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에서 건기로 바뀌는 시기를 알리는 캄보디아 물 축제 본 옴뚝(Bon Om Touk). 본옴뚝 축제는 캄보디아에서 설날과 함께 최대의 명절로 손꼽히며, 국왕까지 직접 나와 참가하는 국가적 규모의 축제이다. 매년 10월말 또는 11월초에 3일간 열리며, 특히 축제 기간 캄보디아 주요 강(江)에서 수백 척의 배들이 경기를 펼치는 보트 대회는 최고의 볼거리이다.

축제에 참가하는 배의 길이는 대략 30미터. 한 배에는 50여 명이 승선하며, 선두와 선미에는 정령을 모시는 작은 제단이 놓인다. 지네처럼 기다랗고 날렵한 유선형의 배에는 용이나 물고기 문양을 형상화한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뱃머리에 앉은 지휘자의 구령 소리에 십여 개 노가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황톳빛 강물을 가르는 모습도 장관이다. 힘찬 구호를 외치며 쏜살같이 물살을 치고 나가는 모습에서는 옛 크메르 전사들의 위용과 기상마저 느껴진다.

캄보디아 물출제 '본 옴뚝'(출처=캄보디아 관광청)
캄보디아 물출제 '본 옴뚝'(출처=캄보디아 관광청)
캄보디아 물출제 '본 옴뚝'(출처=캄보디아 관광청)
캄보디아 물출제 '본 옴뚝'(출처=캄보디아 관광청)

캄보디아 물 축제는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2세기 말 캄보디아를 지배하던 참족이 쟈야바르만 7세와의 해상전에서 패하면서 캄보디아 국민들은 그 날의 승리를 기원하고 쟈야바르만 시절의 번영을 회상하기 위해 매년 물 축제를 연다. 그 외에도 쌀농사에 필요한 풍부한 물을 위해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 이라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물 축제 기간에는 많은 현지인들이 촛불을 단 종이배를 만들어 강물에 띄우고 소원을 빌기도 한다.

새해 첫날(쫄츠남)과 우리나라 추석에 해당하는 쁘쭘번과 더불어 캄보디아 3대 명절 중 하나인 물 축제(본 옴뚝)는 지난 수세기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열렸다. 그러나 지난 2010년 행사에서 350여 명이 압사하는 사건 발생하면서 그 이듬해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뜻에서 행사 개최를 취소한바 있다. 2012년, 2013년 행사 역시 국왕의 별세와 더불어 총선 등 여러 가지 정치적 사안이 겹치면서 연거푸 취소되기도 했다.

2014년부터 다시 시작된 물 축제 본 옴뚝은 캄보디아 시민들에게 단순히 전통을 이어가는 것을 넘어 무더운 날씨 속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국민의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프놈펜(캄보디아)=이혜진 글로벌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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