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사람 이야기 2

지혜의 바다에까지

이르지 못하는 지식은

수심이 얕은 강같이

천박한 것.

삶이 순탄하게 흘러갈 때는

그럭저럭 괜찮지만

삶의 중요한 시점에서는

곧 한계가 드러나고 말지.

……

정연복 시인이 쓴 ‘지식과 지혜’란 시의 한 대목입니다. 지식을 가진 사람인지, 지혜를 가진 사람인지 겉으로는 구분이 가지 않지만 한계상황에 서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위에 소개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 자신의 경험과 실력을 내세우기보다 밖으로부터 오는 지혜를 받아들이려는 겸허한 마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도드라지게 보입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독자 여러분도 참된 지혜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는데에서 출발하는 것을 알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식 너머 지혜의 세계를 발견했으면 합니다.

 

‘암 환자들은 굶어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치료를 받기 위해 또는 치료의 후유증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다 보니 야위고 치료를 이겨낼 체력도 없어져 결국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다. 딸이 대장암에 걸렸는데, 어떻게든 먹여야 했다. 먹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대장암에 걸린 환자들은 대변을 보는 게 불가능해서 보통 위나 장을 세척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계속할 수 없어서 먹은 후 토하는 방법을 쓴다. 딸은 매일 대여섯 번 토했다.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토하더라도 먹으면 몸에 영양분이 간다고 해서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어 먹였다. 영양분이 몸에 충분히 흡수되게 하려고 모든 재료를 갈아서 요리했다. 암 환자들에게 고기는 좋지 않다고들 하는데, 나는 고기도 갈아서 맛있게 요리해 많이 주었다.

딸이 속이 울렁거린다고 먹기 싫다고 할 때가 자주 있었다. 그러면 “어, 그래. 먹지 마.” 하고 부엌에 가서 요리를 했다. 일부러 지지고 볶으면서 식욕 돋구는 냄새를 온 집안에 마구 풍기게 했는데, 그렇게 하고 있으면 딸이 방에서 슬그머니 나와 물었다.

“엄마, 뭐 해?”
“어, 그냥 하는 거야. 먹어 볼래?”
“한번 먹어 볼까? 하나만 먹어 볼까?”

먹어 보고는 ‘맛있다’고 하며 많이 먹었다. 그런 식으로 음식을 먹여서 28킬로그램이었던 딸의 몸무게를 41킬로그램으로 만들었다. 많이 먹여서 부작용이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루 종일 재료를 갈고 요리해서 먹이다보면 내 손발이 퉁퉁 부었다. 매일 밤 쓰러지듯 잠자리에 들었지만 딸을 살려야겠다는 마음 하나밖에 없었기에 힘들지 않았다. ‘엄마, 이거 정말 맛있다’ 하고 먹어주면 기쁘고 즐거웠다. 감사하게도 딸은 암에서 나아 건강해졌고, 나와 함께 전 세계를 다니며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마인드교육을 하고 있다.

 

오완수 씨의 딸 최수현(28)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척수염을 앓기 시작한 후 척수염 후유증으로 뇌종양과 전신 암을 앓다가 기적적으로 완쾌되어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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