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의 아이들은항상 해맑다.동네 아이들이나를 둘러싸고기념촬영을해줬다. (가운데이혜윤 씨)
피지의 아이들은항상 해맑다.동네 아이들이나를 둘러싸고기념촬영을해줬다. (가운데이혜윤 씨)

백혈병으로 키도 작고 왜소한 나는 기적적으로 병이 나았지만 또래 친구들과 비교를 당하면 모든 것 원망스러웠다. 그런 일이 있으면 항상 웃음으로 넘길 뿐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을 감추고 피지로 봉사하러 떠났다.
길을 걷다보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하는 그곳 피지 사람들. 항상 행복한 얼굴로 웃고 있는 그들에겐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였다.
어느 날 무전 여행을 하며 도착한 라세라 마을. 그곳에서 하반신이 마비되어 걷지 못하는 여학생 리시아를 만났다.
‘내 이야기가 그 친구 마음에 작은 소망을 줄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한 마디씩 마음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리시아, 나도 너처럼 몸이 참 아팠어. 병원에서도 나를 포기할 만큼. 그런데 멘토가 이야기해주시기를, 우리에게는 몸이 있고, 마음도 있는데 내가 아픈 건 몸이지 마음이 아니라는 거야. 우리의 몸은 마음을 따라가게 되어 있대. 내 모습을 보니 꼭 마음에도 병이 있는 것처럼 살고 있었어. 그래서 ‘이미 나았어’라는 마음으로 살았어. 지금 내가 건강한 것처럼 몸이 조금 불편할지라도 네 마음에서 먼저 병을 이긴다면 넌 걸을 수 있을 거야.”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리시아가 참 고마웠다. 내 이야기를 듣던 램바 아주머니는 잠시 동안 눈물을 흘리셨다.
“이곳 피지에, 그리고 우리 집에 와줘서 정말 고맙다. 어느 날, 우리가 너를 다시 만났을 때 내 조카가 걷는 모습으로 너에게 갈 수 있다고 나는 의심치 않아.”
 서툰 내 영어가 다른 사람에게 큰 꿈을 안겨 줄 수 있다니! 진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피지. 나에게 또 다시 젊음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 번 아름다운 땅끝 나라 피지에서 그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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