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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쓰기①]이젠 내 마음에 화장을 하지 않는다김정은(공주대학교 불어불문학과 3학년)
김성훈 기자 | 승인 2017.02.16 12:00

2017년 새해를 열며 <투머로우>는 마음 에세이 콘테스트 ‘마음쓰기’를 개최했습니다. 한국의 독자들은 물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심지어 멀리 외국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들까지…. 많은 분들이 평소 지나치며 살던 ‘마음’의 세계를 되새기고 더듬어 글로 옮겨 보내주셨습니다. 대회라는 특성상 순위를 매기긴 했지만, 심사위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동스런 에세이들이 많았습니다. 지난 호에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글들을 이어서 소개합니다.

부모님의 직업상 어려서부터 자주 이사를 다녔다. 학교에 다니는 내내 ‘전학생’이란 단어가 내 이름처럼 불렸다. ‘전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첫인상’이라는 생각에 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애를 썼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를 좋게 여겼고, 나 역시 그런 내 모습에 만족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리카의 세네갈이란 나라에서 1년 동안 해외봉사단원으로 지내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들, 한국과는 다른 기후와 자연환경, 한 번도 접해본 적 없었던 문화들이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활발한 성격을 지닌 나를 세네갈 사람들은 좋아했고, 많은 도움을 베풀어 주었다. 날씨나 생활환경에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내가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쓴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세네갈에 있는 동안 봉사단의 한국인 지부장님 가족과 함께 생활했는데, 경상도 특유의 까칠함을 지닌 사모님은 내게 자주 핀잔과 꾸중을 하셨다. 한국보다 가난하고 부족한 것이 많은 아프리카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도 금방 티가 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실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나는 ‘마이너스의 손’이란 별명으로 불릴 만큼 물건들을 자주 망가뜨렸다. 멀쩡하던 플라스틱 의자도 꼭 내가 앉을 때 부러지곤 했다. 의자뿐 아니라 국자, 그릇 같은 물건들도 내 손만 닿았다 하면 망가지고 깨지기 일쑤였다. ‘어딜 가나 널린 플라스틱 용품이 뭐가 대수라고?’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세네갈에는 플라스틱 공장이 없어 모두 수입해야 하므로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이 비싸다. 보통 의자 하나에 1~2만 원 정도 한다. 그 돈이면 바게트 50~100개를 사고도 남을 돈인데, 봉사해도 부족한 마당에 살림만 거덜 내는 셈이었다.

실수를 연발하는 나 자신이 싫었고 그런 내 모습을 감추고 싶었다. 내가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주변에서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그때마다 사모님께 쓴소리를 들었다.

“잘하려고 하지 마. 못해도 돼. 그런 자신을 인정하면서 성장하는 거야.”

잘하고 싶지만 실수하고, 그 실수를 숨기기 위해 노력하지만 또 다시 실수하고…. 그런 마음의 굴레에 나 자신을 계속 가둬놓고 살다가는 불행해질 게 뻔했다. 자신의 약점과 허물이 드러날 까 봐 두려워 감추기에 급급한 내 모습이, 마치 얼굴에 난 점을 가리고 눈을 커 보이게 하기 위해 진하게 긋는 화장술 같았다. 그런데 사모님은 나의 그런 약점이나 허물과 상관없이 날 진심으로 아끼며 사랑하고 계셨다. 틈만 나면 나와 깊은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셨다. 나는 그런 사모님의 마음은 모른 채 내 겉모습만 바꾸려고 애를 썼던 것이었다.

언제부턴가 사모님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실수해도 괜찮아. 그런 자신을 인정하며 성장하는 거야’라는 사모님의 말씀에 기대어 쉴 수 있었다. 허물이 드러날수록 사모님과의 마음의 거리도 차츰 가까워졌다. 내 생일날, 사모님은 내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한국 음식을 장만해 한 상가득 차려 주셨다. 그 날 먹었던 미역국과 불고기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세네갈 사막의 뜨거운 태양이 내 피부를 구릿빛으로 태워 건강미 넘치는 모습으로 만들어 주었듯, 사모님을 믿고 또 마음으로 어울리면서 내 마음은 어느덧 건강하고 튼튼해졌다.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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