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교육부장관 쉬페라우 테클마리암

전 세계 리더들이 ‘물질 중심의 성장’을 좇는 오늘날, 올바른 마인드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자국의 교육제도에 녹여내고자 힘쓰는 정치인이 있다. 에티오피아 교육부 장관 ‘쉬페라우 테클마리암’이다. 총인구 1억 중 절반이 청소년인 에티오피아! 테클마리암 장관은 그 청소년들의 교육을 위해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1970년대, 농어촌의 가난을 해소하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시작된 지역사회 개발운동인 우리의 새마을운동이 최근 개도국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케냐, 남아공, 몽골, 미얀마, 카자흐스탄 등 새마을운동이 수출된 국가만 74개국이 넘는다.

그 중에서도 새마을운동을 경제발전 모델로 도입하는 데 단연 열심인 나라는 에티오피아다. 지난 2010년 에티오피아의 기오르기스 대통령은 김관용 경북도 지사를 초청해 새마을운동을 보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경북은 에티오피아 재정발전부와 MOU를 체결하고 현지 다섯 개 마을을 시범지역으로 조성하면서 새마을운동을 활발히 보급하고 있다. 그 밖에도 몇 년간 대통령과 장관, 하원의장 등 고위공직자들이 새마을역사관과 영남대 새마을대학원을 찾는 등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그런 에티오피아가 최근 다시 한 번 한국 배우기에 분주하다는 소식이다. 이번에는 경제성장이 아닌 인성교육이 목적이다. 에티오피아 교육부는 지난 3월 15일 한국의 국제청소년연합IYF과 MOU를 체결했다. IYF로 하여금 에티오피아 내 각급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마인드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로, 이 MOU 체결을 주도한 인물은 쉬페라우 테클마리암 장관이다.

 

-에티오피아 청소년들에게 마인드교육을 하기로 결정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마음의 세계를 부정한다면 인간의 삶에 문제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내면의 목소리를 청종하기 전에 욕구를 절제할 힘을 갖추어야 합니다. 욕구에는 끝이 없어서 하나를 만족시키면 또 다른 욕구가 솟아납니다. 욕구를 절제하지 못한다면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습니다.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에 인생이 파산하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목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희망, 신뢰, 다른 사람을 향한 지지와 같은 목적을 잃어버려서는 안됩니다. 중요한 건 이런 가치를 내재화하여 여러분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태도를 가져야 우리도 다른 사람도 함께 발전하며 세상이 번영할 수 있습니다. 내 문화와 가치관이 존중받고 싶다면 나도 다른 사람의 문화와 가치관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가치관과 신념을 가볍게 여기면서 내 가치관과 신념이 존중받으리라 기대하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손에 넣으려는 탐욕을 품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메시지를 우리 에티오피아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시간으로 지난해 10월 2일, 에티오피아 수도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오로미아주州에서는 청년들이 주도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에티오피아는 2010년부터 국가경제 5개년 계획을 실행하면서 연 평균 경제성장률 8.5% 이상의 고속성장을 기록 중이다. 이에 공장과 산업시설을 확충할 부지가 필요해진 정부에서는 그 전부터 오로미아 내의 정부 소유 땅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해주고 그곳으로 이주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주민들 특히 청년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었다. 청년들은 터키인과 중국인들이 투자해 지은 공장에 불을 질렀고, 이로 인해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여기에는 현 정부와 대립관계에 있는 야당 정치인들의 선동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총리인 하일레마리암 데살렌이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야당이 정부와 대립 중에 있는 오로미아 주민들을 부추긴 것이다.

-현재 에티오피아 청년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에티오피아 1억 인구 중 절반인 5천만 명이 청소년입니다. 그들에게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과제입니다. 현재 에티오피아 젊은이들은 항상 부모나 친척, 친구, 정부 등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뭔가를 해 주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우리 속에는 계속해서 욕구가 생겨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라 해도 그 욕구들을 100% 만족시켜 줄 수는 없거든요. 청년들은 자신들도 얼마든지 어려운 일을 해냄으로써 자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잘 보살피고 가르치고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면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신가요?

“제가 생각하는 해법은 올바른 마인드를 심어주는 일입니다. 청년들의 자세가 바뀌기 위해서는 사고력과 실천력이 필요합니다. 욕구를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내면의 욕구를 다스리고 확인하고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목표를 갖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저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하더라도 ‘내가 지금 왜 이 대화를 하는 거지? 이 대화를 통해 얻으려는 결론은 뭐지?’ 하고 목표와 목적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에 대해 마음에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하고 싶은 건 얼마든지 해. 기다리지도 말고, 기다릴 필요도 없어. 지금 당장 해! 내일은 생각하지 마’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한시바삐 그런 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문제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들 중에도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부모 세대가 내린 결정은 인생의 참 목적에 부합할 수 없습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그런 잘못된 길을 배웁니다. 인생의 목표를 깨닫고 그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삶은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고 보람 있는 삶을 살게 해 줄 것입니다.”

교육부 장관이 되기 전, 테클마리암 장관은 세 개 부처의 장관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에티오피아 연방 정부의 연방 장관, 주 정부의 보건부 장관과 환경·삼림·기후변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2000년에는 의학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존스홉킨스대에서 공중보건학 석사를, 2006년에는 캘리포니아의 아주사퍼시픽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하지만 그는 ‘운이 좋았다. 맏아들이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희생해서 내가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는다. 꾸준히 공부하며 많은 이론을 습득한 것 외에 실무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았기에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3월, 주지사 등 에티오피아 정부 대표단 10여 명을 이끌고 한국의 영남대를 찾았다. 새마을대학원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강연을 듣는 한편, 에티오피아 국립 아와사대학에 새마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에티오피아는 새마을운동 도입에 아주 열심인 것 같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정책이나 국가전략의 대부분은 한국의 발전과정을 참조해서 만들어졌습니다. 보건부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지역사회 주민들의 삶과 가정을 변화시키는 것이 제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가정의 생활방식에 대해 깊이 연구했고, 한국의 새마을운동처럼 계획을 세웠지요. 에티오피아 정부는 2015년까지 지역사회 활성화 및 자율화 운동을 실시했습니다. 이 운동의 원칙을 설정할 때도 새마을운동의 성과를 참조했습니다.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더 공부하고 싶습니다.”

 

-한국 경제는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많은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욕구 또한 급성장하면서 범죄, 세대 간의 대화 단절, 이기주의 발현 등 문제점도 많습니다.

“네, 저희도 한국의 발전과정을 지켜보며 그 점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그래서 마인드교육을 실시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마인드교육이야말로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한국인들이 새마을운동에 이어 마인드교육을 전 세계에 보급하고 있으니까요.

에티오피아 경제가 크게 발전한 20~25년 뒤에 마인드교육을 하면 이미 늦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새마을운동과 마인드교육을 동시에 에티오피아에 이식하고 싶습니다.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의 새마을운동 전문 기관과 대학, 연구소 등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마인드교육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 및 단기 마인드교육을 학교와 직장에서 실시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투머로우> 독자와 청소년들을 위해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인생은 짧지만, 업적은 길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세상을 위해, 민족을 위해 한 일은 오래 남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주어진 인생 동안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세상을 위해 많은 일을 하시길 바랍니다. 시간을 잘 관리하고 재능을 잘 살려 의미 있는 인생을 사셨으면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돌파구가 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 안의 그 잠재력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안에 성공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쉬페라우 테클마리암
2000년에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공중보건학으로 석사학위를, 2006년에 캘리포니아의 아주사-퍼시픽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에티오피아 연방 정부의 연방 장관, 주 정부 보건부 장관, 환경·삼림·기후변화부 장관을 거쳐 현재 교육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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