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유익하게 보낸 선배들의 경험담 공유

하고 싶은 거 다 해본 A양

푸석푸석한 피부에 대충 묶은 머리, 체육복 차림으로 공부하던 때는 지났다. 스트레스를 받아 찐 살부터 빼고자 헬스에 등록했다. 미용실에 가서 평소 못해본 색으로 염색하고 펌도 했다. 집에 돌아와 그동안 밀린 드라마를 하루 종일 몰아보고,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린다. 공부하느라 수고했다며 엄마의 잔소리도 거의 없다. 아~ 행복해! 그런데 어느덧 방학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뭔가 많이 한 것 같은데 막상 떠올려보면 별 게 없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밤새 노는 D군

애초에 방학계획은 세우지도 않았다. 무조건 쉬고, 놀 거다. 첫 일주일은 정말 즐거웠다. 친구들과 축구 하고, PC방 가서 게임하고, 치킨 시켜먹고! 성인이 됐으니 술도 조금 즐겨야겠다. 그런데 점점 밤낮이 뒤바뀌는 것 같다. 오후 2시에 일어나면 자동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데 만화를 보며 피식 웃으면서 동시에 허무한 느낌이 든다. 쉴 만큼 쉬었고, 놀 만큼 놀았다. 개학 전에는 특별한 일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을까?

 

A양과 D군의 사연이 남일 같지 않은 사람 꽤 있을 거다. 막상 놀기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대학에 들어가서도 생활이 똑같은 패턴으로 흘러가기 쉽다.
목표가 있는 사람은 게으름과 자연스럽게 멀어진다는데, 남은 방학기간에는 단발성의 많은 경험보다는 지속가능한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보길 권한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콤하다는 말처럼, 두꺼운 책 한 권을 밤새며 다 읽었을 때와 같은 뿌듯함을 느껴보길 바란다.

 

수다도 떨고, 치킨도 먹고, 공부도 하고! 일석삼조 영어동호회
김은지(한국외대 4)

나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영어 회화 동호회에 가입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치킨 을 통째로 빌려 모임을 가졌다. 주로 직장인이 많았고 나는 막내였는데, 테이블에 4명씩 둘러앉아 영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거다. 별도의 회비 없이 치킨값만 냈는데, 새로운 인맥과 영어 공부 그리고 치킨까지 일석삼조였다. 그곳에서 직장인 언니, 오빠들에게 ‘대학가면 이건 꼭 해라’ 하는 조언도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

 

지금 아니면 평생 못 읽어!
이루리(인덕대 3)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는 못해도 괜찮으니 책을 많이 읽어라’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살았다. 수능 시험을 마치고 내 학창시절을 되돌아봤을때,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았던 모습이 부끄러웠다. 당시 내 방 책장에 <아홉 살 인생>이란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은 초등학생 추천도서였다. 나에겐 그 책마저 어렵게 느껴졌지만 ‘언제까지 책 읽기를 부담스러워할 건가? 지금 읽어두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겠다.’는 마음에 손에 책을 쥐었다. 독서를 시작하기엔 늦은 감이 없잖아 있는 나이지만, 모처럼 생긴 방학이 기회였다.

<아홉 살 인생>, 그 얇은 책을 읽는 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글이 눈에 잘 안들어와 그만 읽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었는데, 다 읽고 나니 너무 재미있었다. 그때 든 생각은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여태껏 라면 받침대로만 썼을까? 후회된다’였다. 그리고 교보문고에 가서 2만 원 주고 독서기록장을 구매했다. 비쌌지만 그만큼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했다. 쉬운 책부터 시작했다.

수능이 끝나고 공부에서 해방된 친구들에게서 항상 놀러가자고 연락이 왔지만 난 오로지 독서만 했다.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때 읽지 않으면 평생 책도 못 읽고 살겠다’ 싶어서 약속도 잡지 않고 집 앞 도서관에 다니며 책만 읽었다. 아침 먹고 집을 나와 8시부터 쭉 읽었다. 스톱워치로 책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봤다. 처음에는 한 권에 7일 걸리던 것이 5일 그리고 3일로 줄어들었다. 책 읽는 속도가 붙었을 땐 3~4시간에 한 권을 목표로 읽었고, 나중에는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책을 펴고 나면 어느새 마지막 장이라 너무 놀랐던 적도 있었다. 10분 단위로 스케줄을 관리해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밥 먹을 때 외에는 책만 읽으며 하루에 3~4권, 많으면 5권씩 미친 듯이 읽었다. 그렇게 겨울방학동안 책 100권을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맛을 보고나서는 이제 누가 읽으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찾는다. 독서를 통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끔 친구들이 SNS에 재미있게 노는 사진을 올린 것을 볼 때면 부럽기도 했지만, 노는 건 언제든지 놀 수 있다. 대신에 내면적으로 성숙해지는 값진 시간을 보냈기에 책 읽은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하루 12시간씩 12번 성경 읽어 변화를 맛보았다
박대은(경남대 2학년)

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다. 그동안 책 읽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왔던 나였지만, 어느 날 ‘머리가 좋든 나쁘든 대학 4년 동안 성경을 200번 읽으면 훌륭한 성경학자가 될 수 있고 매우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교회 목사님 말씀을 듣고 성경 읽기에 도전했다.

작년 2학기부터 하루에 6시간씩 성경을 읽었다. 억지가 아니라 진짜로 읽고 싶었고, 내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에 묵묵히 읽었다. 학교도 다니고 대외활동도 하기 때문에 조용히 책만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찾았다.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식사 때까지 3시간을 읽었고, 식사 후와 자기 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나머지 3시간을 읽었다. 방학이 되면서부터는 하루에 12시간씩 읽었다.

물론 하루에 6시간 이상씩 성경만 읽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중간에 고비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좋아하는 가수 노래를 듣다 보면 ‘잠시만 듣자’ 싶었는데 어느새 거기에 빠져서 성경 읽기에 소홀해졌다. 그럴 때마다 교회 목사님을 찾아가 도움을 구했다.

노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나에게 유익한 일까지 그르쳐버리는 건 옳지 않았다. 자연스레 나는 성경과 가까워질수록 술과 담배, 인터넷이 멀어지게 됐다.

신기한 건 읽어도 하나도 이해되지 않고, 재미도 없던 성경이 10번이 지나 11번째 읽을 때는 갑자기 책의 전체 내용이 이해가 되면서 머릿속에 윤곽이 잡혔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니 스토리가 보이고, 그 속에 담긴 뜻이 이해가 됐다.

성경을 읽기 시작하면서 삶이 규칙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하루 12시간 성경 읽기’를 실천하기 위해 방법을 고민하고 주위에 조언을 구하면서 나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놀기 좋아하고 책에는 손도 안 댔던 내가 성경을 꾸준히 읽으며 이렇게 변했다는 게 놀랍다. 6년 뒤, 세계적인 성경 권위자가 될 것을 꿈꾸며 오늘도 성경을 한 페이지씩 넘긴다.

 

<박대은이 추천하는 시간관리 비법>

◇사고하고, 계산하라

책상에 앉아 조용히 성경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졸고 있다. 성경낭독 오디오 파일을 구해서 2배속으로 들으며 같이 눈으로 따라 읽고 있다. 그렇게 하면 2분에 한 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 성경은 약 1,800 페이지인데 하루에 5시간씩 읽으면 한 달이면 한 권을 다 읽고, 10시간 읽으면 2주, 하루에 20시간을 읽으면 3일 안에 성경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다.

◇독서 일지 작성

월간 플래너에 성경 읽은 표시를 한다. 하루 목표치를 다 읽으면 동그라미, 반 정도 읽으면 세모, 아예 못 읽었으면 X표.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로 되돌아보며 내가 책 읽을 시간을 내지 못했던 이유를 찾아보면 분명히 원인이 나오고 고칠 수 있다.

◇반격 노트

졸릴 때 스트레칭도 하고, 추운 화장실 변기에도 앉아보지만 그래도 안 되면 ‘반격노트’라는 걸써본다. 반격노트는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에 반대되는 생각을 적어보는 훈련이다. 예를 들어 ‘성경 읽기가 지루하다’는 생각이 올라왔다면 그걸 적고 그 옆에 ‘책을 읽을 수 있는 눈이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적어보는 것이다. 삶 속에서 작은 생각부터 하나씩 ‘반격’하다보면 불가능할 것 같은 우려도 쉽게 떨쳐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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