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반겨주는 콜롬비아 사람들의 매력적인 미소. 잠시 다른 나라를 다녀오더라도 어느새 콜롬비아는 나에게 고향처럼 푸근하다.
그래서일까. ‘콜롬비아’라는 이름만 들어도 코끝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후안 발데스의 커피 향(국민커피)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처음 콜롬비아에로 왔을 때가 생각난다. 콜롬비아는 마약, 내전, 게릴라 등으로 고립된 남미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2002년 우리베 정부 출범 이후 불안정했던 치안은 급속도로 안정되었다. 유럽 신경제재단에서 전 세계 140개국을 조사한 결과, 지구행복지수 HPI(Happy Planet Index)에서 콜롬비아는 3위를 차지했다. 필자가 느끼는 체감 행복도 역시 한국보다 높다. 콜롬비아에 와서 살아보면 정 많고 친절한 이 나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6·25 때 도운 형제 나라, 한국인에겐 6개월 무비자 혜택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지 200년이 지난 콜롬비아는 도시정비와 사회복지 제도가 상당히 체계적으로 발달해 있다. 도시를 1등급에서 6등급까지 구역별로 나눠 세금을 다르게 징수하기에, 시민들이 자신의 경제적인 사정에 따라 지역을 선택해 합리적으로 생활 할 수 있다. 어디서든 싸고 좋은 물건들이 가득한 대형 쇼핑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럽식 지하철과 유사한 빨간색 지상철 버스인 ‘뜨란스 밀레니오Trans Milenio’가 수도 보고타 시내를 가로지른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자전거 타기를 몹시 즐기는 편이다. 평일에도 교통체증이 심해서 자동차 외에도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학교나 직장에 통학, 통근하는 사람이 많다. 주말이면 시민들을 위해 지정된 구획 안의 도로를 개방해서 자전거와 인라인을 즐겨 타느라 북적이기도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콜롬비아 사람들은 연말연시에 여행을 다닌다. 보고타의 경우 대부분 다른 도시나 먼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서 교통 체증이 심각한 보고타의 거리가 놀라울 정도로 한산해진다.

특히 안데스 산맥과 아마존 열대우림, 아름다운 카리브 해와 독특한 지형의 사막까지 갖춘 콜롬비아는 남미에서 네 번째로 큰 나라이며 다양한 생물학적 보고寶庫로도 유명하다. 남미 원주민부터 아프리카, 유럽인들이 모여 만든 다인종, 다문화 국가라는 점과 중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지리적 위치 등 콜롬비아 한 나라에서도 충분히 다양한 문화도 경험할 수 있다.

콜롬비아는 다른 남미 국가와 달리 동양인에 대해 호기심 어린 눈빛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보면 상당히 예의 바른 태도로 대한다. 특히 남미에서 유일하게 6·25 전쟁 참전국으로 한국을 도운 우방국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형제 나라에서 왔다’고 하면 콜롬비아 사람들은 정말 기뻐하며 더욱 친절히 대해준다. 실제로 한국인이 콜롬비아에 입국할 때 6개월 무비자에 거주비자 비용도 다른 외국인의 반값인 210달러에 해결할 수 있다. ‘형제 나라’에 대해 관용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콜롬비아에서 어학연수를 한다면 중남미의 가장 정확하고 표준적이며 세련된 발음을 자랑하는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특히 스페인어를 공부하려고 하는 유학생의 연수지로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다.

카브리 해의 해적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콜롬비아의 까르따헤나Cartagena라는 도시.
카브리 해의 해적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콜롬비아의 까르따헤나Cartagena라는 도시.

카리브 해의 해적 이야기

콜롬비아에서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이 너무도 다양해서 볼거리, 먹거리, 체험할 거리로 넘친다. 라틴팝 여왕 샤키라, 날씬한 인물이 아닌 동글동글하고 풍만한 인물을 묘사한 남미 미술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의 나라. 카니발과 살사댄스, 신비로운 초록빛 에메랄드와 형형색색의 꽃의 나라, <백년 동안의 고독>의 저자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나라.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바로 콜롬비아이다.

카리브 해의 해적 이야기가 바로 콜롬비아의 까르따헤나Cartagena라는 도시에서 비롯된 이야기이다. 악명 높은 카리브 해의 해적 이야기와 노예시장으로 팔려온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의 애잔한 역사 속의 이야기들과 황금을 찾아 온 스페인 정복자들의 욕망이 끓었던 곳, 북미와 남미와 유럽을 연결하던 관문이자 카리브 해의 보석이라고 불리던 항구 도시 까르따헤나는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 까뇨 크리스탈의 대자연은 정말 오색찬란하다. 이러한 문화유산이 깃든 콜롬비아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자연스럽게 배출해내기에 충분하다.

전 국민이 커피 애호가

콜롬비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커피이다. 지금은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 한 후안 발데스의 로고만 보아도 콜롬비아의 향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챙 넓은 모자에 콧수염이 인상 좋은 농부 아저씨, 커피 콩 자루를 메고 있는 당나귀가 함께 있는 이 로고는 보기만 해도 정감이 넘친다. 자동차로 다니기 힘든 안데스 산맥에서 커피열매를 일일이 손으로 따서 정성스럽게 말리고, 커피를 실어 나르는 당나귀들조차 소중하게 느껴진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정말 커피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필자 역시 커피를 정말 좋아해서 ‘띤또Tinto’라 불리는 콜롬비아식 아메리카노 커피(아주 작은 잔에 커피를 담고 여기에 사탕수수가루를 넣는다)를 즐겨 마신다. 관공서나 어느 곳을 가든지 ‘띤또’를 권해 하루에 열 잔 넘게 마실 때도 있다. 물론 카페라떼도 부드러운 맛이 그만이지만 시민들은 카페라떼나 아메리카노보다 이 띤또를 훨씬 선호한다. 필자도 언제 한 번 커피농장을 방문하려고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밝아지는 꽃처럼 수줍지만 친절한 미소의 콜롬비아 사람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유쾌하게 해준다. 푸른빛이 빛나는 소금 성당 시빠끼라Zipaquira, 래프팅, 패러글라이딩, 동굴 탐험과 말 타기, 바이킹 등이 모두 가능한 어드벤쳐의 메카인 산힐San Gil도 가볼 만한 곳이다. 아마존 레티시아 탐험과 엘또뚜모라는 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화산 머드투어 등 고전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지역까지 다양하다.

필자는 콜롬비아에 오기 전에 멕시코와 페루에서 지낸 경험이 있다. 그래서 강하고 매운 멕시코의 맛과 양념 맛이 풍부한 페루의 맛에 길들여져 있는데, 콜롬비아에 와서 새롭고 담백한 또 다른 풍미에 매료되었다.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몇 가지 음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반데하 빠이사Bandeja Paisa

빠이사 지역의 음식으로 즐겨먹는 콜롬비아 전통음식이다. 걸쭉하게 조리한 구수한 빨간 콩, 소고기 구이, 간소고기 볶음과 퉁퉁한 소시지, 구운 플라타노, 흰밥, 계란프라이, 흰 옥수수 빵인 아레빠, 튀긴 돼지고기 치차론과 아보카도를 곁들어주는 풍성하고 맛난 접시 요리이다. 정말 양이 많아서 둘이 먹어도 남을 정도이다.

2 아사도Asado IIanero

숯불이나 장작불에 구운 고기를 의미하는 아사도는 남미의 대중적인 음식이다. 특히 콜롬비아의 아사도는 두툼한 꼬치에 고기를 거의 큰 덩어리로 꿰어서 굽는다. 이곳 사람들은 한국의 불고기와는 다른, 고기 자체의 순수하고 담백한 맛을 즐겨 살짝 간을 해 그 재료의 맛 자체를 즐긴다. 아사도를 즐기는 콜롬비아에서는 아사도를 구워 파는 레스토랑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소고기 및 돼지고기를 곁들여 먹는 것을 별미로 여긴다.

3 아히아꼬Ajiaco

한국의 닭죽과 비슷하다. 쌀과 마늘, 인삼이 주재료인 한국의 삼계탕과 달리 부드럽게 조리한 닭고기를 잘게 찢어서 국에 넣고 익힌 감자와 옥수수, 콩 등이 들어간 걸죽한 죽이다. 향긋한 마늘향도 좋은데 이 스튜에 늘 생크림과 ‘알까빠라스’라는 아주 작은 허브 조림을 곁들이는데, 조화롭게 조리되어 감칠맛이 돈다.

4 아레빠 레제나Arepa Rellena

아레빠라는 흰 빵은 콜롬비아 사람들에게 주식으로, 옥수수가루로 만든 빵이다. 마치 호떡같이 생긴 이 아레빠 사이에 양념된 소고기, 닭고기 요리와 메추리알, 양파 볶음 등을 같이 넣어서 먹는 아레빠 레제나는 정말 별미다. 기호에 따라 파인애플, 매콤한 칠리 소스 등 여러 가지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정말 맛있다.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고이는 빵~

5 살삐꼰 Salpicón

빠빠야,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사과 등을 잘게 썰고 오렌지 주스와 탄산음료 등을 섞어서 먹는 상큼한 과일 주스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