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게 정말이에요?” 키리바시에 해외봉사를 갔다가 알게 된 ‘알렉산더 테아보’ 교육부 장관님이 포럼 참석차 한국에 오신단다. 마침 신세진 일도 있어 관광도 시켜 드리고 식사도 대접하고 싶어졌다. 다행히 장관님도 시간이 되신다고 한다. 키리바시 단원들을 중심으로 굿뉴스코 단원들이 뭉쳤다. “장관님, 오늘은 저희가 모실게요!”

 

여기서 장관님을 만날 줄이야!

우리 15기 키리바시 굿뉴스코 단원들이 테아보 장관님을 처음 만난 건 작년 8월 3일이었다. 우리는 지부장님과 함께 뿌따리따리라는 섬으로 봉사활동을 가려고 본리키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그곳에 계시던 장관님이 우리한테 관심을 보이셨다. “저희는 해외봉사단원들인데 지금 뿌따리따리로 봉사를 가려고 합니다.” 장관님은 크게 기뻐하시며 뿌따리따리에서 타고 다닐 차량을 지원해 주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려 깊고 남을 배려하는 장관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장관님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일 거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장관님은 한류문화의 팬이셨다

그 장관님이 IT 관련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키리바시에서 받은 도움에 보답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만이라도 장관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졌다. 굿뉴스코 단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짰다. ‘서울에는 갈 곳도 많은데, 어디 모시고 가면 좋을까? 김치 같은 한국 요리는 잘 드실까?’

그런데 장관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이 여섯 번째 한국 방문이라고 하셨다. 키리바시에서는 틈틈이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즐겨 보시는 한국 마니아셨다. 특히 감명 깊게 본 드라마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과정을 그린 <뿌리 깊은 나무>다.

“서울 시내에 나갔다가 세종대왕 동상이 눈에 띄어 정말 반가웠던 적이 있어요. ‘아! 영화에서 봤던 분인데’ 하고요. 한국 드라마는 한국인의 생활상을 잘 담고 있고 감동과 교훈까지 주기 때문에 한국을 공부하는 좋은 자료입니다.”

우리는 장관님을 IYF 서울센터로 모셨다. 장관님 도착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다가 차에서 내리시자마자 꽃다발을 건네며 키리바시 노래를 불러드렸다. 장관님은 하얀 이를 활짝 드러내며 웃으셨다. “여러분, 이 노래를 어떻게 준비했어요? 그것도 악보도 없이 외워 부르는군요”라는 감탄사와 함께.

 

IYF 서울센터에 도착하신 장관님을 키리바시 노래를 아카펠라로 부르며 영접했다. 감격스러우신지 장관님은 살짝 눈물까지 지어 보이셨다.
IYF 서울센터에 도착하신 장관님을 키리바시 노래를 아카펠라로 부르며 영접했다. 감격스러우신지 장관님은 살짝 눈물까지 지어 보이셨다.
2017 리더스 컨퍼런스 준비팀 대학생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평소부터 한국 대학생들과 꼭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는 장관님은 청소년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컨퍼런스의 취지에 공감하시며 격려해 주셨다.
2017 리더스 컨퍼런스 준비팀 대학생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평소부터 한국 대학생들과 꼭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는 장관님은 청소년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컨퍼런스의 취지에 공감하시며 격려해 주셨다.
남대문시장 내에 있는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장관님은 수행원과 함께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셨다.
남대문시장 내에 있는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장관님은 수행원과 함께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셨다.

비 때문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된 남대문 투어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 우리가 장관님을 모시고 간 곳은 남대문시장이었다. 마침 남대문시장 내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남대문시장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가능한 가이드가 외국인을 수행하며 숭례문과 화폐박물관 등 주변의 명소와 시장 곳곳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시장을 돌아보기 전, 라운지에서 장관님과 함께 한복을 입어 보았다. 알록달록 색동옷과 삼색 부채가 풍채 좋은 장관님과도 잘 어울린다. 어린애처럼 기뻐하시는 장관님을 보니 우리 입가에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투어에는 전통문화체험 코스와 역사체험 코스가 있는데, 늘 한국을 배우는 데 열심이신 장관님은 역사체험 코스를 선택하셨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까부터 먹구름을 잔뜩 머금고 있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ㅠㅠ. 하지만 장관님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아니, 너털웃음까지 터뜨리신다.

“키리바시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요. 그런데 한국까지 와서 이렇게 비를 맞으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한국에 여섯 번이나 와 봤지만 비를 본 건 처음입니다.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습니다.”

 

숭례문 앞에서.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남대문시장 투어를 강행(?)하신 장관님은 ‘한국에 여러 번 와 봤지만 비를 본 것은 처음’이라며 좋은 추억이 생겼다고 즐거워하셨다.
숭례문 앞에서.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남대문시장 투어를 강행(?)하신 장관님은 ‘한국에 여러 번 와 봤지만 비를 본 것은 처음’이라며 좋은 추억이 생겼다고 즐거워하셨다.
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친다지만 남대문의 명물 ‘찐빵집’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평소라면 줄서서 사 먹어야 하는 맛집이지만 날씨 때문에 손님이 많지 않았다. 장관님의 속을 따끈하게 달래드린 찐빵이 무척 고마웠다.
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친다지만 남대문의 명물 ‘찐빵집’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평소라면 줄서서 사 먹어야 하는 맛집이지만 날씨 때문에 손님이 많지 않았다. 장관님의 속을 따끈하게 달래드린 찐빵이 무척 고마웠다.

“이 간담회는 제가 가장 기다렸던 시간입니다!”

관광을 마친 장관님은 다시 IYF 서울센터로 이동해서 ‘2017 리더스 컨퍼런스’ 준비팀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지셨다. 매년 7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리더스 컨퍼런스는 대학생들이 각국의 청소년 문제에 대해 토의하고 해결책을 기획, 발표하는 아이디어 경연대회다. 마침 이 시기에 열리는 세계 청소년부 장관 포럼에 참석한 각국 장관과 정치인들의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장관님은 이번 간담회가 오늘 일정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라고 하셨다.

“한국은 발전속도가 빠르고 변화의 폭도 큽니다. 올 때마다 바뀌어 있어요. 한번은 인천공항에 내렸는데 공항철도가 개통되어 있더군요.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길러진 인재들이 그 발전과 변화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인재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어요.”

키리바시는 3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섬마다 일일이 학교를 세우고 교사를 파견할 수 없어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은 학교가 있는 큰 섬으로 가야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그만두는 학생들도 많다.

장관님은 IT를 활용한 원격교육이 대안이라고 생각하셨다. 이번에 포럼에 참석한 목적도 IT 기술을 키리바시의 교육현장에 도입할 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다행히 수도를 중심으로 인터넷 보급이 차츰 확대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터넷으로 야기될 악영향이 벌써부터 염려스럽다고 한다.

“매스미디어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부작용도 많으니까요. 그 부작용을 이겨내려면 사고력에 바탕을 둔 마음의 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헤어져 아쉽지만 다시 만날 날이 있어 행복하다

하루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간 기분이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장관님과 헤어져야 한다니 아쉽기만 하다. 식사를 하기 전 정성껏 쓴 손편지와 선물을 드렸다.

‘장관님, 저희는 키리바시에서 한국어, 댄스, 태권도를 현지 청소년들에게 가르쳐 주었고, 마인드 강연도 진행했습니다. 특히 마인드강연을 듣고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들을 보며 저희도 행복했고, 지금은 키리바시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선물로는 몸에 좋은 홍삼차와 사모님께 드릴 시트팩, 그리고 가족들을 위한 화과자와 초콜릿을 준비했다. 감격스러운 나머지 살짝 눈물을 글썽이시는 듯했다. 이날의 메뉴는 감자탕이었다. 혹 ‘장관님 입에 맞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장관님은 너무나 맛있게 드셨다. 젓가락질은 또 어찌나 잘하시는지! “키리바시는 생활환경이 척박하기 때문에 먹을 것이 귀해요. 그래서 우리는 뭐든지 다 잘 먹지요.” 돼지뼈와 감자는 물론 추가로 시킨 라면사리까지 깨끗이 비우셨다.

사실 장관님을 대하기가 처음에는 어색했다. 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청소년들을 깊이 생각하시는 장관님의 마음을 자주 엿볼 수 있었다. 키리바시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들도 이야기해 드렸다. 장관님은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으셨다. 항상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 어느새 장관님과 마음이 가까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는 키리바시를 떠날 때 생각이 나며 가슴이 뭉클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키리바시에 가고 싶다. 장관님도 만나고 우리를 보며 행복해 했던 키리바시 사람들도 만나고 싶다. 헤어짐이 아쉽지만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하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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