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두번째 이야기] 존, 왜 너라고 말하지 않았니?

고립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강하게 밀고 들어오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중요한 문제 앞에서 냉정하게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따라 결정합니다.‘난 안 돼. 죽어야 해’하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마음이 기울어져버립니다.

 

이제부터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실화라고 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남북한이 싸우면서 수많은 군인들이 죽어갔습니다. 전쟁이 한창일 때 미국 LA 근교에 한 부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12시가 가까웠는데 ‘따르릉 따르릉’ 하고 그 집에 전화가 왔습니다. 부인이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여보세요?”

“엄마, 저예요. 존이에요.”

부인이 깜짝 놀랐습니다. 존은 하나뿐인 외아들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있었습니다. 그 전쟁에서 많은 미군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 졸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들에게 전화가 온 것입니다.

 

“너 정말 존이냐?”

“예, 어머니. 저예요.”

“지금 어디냐?”

“이제 방금 LA공항에 도착했어요.”

“아, 그래? 몸은 건강하니?”

“예, 건강해요.”

부인은 정말 기뻤습니다.

“존,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빨리 집에 오너라!”

“엄마, 나 지금 친구들하고 같이 있는데 내일 아침에 갈게요.”

“그래, 기다릴게. 빨리 와라.”

부인이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존이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엄마, 내가 한 친구를 집에 데리고 가고 싶어요.”

“그래, 데려오너라. 어떤 친군데?”

“같이 참전한 친구예요. 그 친구는 전쟁터에서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가 없고, 오른팔도 없고, 눈도 한쪽을 잃었어요.”

“그래, 안됐구나! 와서 일주일 푹 쉬었다 가게 해라.”

“엄마, 나는 그 친구하고 한평생 같이 살았으면 해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 전쟁터에서 감상적인 사람이 됐구나. 생각을 해봐라. 한쪽 팔다리가 없으니 화장실은 어떻게 가고, 샤워는 어떻게 하겠니? 그런 사람이 집에 오래 있으면 네가 불편할 것이고 나중엔 귀찮아질 거야. 그러니까 얼마간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가게 해라.”

“엄마, 나는 그 친구랑 함께 살고 싶고 또 살아야만 하는 데, 그렇게 하면 안 될까요?”

“네가 전쟁터에서는 그런 감정을 잠시 가질 수 있지만 현실에 부딪히면 다를 거야. 나중엔 돌려보내는 게 좋겠구나.”

 

“예, 알겠어요.”

“그래, 잘 생각했다.”

“엄마!”

“왜?”

“안녕히 계세요.”

“웬 인사는…. 그래, 빨리 와라.”

“엄마!”

“왜?”

“엄마, 건강하셔야 해요.”

“그래, 빨리 와.”

전화를 끊었습니다. 부인은 전쟁 나간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곧바로 아들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정돈도 하고…. 그래도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다시 다리미를 꺼내서 아들 옷을 말끔히 다려 옷장에 걸어 놓았습니다. 침대 옆에 꽃도 꽂아 놓았습니다. 말할 수 없이 행복했습니다. 그런 행복을 느껴 보기는 오랜만이었습니다. 부엌에 가서 아들에게 줄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동이 트려면 아직 멀었지만, 아들을 기다리면서 요리를 한다는 것이 즐겁기만 했습니다.

드디어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오전 여덟 시가 되고, 아홉 시가 되었는데 아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부인은 아들이 보고 싶어서 속이 탔습니다. ‘얘가 빨리 안 오고 뭐 하는 거야?’ 열 시가 되고 열한 시가 되어도 아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하여튼 젊은 애들은 친구들과 놀다 보면 정신이 없다니까.’ 정오가 지나고 오후 한 시가 다 되었을 때 ‘따르릉 따르릉’ 하고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빨리 안 오고 왜 또 전화를 해?’라고 생각하면서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여보세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실례합니다. 거기가 존의 집인가요?”

“예, 그렇습니다만….”

“존의 어머니신가요?”

“예. 그런데 누구신지요?”

“경찰인데요. 부인 아들이 호텔에서 투신자살했습니다. 빨리 병원으로 오십시오.”

부인은 꼭 꿈을 꾸는 듯했습니다.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아들이 죽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현실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도 믿겨지지 않았는데 곧 온다던 아들이 이번엔 죽었다니…! 부인은 정신없이 차를 몰아 병원으로 갔습니다.

 

경찰이 기다리고 있다가 부인을 한 병실로 인도했습니다. 병실 가운데 침대가 덩그러니 있고 그 위에 어떤 사람이 누워 있는데, 하얀 시트로 덮여 있었습니다. 경찰이 그 시트를 젖히는데, 부인이 너무나 놀랐습니다. 누워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사랑하는 아들 존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쪽 눈이 없고, 얼굴은 흉터투성이고, 한쪽 팔과 다리도 없었습니다. 부인은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소리 쳐 울었습니다.

 

“존! 존! 왜 그게 너라고 말하지 않았어? 왜 그게 너라고 엄마에게 말하지 않은 거야?!!”

존은 한국전쟁 때 유엔군으로 참전해 동부전선에서 전투를 하다가 지뢰를 밟았습니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심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위생병들이 의식을 잃은 존을 병원으로 후송했는데, 존이 의식을 회복한 뒤 다리를 움직이려고 하니까 한쪽 다리에 감각이 없었습니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다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쪽 팔도 없고, 한쪽 눈도 잃은 상태였습니다. 존은 일본 오키나와 병원으로 옮겨져서 치료를 받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탔습니다. LA를 향해 가는 비행기 안에서 존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내가 떠나올 때는 건강했는데, 불구자가 되어 돌아가는구나. 내가 이런 몸으로 고향에 도착하면 친구들이 나를 좋아할까?’

자기가 봐도 모습이 흉측한데 친구들이 그런 자기를 좋아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탐, 매튜, 앤드류….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생각해 보았지만 누구도 자기를 반가워 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여자 친구들은 더 싫어할 것 같았습니다. 존은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그래, 세상 누가 뭐라 해도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실 거야!’

하지만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면 다시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아냐. 어머니도 이런 나를 싫어하실지 몰라.’

공항에 내린 후, 존은 어머니의 마음을 먼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전쟁터에서 지뢰를 밟았어요. 한쪽 팔다리가 없고 눈도 하나 잃었어요. 저는 그 친구와 평생 살려고 해요. 아니, 한평생 살아야 돼요.”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냉정했습니다.

“얘, 네가 전쟁터에서 감상적인 사람이 되었구나. 생각해봐라. 팔다리가 없으면 화장실은 어떻게 가고, 샤워는 어떻게 하겠니? 함께 지내면 네가 불편할 것이고, 조금 더 지나면 부담스러울 거야. 그러니까 잠깐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해라.”

 

존은 그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의 마음을 오해했습니다.

‘어머니가 나를 부담스러워하시겠구나. 어머니가 나를 귀찮아하시겠구나. 어머니가 나를 불편하게 여기시겠구나. 그렇다면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내가 살아서 뭐 하나?’

어머니와 아들 사이라도 서로 오래 떨어져 있다 보니 마음을 주고받지 못해 존이 어머니의 진정한 뜻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 오해했습니다. 결국 존은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울부짖었습니다.

“존! 왜 그게 너라고 말하지 않았어? 네가 팔다리를 잃었다고 했으면 내가 네 팔이 되어 주고 다리가 되어 주었을 텐데! 더 영광스럽게 여겼을 텐데!”

존은 어리석은 방법으로 어머니의 마음을 알려고 했습니다.

“엄마, 내가 전쟁터에서 팔다리와 눈을 잃었어요. 나 싫어할 건가요? 싫어하면 집에 안 갈게요.” 하고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어야 했는데, “내 친구가 있는데…” 하고 돌려서 말했습니다.

그런 장애요소가 어머니의 마음이 존에게로 흘러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존은 어머니의 사랑을 몰랐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정확히 알았다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의 설립자이자, 세계 최초로 마인드교육을 창시한 청소년문제 전문가이다.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을 성경에서 발견한 그는 젊은이들에게 마음의 세계를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한다. 행복에 이르는 진정한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지를 10가지 주제로 이야기한 자기계발서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를 집필했다. 저자의 동의를 얻어 매달 한 주제씩 본지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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