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가장 유익할까?

막상 여행을 떠나려 하면 고민이 많은데, 방학 때 남다른 추억을 만들었던 신요한 캠퍼스 리포터의 마지막 고3 시절 여행기를 소개한다

수능이 끝나자 넉 달하고도 보름이라는 어마어마한 방학이 생겼다. 이 기간 동안 무엇을 할까? 아쉽게도 공부에 대한 열망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내게 남아 있는 건 공부를 핑계로 비대해진 몸, 남아도는 시간.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 떠나는 여행! 나를 반겨줄 그들을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

서울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5시간을 걸려 친누나가 사는 부산에 도착했다. 남매가 모두 기숙학교를 다니는 바람에 중학교 때부터 떨어져 지내서인지 약간 서먹하기도 했다. 하지만 꼭 편한 사이가 아니 더라도 부족한 나를 잘 챙겨주는 누나이기에 만남이 기다려졌다. 동생을 보러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밖으로 나온 누나와 UN공원을 산책했고, 누나가 사준 동네 할머니표 팥빙수는 토핑이 팥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달콤하니 맛있을 수가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산으로 향했다. 부산에 있을 때 고등학교 절친에게 연락하자 자신의 집으로 놀러오라고 한 것이다. 살아본 적은 없었지만 마산이란 도시가 내가 사는 곳인 양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데 그곳이 어찌 안 좋으랴! 마침 그날은 친구의 생일이었다. 가장 특별한 날에 곁에서 직접 축하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다음 날, 목욕탕에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불과 몇 주 전까지 함께했던 추억들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후에도 난 시간이 날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중학교 친구들과 등굣길이었던 논길을 걷고, 초등학생 때 친구를 일본에 가서 6년 만에 만났다. 그리고 작년에는 내가 1년 간 봉사했던 브라질에 돌아가 3주 동안 다시 한 번 봉사했다.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똑같은 관광지를 가도 다른 추억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횃불을 치켜든 모습이 내 눈동자에 쏙 들어왔던 자유의 여신상도, 귀청이 떨어질 것 같았던 나이아가라 폭포 소리도, 지리산 계곡에 풍덩 뛰어들었을 때의 물의 시원함도 시간이 지나니 기억 속 한 편 조각이 되었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은 아직도 마음 한편에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

수학여행, 가족여행, 무전여행 등 여러 종류의 여행이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여행’을 떠나보라. 바쁘게 지내느라 얼굴 못 본 지 오래된 가족들, 성인이 된 후 연락이 뜸해진 고향 친구들. 그들에게 찾아가 아직 서로를 향한 사랑이 식지 않았음을 확인해보고 온다면 방학이 끝난 뒤에도 한 학기가 행복할 것이다.

봉사를 겸한 특별 여행 mini INTERVIEW
동유럽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다

30명의 대학생, 직장인들이 방학기간을 이용해 동유럽 4개국을 방문한다. 이들은 관광이 아니라 한국문화로 교류하며 봉사도 한다는데. IYF Ship of Change 해외봉사단 팀장 최수진 씨를 만나 ‘봉사를 겸한 여행’이 얼마나 특별한지 들어보았다.

이번 여행의 일정과 프로그램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1월 28일부터 2월 10일까지 터키,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그리스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며 ‘코리아 캠프’를 진행합니다. 동유럽은 서유럽에 비해 경제수준이 낮고, 청소년을 위한 교육환경이 미비합니다. 그래서 꿈 없이 인생을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국어 수업과 예절교육, 공연 및 강연 등을 통해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도전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동유럽 사람들과 교류하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저는 재작년에 터키에서 해외봉사를 했었는데요, 그때 만난 사람들은 마음이 정말 순수했어요. 특히 터키 사람들은 한국을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아껴주었고, 제가 봉사단원으로서 돕는 작은 일에도 많이 고마워했어요. 한국에 있을 때 풍족한 가운데서도 무료함을 느끼고 남들과 자신을 비교해 속상해 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 동유럽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저희도 감사함을 배워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봉사를 겸한 여행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봤어요. 아름다운 경치와 신문물을 구경하는 게 설레고 즐거웠지만 마음에 남는 건 적더라고요. 반면 작년 여름방학에 대학 친구들과 아프리카로 단기 봉사를 다녀왔을 때는 잠도 못 자고 봉사하느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했지만 굉장히 행복했어요. 지금은 한국어 수업과 부채춤 공연을 준비하느라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큽니다.

*동유럽 해외봉사단의 소식은 3월호에 자세히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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