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 하나에

한국에서는 밥솥의 버튼만 누르면 밥이 되고, 가스 불을 켜기만 하면 국을 끓이고 고기와 야채를 볶을 수 있었다. 어려서 시골에서 살았던 나는 연탄불에 전을 부쳐 보기도 하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솥에 백숙을 삶아 먹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숯을 다뤄본 적은 없었다.

내가 1년간 지내야 할 이곳 라이베리아에서는 주로 숯불을 사용한다. 숯불을 피우고 그 위에 밥솥을 얹어서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화력이 일정한 연탄불과 달리 숯불은 금방 타오르다가도 금세 화력이 약해져서 불을 조절하기가 무척 어렵다. 교회에 가스레인지가 있긴 하지만, 가스비가 비싸고 항상 스무 명 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기에 매번 가스레인지로 밥을 해먹을 수는 없다.

▲ 아프리카에서는 숯불을 사용해서 요리를 한다
▲ 아프리카에서는 숯불을 사용해서 요리를 한다
이곳에 온 지 시간이 좀 지났고 숯불을 피우는 일에 꽤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고전 중이다. 바람이 세게 불면 불을 피우기가 어렵고, 바람이 약하면 부채질을 많이 해서 불을 키워야 한다. 처음 숯불을 피우던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부채질을 하는데 열 번 정도 하니까 팔이 빠질 것 같았다. 바람이 불 때면 하얀 재를 온몸에 뒤집어쓰기도 하고, 숯을 담을 때 검은 재가 옷에 묻어서 세탁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다.

너무 힘들고 싫었던 일이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그동안 편한 환경 속에서 살면서도 그 고마움을 모르고 힘들다고 불평만 했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가스 불 켜고 국 좀 끓이는 게 뭐가 그리 힘들다고, 코드 꽂고 전기밥솥의 취사 버튼 누르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동안 그렇게도 불만이 많았을까!’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역시 아프리카는 변화의 땅이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내가 숯불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달라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 이민지 | 라이베리아 >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