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봐도 부자는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 치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눈과 귀, 그리고 입입니다.

부자는 자기 소유가 많기 때문에 남 앞에서 겸손하거나 마음을 굽힐 필요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안하무인입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필 줄도 모르고,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래서 눈이 작고 귀가 작습니다. 하지만 입은 큽니다.

속에는 늘 자기 고집이 가득해서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거지는 부자와 반대로 눈과 귀는 크고 입은 작습니다. 거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충고를 들어야만 얻어 먹을 수 있습니다.

물론 거지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살필 줄 몰라 동냥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랜 굶주림으로 고생하면서 자연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눈이 커지고, 이야기를 듣는 귀가 커졌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어도 불평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입은 작습니다.

 

최웅렬
구족화가로서 1993년부터 현재까지 다수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비롯하여 국내외에서 활발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뇌병변 장애로 인해 바퀴를 다리로 알고 살아가는 그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행복으로 꽉 찬 사람이다. 2010년에 최웅렬갤러리를 강릉에 개관하여 자신이 만난 행복이 담긴 그림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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