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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아버지와 가까이]아버지와의 관계,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을까요?독자들의 질문에 전문가가 조언해 드립니다
김소리 기자 | 승인 2017.04.11 11:01

 

 

아버지의 마음은 조금 느꼈지만 평소에 사이가 어색하고 소통이 되지 않아요

 

Q 저희 아버지는 경상도 남자여서 그런지 마음의 표현을 좀처럼 하지 않으십니다. 그런 아버지가 한번은 포켓몬GO를 하시며 저에게 게임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웬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와 공감대를 만들어 보려고 하신 거였습니다. ‘아버지가 나에게 관심이 있긴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여전히 아버지와 사이는 어색합니다. 대화가 되지 않고, 특히 아버지 방식대로 하면서 화를 내시면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와 대화하고픈 K군

A 함께 살면서 서로의 마음이 흐르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없고, 가까이 살면서 마음이 막히거나 부딪히는 일처럼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과 서로 마음을 닫고 소통과 교류 없이 산다면 얼마나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일이겠습니까?

저도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너무 엄하셔서 늘 눈치를 보고 두려워하며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놈아, 범이 아무리 무서워도 제 새끼 안 잡아먹는다.”라고 하시며 아버지를 향해 마음을 열도록 도와주셨지만 저는 아버지가 무섭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아버지가 되면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자녀를 낳아 키워보니 마음을 헤아려주고 부모를 신뢰하도록 이끌어 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규율로 다스리자 마음을 닫고 제 앞에서 자유롭게 지내지 못하는 걸 보았습니다. 점점 속마음을 감추고 빗나가기 시작했지요. 지난 일들을 생각해 보면 저도 누구 못지않게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한 아가씨의 아버지가 어느 목사님께 상담 받도록 주선한 일이 있습니다. 아가씨의 아버지는 1년에 360일은 술에 취해 계시는 분이었는데, 목사님이 그분을 만나서 첫 마디에 이렇게 물으셨답니다. “선생님, 무슨 괴로움이 있어서 그렇게 술을 많이 드셨습니까?” 아가씨의 아버지는 젊었을 때 군대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중에 본의 아니게 군사 경계지역 안으로 들어온 민간인을 쏘아 죽인 일로 평생 지울 수 없는 가책을 느끼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받던 날 목사님의 질문을 듣고 마음을 활짝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나를 술에 취해 사는 망나니로 여기며 손가락질하는데, 이분은 다르구나. 내 고통을 이해해 주는 분이구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마음이 열리자 변화가 금세 찾아왔습니다. 아가씨의 아버지가 요즘은 밝고 건강하게 사시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요.

오늘날은 사람들이 극히 자기중심적이고 각자의 기준에 따라 사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서로 마음이 막히고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고통스럽고 마음에 상처가 생깁니다. 닫힌 마음의 문은 어느 편에서든지 먼저 열고 들어가면 열린다고 합니다. 어색하고 서툴더라도 부담을 넘고 아버지께 마음의 보따리를 풀어놓아 보십시오. ‘우리 아버지는 이런 분이야. 이렇게 반응하실 거야’라고 추측한 것과는 전혀 다른 아버지의 마음을 만날 것입니다. 아버지만이 가진 마음이 있습니다. 저도 아버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성인이 된 자녀들에게 내가 예전에 참 잘못했다는 말도 합니다. 그러면 저를 이해해 주면서 자신들도 잘못이 많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음이 흘러가는 통로는 대화입니다. 아버지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십시오. 대화를 통해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 자유로워지고 행복을 맛보게 됩니다.

 

도움말 이한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다년간 중고교 교사로 근무했다. 현재 대안학교인 링컨스쿨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인 진로설계와 대인관계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마인드교육과 카운슬링, 집필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아버지의 틀 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갈등이 생겨요

Q 우리 아버지는 원칙대로 하지 않으면 못 참는 분이십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생각이 없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너무 듣기 싫습니다. 물론 아버지가 존경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아버지의 틀 안에서 사는 게 점점 싫어졌습니다. 아버지를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아버지가 시키시면 일부러 반대로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와 충돌할 때가 많습니다. 자꾸 반박하게 되고 아버지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두렵기도 한데, 제 태도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일부러 반대로 하는 L양

저희 어머니는 늘 저에게 욕을 하셨습니다. “쌍놈아!” 저는 그 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빴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욕에 담아서 하신 것입니다. 서로 믿으면 말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 믿지 못하면 말이 문젯거리가 됩니다. ‘왜 저런 식으로 말을 해? 저런 행동을 하지?’ 믿지 않는 데에서 나오는 불평들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달라서 표현방법에 차이가 있지만 어떻게 표현하든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학생이 아버지의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버지가 맞다, 내가 맞다’를 따지기보다 아버지께 마음을 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자라면서 아버지를 벗어나서 자유롭고 싶다고 하셨는데, 누군가의 다스림을 받으며 사는 것이 행복입니다. 행복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야 합니다. 스스로 욕구를 다스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는 것이 유익합니다. 아버지가 간섭하고 잔소리한다고 느껴질 때가 많겠지요. 하지만 아버지가 계신 것 자체가 우리 삶을 지켜주는 강력한 울타리가 됩니다.

 

도움말 김기성
국내는 물론 해외 대학과 교도소에서 생명존중과 가족간의 사랑을 주제로 강연하는 인성교육 전문가다. 최근에 몽골기술대학교에서 교육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버지와 대화하지 않아서 사랑도,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없어요

아버지와 대화가 3분 이상 이어지지 않습니다. 서로 이야기하지 않고 살아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말해 보기도 했지만 저 혼자 주절거렸지 아버지는 말이 없으세요. 그리고 아버지는 술을 마셨을 때만 사랑한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솔직히 진심이라고 믿어지지 않아요. 아버지가 맑은 정신으로 제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걸 들어 보고 싶어요.-아버지와 벽 쌓고 사는 J양

A 질문한 학생의 아버지의 연세를 정확히 모르지만, 아버지 세대는 자신의 속마음을 소상히 내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분들입니다. 또한 아버지가 어른이 되어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시기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때라 자식들을 굶기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가르쳐야 한다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살아오셨을 것입니다.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다행스럽게 가정이 피어나고 자식들이 잘 자라주면 고맙고 행복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이 생깁니다. 그럴 때 많은 아버지들이 책임을 모두 자신의 무능함에 돌리고 고통스러워합니다. 고통을 이길 수 없어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가정에서 벗어나 방황하기도 하지요.
아버지가 술을 드신다고 했는데, 술을 드신 아버지께 먼저 다가가 “아버지, 이렇게 술을 드셔야만 하는 아버지의 속마음을 이야기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세대의 아버지들은 입을 다물고 묵묵히 가장의 자리를 지키는 것을 바람직한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배워왔기에 말로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서툰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상처가 있거나 마음이 여린 분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술의 힘을 빌려서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입니다.
학생의 아버지도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표현하고 싶은데, 쑥스럽고 어색해서 술의 힘을 빌려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아버지께 “술 취하지 않은 맑은 정신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라고 요구한다면 열 살짜리 아이에게 ‘100미터를 16초 만에 뛰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불가능한 일이지요. 사랑하지만 표현할 수 없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아버지께 다가가 보세요. 아버지도 학생의 마음을 느껴 언젠가는 자식이 원하는 대로 맑은 정신일 때도 ‘사랑한다!’고 용기 내어 말하리라 생각합니다.

도움말 박희진
국제마인드교육원 광주전남지부의 상담가이자 인성교육 전문강사다. 주로 역사 속 사례들이나 위인들의 삶에 나타난 마음의 세계를 오늘날의 시사현안과 접목시켜 해법을 제시하는, 알아듣기쉽고 깊이 있는 강연을 해 호평받고 있다.

김소리 기자  sori3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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