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처음 먹는 밥이에요

지난 해 12월, 기근으로 굶주린 말라위 시골 마을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투머로우>에 소개된 뒤 많은 분들이 후원에 동참해 주셔서 말라위를 도울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봉사하던 단원들의 바톤을 이어받아 간 16기 단원들이 마을을 방문해 쌀과 음식을 나누고 온 따뜻한 소식을 전합니다.

2017년 2월, 말라위에 파견된 16기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원 9명이 지난 2월 16일 수도 릴롱궤에 도착했습니다. 굶주림에 고통하고 있다는 나탄제 마을에 쌀과 음식을 가져다 주기 위해 짐도 풀기 전 단원들은 마을을 향해 달렸습니다. 그곳은 흙벽돌로 담을 쌓고 짚으로 지붕을 엮어 올린 집들이 즐비한 전형적인 아프리카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드넓은 옥수수밭 사이로 100여 개 가구에 3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방송으로만 보았던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말라위는 1인당 GDP가 세계 185위로 아프리카에서도 매우 가난한 나라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오랜 기근에 주식인 옥수수 수확량이 12%나 감소해 점점 사람이 살기 힘든 땅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우기철로, 옥수수를 수확하려면 한두 달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 작년에 수확량이 줄다 보니 최근 서너 달은 과거 우리나라의 보릿고개처럼 굉장히 힘든 때라고 했습니다.

아, 이것이 아프리카구나

마을에 도착해 작년에 인터뷰하셨던 쿠완자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몇 달 만에 방문한 한국 대학생들을 무척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할머니의 토속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할머니의 손짓과 몸짓에서 우리들을 얼마나 반기시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을 아이들이 순식간에 몰려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환영식도 치러주는데, “아, 이것이 아프리카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곧이어 우리가 직접 요리해서 가져간 밥과 반찬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아가는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어떤 아주머니는 이틀 전에 죽 한 그릇을 먹고 처음 먹는 식사라고 하고, 어떤 아이들은 며칠 만에 처음 먹는 음식이라고 했습니다. 말라위에 오기 직전까지 한국에서 매일 먹던 밥이고 때로는 배가 불러 남긴 밥이, 단

22시간이 흐른 뒤의 이곳 말라위에서는 하루하루를 살 수 있게 해주는 생명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가지 않았다면 그날 하루를 또 굶어야 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밥을 드시며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쿠완자 할머니를 뵈며 우리가 좀 더 일찍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죄송했습니다.

한국에서 보내주신 사랑의 쌀을 나누며

식사를 마치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둘러앉아 우리에게 노래를 불러주셨고, 우리도 화답의 의미로 정현진 단원이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어서 시장에서 사온 쌀을 나눠주려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습니다. 사람들은 비를 맞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쌀을 받아가려고 기쁘게 줄을 섰습니다. 몸은 비에 젖었지만 쌀을 나누는 사람과 쌀을 받는 사람 모두의 마음이 사랑으로 젖는 듯했습니다. 한국에서 보내주신 정성 어린 후원금이 아프리카 말라위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가슴 따뜻한 장면이었습니다.

 

올해는 풍년이 들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금 나탄제 마을의 옥수수밭은 초록이 물결칩니다. 한두 달 뒤면 알알이 영글어갈 옥수수들에게 간절히 부탁해봅니다. “올해는 풍년이 들게 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하고요. 이삼 일씩 굶고 사는 것이 일상인 이들이 행복해 하고 웃음 짓는 모습을 보며 함께 간 봉사단원 모두 무척 행복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 웃음을 계속 주고 싶습니다. 말라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길 한국에 계신 분들께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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