게 없었어요. 우리 가게를 찾는 학생들도 늘 두셋씩 함께 다니며 ‘오늘은 이 친구가 쏘고, 내일은 저 친구가 쏘고’ 했지요. 여럿이 함께 다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더치페이가 일반화되었어요. 서구문화의 유입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남까지 생각하는 배려심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 싶어요.

한편으로는 남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는 과시욕,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 때문에 학생들 마음이 고립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희 가게에는 2,600원짜리 핫도그도 있고 4,5천 원짜리 샌드위치도 있는데, 싼 걸 먹을 때는 구석에 숨어서 먹는 학생들이 있어요. 반면 비싸고 실속 없는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는 남들 앞에 내세우려고 애를 쓰거든요. 우리 학생들이 부족하고 모자란 점이 있어도 당당해졌으면 합니다. 돈 없으면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 마시면 되잖아요? 좋은 모습으로 자기를 가리며 살다보니 정작 어렵고 힘들 때 털어놓을 상대가 없어 힘들어하는 거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늘 대학생을 가까이서 대하는 인생 선배로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제가 부도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건 가족의 힘이 컸습니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소중한 사람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건 마음에 힘을 주는 고마운 일입니다. 얼마 전에 아들이 자신의 가슴 아픈 짝사랑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좋아하는 아가씨가 생겼는데, 그 아가씨는 좀처럼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저 역시 짝사랑을 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그런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조언도 해 줄 수 있었습니다. 가슴앓이도 해보고 많이 경험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고 보듬어줄 수도 있으니까요.

요즘은 세상이 너무 바삐 돌아가다 보니 소통하는 것조차도 얼굴을 맞대지 않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대신하는 걸 보면 몹시 안타깝습니다. 기계로 소통하니까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충분히 표현할 수 없어 사람들이 점점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상대에게 부담스런 이야기는 피하게 되고요. 사람은 절대 혼자서 살 수 없습니다. 서로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행복한 삶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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